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박한 상황입니다, '전세사기 특별법'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김태근 2024. 5. 21. 15: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위태로운 다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 더 이상 방치하지 말기를

[김태근]

2024년 5월 1일 대구의 다가구 전세사기 피해자가 전세금 8400만 원을 사기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지난해 6월 30일 대전의 다가구 전세사기 피해자가 전세금 8000만 원을 사기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 이후, 2번째 다가구 전세사기 희생자였습니다.

그 밖에 올해 3월 대전에서는 전세금 1억6000만 원을 사기당한 후 그 충격으로 지병으로 돌아가신 피해자도 계셨습니다. 세 분의 다가구 전세사기 희생자는 모두 최우선변제금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였습니다. 또한 다가구 주택이 법률적으로 단독주택이라 현행 전세사기특별법상 피해자 구제방안인 우선매수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며, 정부 또한 매입임대주택으로 매입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5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세를 얻은 젊은 분들이 경험이 없다 보니 덜렁덜렁 계약했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는 발언으로 인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다가구 전세사기는 2023년 4월 18일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새로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제도적인 허점으로 인해 세입자들이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사기를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다가구 주택 전세 계약의 개요
 
 [5월 18일 대구 동성로 전세사기 희생자 추모 분향소 사진]
ⓒ 김태근
  
다가구 주택은 법률상 단독주택임에도 불구하고, 1집에 최대 19가구까지 거주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등기부상 집주인은 1분이지만, 그 집에서는 최대 19가구까지 거주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그 집에 입주한 세입자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의 순서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지게 되며, 만일 선순위 은행 대출을 담보하는 근저당권이 있다면, 근저당권이 담보하는 은행의 대출채권이 1순위, 그 다음 세입자들의 우선순위에 따라 2순위부터 20순위로 순위가 매겨지게 되어, 모든 세입자들의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지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주인은 새로 집을 알아보는 세입자에게 기존에 입주한 세입자의 선순위 전세금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안전하다는 취지로 설득하여 세입자로 하여금 후순위 전세 계약을 체결하게 되며, 세입자는 집주인 또는 공인중개사의 막연한 약속만 믿고 다가구 주택의 계약을 체결하여 왔습니다.

다가구 주택에 대한 세입자 보호 제도의 구조적 허점

이러한 다가구 주택의 세입자 보호 규정으로는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이 있는데, 민간임대주택특별법에는 2020년 12월 10일부터 주택임대사업자에게 다가구 주택의 선순위 보증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게 하는 규정을 신설하였으며,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2023년 4월 18일이 되어서야 비로소 주택 임대인에게 다가구 주택의 선순위 보증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였습니다.

그 이전에는 2013년 8월 13일부터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려는 세입자는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확정일자 부여기관에 선순위 보증금의 정보를 요청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집주인이 동의하지 않는 한 선순위 보증금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결국 주택임대사업자의 다가구 주택이 아니라면, 한국의 다가구 주택 세입자는 2023년 4월 17일까지도 선순위 보증금이 얼마인지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전세 계약을 체결하였던 것입니다.
 
민간임대주택특별법 제48조 임대사업자의 설명의무

제48조 ② 민간임대주택에 둘 이상의 임대차계약이 존재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임대사업자는 그 주택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려는 자에게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6 제2항에 따라 확정일자부에 기재된 주택의 차임 및 보증금 등의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신설 2020.8.18. 시행 2020. 12. 10. 시행>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6(확정일자 부여 및 임대차 정보제공 등)
 
③ 주택의 임대차에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확정일자부여기관에 해당 주택의 확정일자 부여일, 차임 및 보증금 등 정보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요청을 받은 확정일자부여기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다.
④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려는 자는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확정일자부여기관에 제3항에 따른 정보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
 
제3조의7(임대인의 정보 제시 의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임대인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임차인에게 제시하여야 한다.
1. 제3조의6제3항에 따른 해당 주택의 확정일자 부여일, 차임 및 보증금 등 정보. 다만,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제3조의6제4항에 따라 동의함으로써 이를 갈음할 수 있다.
[본조신설 2023. 4. 18.]
 
다가구 주택에 대한 세입자 보호 제도의 허점을 만회하기 위한 대법원 판결

한편 대법원은 2012년부터 위와 같은 다가구 주택에 대한 세입자 보호 제도의 허점에 대해 공인중개사법 제30조에 의하여 공인중개사 및 공인중개사와 공제계약을 체결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대법원 2012. 1. 26. 선고 2011다63857 판결)하는 방식으로 주택 세입자를 보호하여 왔습니다.

다만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사후적으로 공인중개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을 뿐, 임대인의 다가구 주택 전세사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습니다.

