4년전 "불상사 우려"에도 강행... '김호중 소리길' 결국 철거 위기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씨의 음주 뺑소니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김씨 모교가 있는 경북 김천시 ‘김호중 소리길’이 철거 논란에 휩싸였다.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낸 인물을 기리는 거리는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아직 유죄가 확정된 것도 아닌데 철거를 하느냐”는 목소리가 부딪치고 있다.
이와 함께 김호중 소리길 조성 전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인기를 잃을 수 있는 연예인을 주제로 테마 거리를 조성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도 여러 차례 제기돼 김천시가 방문객을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김호중 소리길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천시 “철거 여부 결정된 바 없다”
김호중 소리길은 김씨가 졸업한 김천예고 주변 골목에 조성된 관광 특화거리다. 김천시가 2021년 10월 2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김천예고에서 교동 연화지 골목길 100m 구간에 벽화와 포토존·조형물 등을 설치했다. 지난해 15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김천시는 파악하고 있다.
김호중 소리길은 조성 전부터 여러 차례 우려가 나왔다. 2020년 12월 3일 김천시의회 제218회 임시회 제2차 산업건설위원회 회의에서 이진화 의원은 “너무 나이가 어리니까 어떤 다른 이슈가 생기면 한 번에 다 무너진다”며 “대구에 있는 김광석거리는 가수 김광석 사후에 조성돼 염려할 것 없는데 (김호중 소리길은) 조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활동중 이슈 생기면 무너져” 지적
이에 대해 김영기 당시 김천시 관광진흥과장은 “일부 안티 팬 의견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9만4000명에 이르는 김씨 팬클럽 회원과 주변 사람이 김천을 많이 찾고 있어 지역에 도움이 된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너무 김씨가 부각되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김호중 소리길 조성으로 인근 유명 관광지인 연화지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천시 교동 연화지는 조선 시대 초 농업용수 관개지로 조성됐던 저수지다. 벚나무가 못을 둘러싸고 있고 산책로와 조경으로 풍경이 아름다워 데이트 코스로 유명하다.
김동기 김천시의원은 같은 달 5일 열린 행정복지위원회 회의에서 “(김호중 소리길 조성으로) 연화지라는 이름이 없어질까 우려가 된다”라며 “김호중 소리길을 조성하는 것에 조금 더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고 12일 만에 경찰 출석
한편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40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에 오던 택시를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사고 후 미조치 등)를 받는다. 김씨는 사고 뒤 현장을 이탈해 경기도 한 호텔로 갔다가 17시간 뒤인 다음 날 오후 4시 30분쯤 경찰에 출석했다.
김천=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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