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동탄트램, 90도 커브 655m 신설 교량 꼭 지나야 하는가

화성시민신문 용창화 2024. 5. 2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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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민신문 용창화]

 용창화 문화디자인밸리 발전협의회 회장
ⓒ 화성시민신문
문화디자인밸리는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에 위치한 조그마한 동네다. 좌로는 오산천과 필봉산을 끼고 있어 인적이 드물고, 우로는 화려한 수만세대 아파트들의 스카이라인을 경부고속도로 너머로야 멀리 바라볼 수 있는 곳. 인적드문 한가함을 즐길 수 있다고 때때로 부럽단 사람들도 있으나, 사실은 그 거대한 오산천과 고속도로에 막혀 1, 2동탄 어느 곳에서도 식구로 인정받지 못하는 버려진 1.5동탄. 그게 바로 우리 동네의 슬픈 현실적 정체성이다.

주민들은 다양한 시기에 이곳에 왔다. 2동탄 개발 전부터(2005년) 동탄을 지키던 터줏대감 존치아파트를 시작으로, 빠른 아파트는 2016년, 2018년, 2019년 초까지 대부분의 주민들이 소중한 보금자리를 마련했고, 제일 늦깎이 단지들도 이제는 어느새 하천변에 둥지를 틀었다(물론 분양은 그로부터 3년여 전에 받았다).

다른 동탄의 주민들처럼, 우리도 사랑하는 내 가족과 보내는 행복한 시간을 꿈꾸며 알콩달콩 하루하루를 보내는 곳. 다수는 우리 동네를 동탄2신도시의 부족한 사생아로 보겠지만, 우리에게 이 지역은 자식이 가는 유치원과 학교가 있는 마음의 고향이며 어디와도 바꿀 수 없는 휴식처다.

하지만 우리 지역은 앞서 말한 태생적 지리 단절과, 적은 세대수로 갈수록 미뤄지는 개발 단계에 밀려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변변한 마트가 생기는 데 3년이 걸렸고, 편의점이 들어오는 데는 4년 반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지역을 관통하는 도로(동부대로)는 방음벽이 없어 아직도 밤잠을 설치고, 하천(오산리천)을 건너는 길이 없어 내일 아침에도 초등학생들이 편도 3km 거리를 돌아 등교할 것이다.

이 밖에 산재한 어려움들을 나열하자면, 본 기고문의 페이지를 두 배로 늘려도 모자랄 것이지만, 발전협의회 회장이자 지역에 사는 소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오늘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아래의 한 가다.

'트램(동탄 도시철도)'. 마을 버스도 잘 안오고, M버스 등 광역버스도 전무하며, 사람 없다고 택시도 오기 싫어하는 1.5동탄에 사는 우리 주민들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던 '신 교통수단'. 기존의 교통체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차의 정시성과 전용 신호를 바탕으로 시민들의 교통편의를 개선할 예정이라는 새 문물에 주민들은 환호했다.

'광역교통개선대책 분담금을 모아 만드는 철도이고, 우리 동네도 냈으니 당연히 지나겠구나. 아이들도 좀만 참으면 중학생 땐 트램 타고 등하교 할 수 있겠다. 여보, 곧 차 놓고 동탄역 갈 수 있데요. 조금만 더 참아요. 기흥로 가운데 있는 길이 트램길이래요. LH가 동네 계획 때부터 구상한거래요.'

설레는 속삭임이 지역을 채웠다. 정말 올 줄 알았다.

하지만 2019년 5월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을 시작으로, 2021년 8월 동탄 도시철도 기본계획에 실린 노선도에 문화디자인밸리는 흔적도 없었다. '아닐 거야' 중얼거리며 눈 비비고 백 번을 다시 봐도, 우리 아이·부모들을 태우고 달려야 할 트램은 사람이 살지 않는 오산천 풀숲으로 향했다.

이에 우리는 지난 5년간 피눈물을 흘리며 수천, 수만건의 민원을 넣었고, 시장과의 면담과 국회·도·시의원 면담 등 정치인들에게도 어려움을 성토했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소극적이였고, 화성시는 상충된 민원 핑계만 대며 기형적 천변 노선을 강행하다, 결국 화성시는 이번 기본설계 과정에서 말도 안되는 하천변 노선의 불안정성(심지어 우리가 5년 동안 예상해 지적했던) 때문에 국토교통부에 반려당한 채로 없던 655미터 교량까지 세워가며 계획을 변경하려 한다. 그렇게까지 우리 동네를 저버리려 하는 것이다. 이에 필자를 포함한 지역 주민들은 피토하며 트램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할 아래 이유들을 외친다.

첫째, 문디밸 주민들은 세대당 광역교통개선대책 분담금 1203만 원(총 430억 원)을 납부한 트램 사업 주체이다. 교통 기본권을 누릴 권리가 있다.

둘째, 2021년부터 화성시가 주장하는 노선의 사업비가 과·축소됐고, 사업성(B/C) 계산 정확성에 의혹이 있어 자료를 수차례 공개 요청하였음에도, 근거 자료를 미제시했다.

셋째, 오산천 통과 구간이 전체 교량으로 변경되고 나루교 진입 불가로 인한 교량이 추가 건설됨에도 예상 사업비 안내 및 대안 간 사업성 재산정이 없는 무논리 변경안이다. 해당 교량은 90도 커브 구간이 있는 655미터길이의 트램전용교량이다.

넷째, 문디밸 지역(동탄2, 3단계 개발구역)의 차후 개발 수요를 무시한 확정적 적자 노선의 일방 사업 추진(시립미술관, C18, 경부서측 업무지구, 동탄경찰서 수요 무시)이며 이미 실존하는 동탄초, 이산중고, 에듀몰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통학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이다.

어느 집단이든, 다수의 핑계로 소수의 정의를 무시하는 사회는 타락한 사회이다.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는 맞는 말을 했음에도 그를 미워하는 다수의 군중에게 사형 표를 많이 받아, '악법도 법이다'를 외치며 죽었다. '중우정'. 수천년 전 그때부터 판단력을 상실한 다수의 대중들에 좌지우지되는 결정들을 비판하는 단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엄지를 아래로 내렸던 그들. 아테네의 그 비극은 2500년 후 동양의 조그만 지역에서 망령처럼 다시 살아나, '내 집앞에는 오니 조용히 좀 해라'는 침묵과 동조가 돼 소수 시민 기본권을 다시한번 처형시키고 있다.

소크라테스를 죽인 소피스트(궤변론자)들처럼, 갈등을 일부러 조장하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뒤에 숨어 이익을 보는 자들은 누구인가? 화성시, 트램 부서 관계자들은 정녕 시민의 평등한 교통권을 보장하려 노력하는가? 1.5동탄으로 희롱받지만 씩씩하게 살아온 문화디자인밸리 주민들의 상처가 정말 보이지 않는가? 지하도를 걸어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네가 1시간 일찍 일어나 걸어 등교하는 것은, 그 동네에 사는 너와 네 부모의 원죄 때문이야'고 말할 것인가?

용창화 문화디자인밸리 발전협의회 회장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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