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혁신 부르는 '바칼로레아'

황동환 2024. 5. 2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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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후보학교 덕산고, 내년부터 본격 인증준비... 주입식 공교육 한계 극복할 대안으로 급부상

[황동환 기자]

 IB 디플로마 프로그램 후보학교로 선정된 덕산고등학교의 한 교실에서 IB 프로그램 방식의 토론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 <무한정보> 황동환
 
시험 문제를 풀면서 연필을 굴리는 일. 우리나라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겐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보통 4~5개로 구성된 답안 가운데 정답 하나를 골라내야하는데, 모르면 연필을 굴려서라도 찍을 수밖에….

이같은 교육방식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다. 결국 사고·창의력을 사장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최근 논·서술 위주의 시험으로 점수를 받으면 대학입학자격을 얻을 수 있는 국제 바칼로레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국내 학교들이 늘고 있다. 

정해진 하나의 답을 찾는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으로 일관해 온 한국의 공교육 체계로는 국제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성찰에 비롯된 움직임이다. 

지난 2019년 대구와 제주가 외국인학교·국제학교·자율형사립고 중심으로 운영되던 IB 프로그램을 공교육에 도입하면서 불과 몇 년 만에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충남에선 ▲ 덕산고 ▲ 충남외고 ▲ 공주 한일고 ▲ 온양 한올고 4개 학교가 지난 4월 29일, IB 인증학교 전 단계인 후보학교로 선정됐다.

지난해부터 17개의 충남형국제바칼로레아 준비·관심 학교와 교육과정 연속성을 지원하기 위해 5개 교육지원청을 선정해 덕산중·홍주중(준비), 수덕초·청양중(관심) 등 초중고 연계 시범운영하고 있는 충남도교육청이 올해 9개 관심학교를 대상으로 IB 본부에 후보학교 신청한 결과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3월 대구 엑스코 컨벤션센터에서 국제 바칼로레아 기구(IBO)와 협력각서를 체결하고, 한국어와 영어 2개 언어로 수업이 가능한 충남형 IB학교를 운영하기로 했다.

송광자 덕산고 IB담당 교사는 "외국은 IB 과목 6개 모두 영어, 불어, 스페인어로 수업해야하지만, IB본부가 한국 등 몇몇 나라에 2개 과목은 영어로, 나머지 4개 과목은 한국어로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말했다.

이미 IB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충남삼성고는 도교육청과 무관하게 개별적으로 도입한 경우로 영어로만 진행되며, 학생이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덕산고처럼 도교육청에서 추진하는 IB학교는 학생 부담금이 없다. 

IB 프로그램의 교육철학은 국제적 소양 함양, 개방성, 타인과 상호연결성, 탐구심, 배려심 등이다. 수업은 토론이 기본이다.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최대 4000자 분량의 에세이와 논·서술 결과물로 평가한다.

▲ PYP(Primary years programme, 3~12세) ▲ MYP(Middle years programme, 11~16세) ▲ DP(Diploma programme, 16~19세) ▲ CP(Career-related programme, 진로 과정 등 4가지 종류가 있다.

 
▲ ㄱㅗㅇㄱㅛㅇㅠㄱㅎㅕㄱㅅㅣㄴㅂㅜㄹㅡㄴㅡㄴ 바칼로레아 ⓒ 예산뉴스 무한정보

3월 기준 전세계 160개국 5800여 개교에서 IB를 국제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고등학교에 도입되는 IB 프로그램은 16~19세가 대상인 DP(디플로마 프로그램)이다. 이는 대학입학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교육과정이기에 기준 점수(만점 45점)를 취득하면, IB 자격증을 인정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하버드, 옥스퍼드, 서울대 등 IB 성적을 반영하는 대학이 전 세계에 2000여 곳이 넘는다.

IB가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 공교육 과정만으로 외국의 실력 있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문제의식이 바탕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더 훌륭한 사회 구성원'이 되고, '국제적 경쟁력을 지닌 인재'로 성장시킬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임명진 덕산고 교장은 "실질적이고 본격적인 것은 지금부터다. IB 국제학교 최종 승인을 목표로 교내 교무부·학생부·연구부 외에 IB를 집중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IB부'를 신설했다"며 "IB는 깊이 있는 교육이 이뤄진다는 것이 장점이자 매력이다. 활성화돼 있는 수업을 보며 가슴이 벅찼다. 학생들이 3년 동안 이런 과정을 이수하면 어마어마한 성장이 이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덕산고는 2025년 입학생을 대상으로 20명 1개 반을 구성해 본격적인 IBDP 학교 인증을 받기위한 절차에 돌입하기 위해 관련 준비에 한창이다.

우선 1학년은 다른 학생들과 같이 공교육을 받고, 2년 과정의 디플로마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해인 2026년부터 ▲ 언어·문학 ▲ 외국어 ▲ 개인과 사회(역사·경제) ▲ 과학 ▲ 수학 ▲ 예술 등 6개 과목과 ▲ 지식이론 ▲ 소논문 ▲ 창의·신체·봉사 활동(18개월 이상) 등의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이 IB본부 기준에 부합돼 인증학교가 되면, 독일·프랑스·영국·미국 등의 대학들과 국내 대학들을 나란히 놓고 진로를 고민하는 덕산고 학생들을 볼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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