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신고하자 오히려 전환배치 당해"

박성우 2024. 5. 2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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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 화장품 공장 하청업체 직원 "고용노동부 시정 명령 따라 재조사해야"

[박성우 기자]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회사에 신고한 피해자가 오히려 사측의 불공정한 조사로 전환배치 조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음성노동인권센터는 21일 오전 피해자와 함께 피해자가 근무했던 공장 앞에서 직장 내 괴롭힘 재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센터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충주지청의 시정 명령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아무런 응답도, 이행도 하지 않은 채 피해자에게 복직 명령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는 충북 음성의 한 화장품 공장의 하청업체 직원으로 5년 동안 근무하다가 반장 A씨의 차별적인 인사 관리와 괴롭힘, A씨의 측근인 작업자 B씨로부터 폭력 행위를 당했다고 지난해 11월 회사에 신고했으나 회사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지 않은 채 자신의 라인장직을 박탈하고 타 부서로 발령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커터칼 휘두르는 CCTV 영상 있어도 괴롭힘 인정 못 받았다"

현재 병가를 내고 휴직 중인 피해자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직장 내 괴롭힘 불공정 조사는 살인 무기다"라는 문구가 담긴 팻말을 목에 걸고 피해자로서 당사자 발언에 나섰다.

피해자는 "반장 A씨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못살게 굴었던 행동들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았고, A씨를 믿고 다른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커터칼을 휘둘렀던 작업자의 폭력 행위도 CCTV 영상이 있음에도 괴롭힘으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사측은 해당 작업자의 폭력 행위는 인정하면서도 관계의 우위가 없다며 단순 직장 질서 문란으로만 보고 견책하는 것에 그쳤다.

이어 피해자는 "제게 폭력을 행사한 작업자가 오히려 저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고 A씨의 측근인 일부 작업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저를 징계하기까지 이르렀다"며 "사측은 징계가 아니라 업무상 필요에 의한 전환배치라고 주장하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는 "라인장이라는 기존의 직위를 박탈하고 한 번도 일한 적 없는 부서로 저 혼자 보내진 것이 징계가 아니면 무엇인가. 왜 제가 제출한 증거들은 유심히 살피지 않고 반장 A씨와 작업자 B씨의 잘못된 행동을 고발한 제 동료들의 진술을 반영하지 않는 이유도 뭔가"라며 "제게 커터칼을 휘두른 B씨와 그 자리에서 제게 고성을 지른 A씨는 자리에 남아있는데 왜 저는 전환배치를 받아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해자는 "억울한 마음에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은 지 세 달이 돼서야 지지난주에 고용노동부가 사측에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조사를 다시 하라는 시정 명령을 내렸다. 이 시정 명령을 받기까지 참으로 오래 걸렸다"면서 "제가 그냥 입 다물고 전환배치된 부서로 가면 끝나는 일인가. 저는 순순히 가지 않겠다. 고용노동부의 시정 명령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조사를 받고 잘잘못을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 넘어 엄연한 폭력 이루어진 것"

연대발언에 나선 백형록 민주노총 충주음성지부 조직국장은 "용기를 내주신 우리 피해 노동자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오늘 말씀을 들어보면 폭력 행위가 CCTV 영상 증거로까지 남은 상황이다. 단순히 직장 내 괴롭힘을 넘어 엄연한 폭력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백 국장은 "이는 소속인 하청업체뿐만 아니라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이 있는 원청 역시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라며 "이 문제가 재조사되고 재조사 과정을 통해 피해자의 회복과 원직 복직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직장 내 괴롭힘을 넘어 위법적인 폭력을 행사하고 그것을 사실상 묵인한 원청을 상대로도 민주노총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음성노동인권센터의 천윤미 홍보차장은 "괴롭힘 신고 후 6개월이 넘는 기간 피해자는 사측의 불공정한 조사와 그 결과 자신이 다른 부서로 보내져야 한다는 사실에 엄청난 자괴감과 정신적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며 "피해자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당한 조사를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용기를 내어 함께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천 차장은 "피해자가 제출한 증거들과 동료 노동자들의 진술을 무화시키고, 반장 A씨와 측근 작업자들의 진술을 선택적으로 반영하는 불공정한 조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피해자가 정당한 조사를 받고, 사측이 사내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문화를 뿌리 뽑기 위한 변화가 있을 때까지 피해자와 함께 연대하면 싸울 것"이라며 피해자와의 연대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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