또한 설사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판결을 받더라도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다가구 주택의 전세사기에서는 각 공인중개사마다 최대 1억 원을 보장하는 공제증서로 인해 각 공인중개사당 피해자가 100명일 경우에는 실질적으로는 100만 원만 보장받게 되어,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다가구 전세사기 세입자의 피해 현황

이와 같은 다가구 주택의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한국의 다가구 주택 세입자는 2023년 4월 17일까지는 임대인으로부터 다가구 주택의 선순위 세입자의 보증금 총액이 얼마나 되는지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전세 계약을 체결하여 왔던 것이고, 이러한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다가구 주택은 악덕 임대인들에게 무자본 주택 투기 용도로 악용되고 있으며, 현재 서울, 대전, 대구, 경산, 부산 지역 등에서 수천 가구의 세입자들이 다가구 주택으로 인한 전세사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현재 다가구 전세사기 피해가족들이 수천 가구라는 것도 각 지역의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를 통해 추정할 수 있을 뿐,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아무런 실태조사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세사기특별법으로 구제받지 못하는 다가구 전세사기 세입자의 현실

전세사기 특별법은 ① 우선적으로 경매절차를 중지한 후, 전세사기 피해자의 선택에 따라 ②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전세사기 주택을 구입하거나(우선매수권 행사), ③ 공공기관의 매입 임대주택에 거주하도록 대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④ 필요에 따라 금융 대출 지원을 받도록 하는 기본적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1) 다가구 주택의 선순위 세입자가 이의 신청을 하는 경우에는 주택에 대한 경매절차를 중지할 수 없으며, 2) 다가구 주택의 규모로 인하여 세입자의 우선매수권 행사도 불가능하며, 3) LH공사는 선순위 담보권이 없는 다가구 주택만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하여, 선순위 담보권이 있는 다가구 주택의 매입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다가구 전세사기 주택을 실제 매입한 사례도 전혀 없습니다. 또한 4) 지방의 다가구 주택의 세입자는 소액보증금 기준이 낮아 최우선변제금조차 받지 못하는 분들이 매우 많습니다.

이에 따라 다가구주택의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주거 환경이 지속적으로 불안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집이 불안하면, 아무 것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이러한 다가구 주택의 전세사기 피해가족들의 일상을 최소한이라도 회복하기 위해서는 1) 최우선변제금 상당의 전세금 채권 선구제 방안과 2)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선순위 채권 매입을 통한 다가구 주택에 대한 경매 절차 연기 및 3) 전세사기 피해주택에 대한 주택 관리 방안 등이 필요한데, 현재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그러한 규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재 마련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의해서도 해결할 수 없다면,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5월 18일 대구 동성로 전세사기 희생자 추모제 사진]
ⓒ 김태근
   
다가구 주택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긴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다가구 주택의 전세사기는 다가구 주택에 대한 임대차 제도의 제도적 허점을 악용한 사기입니다. 지난 몇십년간 다가구 전세사기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학가 중심으로 청년층이 거주하는 다가구 주택, 원룸 주택을 중심을 전세사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다가구 주택을 중심으로 청년들이 주거 난민이 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러한 다가구 주택에 대한 전세사기를 방치해야 할까요? 다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청년들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대한민국이 청년들에게 사기 공화국으로 각인되지 않도록, 다가구 전세사기 세입자들이 전세금도 날린 채 집에서 쫓겨나지 않도록, 다가구 전세사기 피해 가족들을 도와주십시오.

다가구 전세사기 피해 가족들의 현재 상황이 많이 심각합니다. 더 늦지 않게 국회에서는 5월 28일 본회의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주시고, 대통령은 전세사기 피해가족들이 국회를 통해 어렵게 마련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정부가 실태조사조차 하지 않은 다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삶이 현재 너무 급박하고, 위태롭습니다. 정부는 필요 예산으로 5조 원이 든다고 하나, 실제 소요 예산은 5천억 원이면 충분합니다. 공적자금 5천억 원을 투입해서라도 약 1만 세대로 추산되는 최우선변제금을 받지 못하는 전세사기 피해가족들의 생명을 살려야 하지 않을까요? 정부가 부동산 PF에 수십조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이유는 일시적인 자금 위축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부동산 PF 개발 사업을 지탱하기 위한 방안이 아니던가요? 현재 전세사기 피해가족들도 현재 전세사기로 인한 일시적인 자금 위축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가족들을 지지할 수 있는 공적자금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한편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최우선변제금 상당을 선구제받기 위해서는 전세금 채권 자체를 정부에 매각하여야 하는데,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 따르면 전세금 채권 매각시, 우선매수권과 매입입대주택 입주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개정안 제28조의 10 참조),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선구제를 받기 위하여 선뜻 전세금 채권을 매각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하여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의 선구제방안은 최우선변제금조차 받지 못하면서, 전세사기피해주택에 대한 우선매수권 행사 또는 매입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없는 다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안입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공개된 다가구전세사기 희생자가 세 분이나, 유가족의 반대로 인해 공개되지 않은 다가구전세사기 희생자들도 두 분이 더 계십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다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도와주세요.
 
 [5월 14일 저녁 서울역에서 대통령 집무실까지 전세사기 희생자 추모행진 사진]
ⓒ 김태근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변호사이자 '주택세입자 법률지원센터(세입자 114)' 운영위원장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