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시 美 확장억제 약화와 韓 핵무장 동의 가능성 

이영수 2024. 5. 2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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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만약 올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의 확장억제 및 한국 방어 의지가 현저하게 약화되겠지만, 반대로 한국의 독자 핵무장에 대한 미국의 용인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것이기 때문에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트럼프가 재선되면 주한미군이 감축되고, 한미연합훈련과 한미일 연합훈련도 축소되며, 미국이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전개할 때마다 청구서를 요구하고, 전시작전통제권의 조기 전환이 이루어지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에 발표한 ‘워싱턴선언’은 순식간에 휴지장으로 전락하고, 한국사회에서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핵심 측근들이 한국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자체 핵보유를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에 트럼프의 재집권은 한국이 미국의 동의 또는 묵인하에 자체 핵무장과 남북 핵균형을 실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동맹의 가치보다 비용을 우선적으로 따지는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해서도 과거부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17차례 인터뷰한 결과 등을 토대로 워싱턴포스트 부국장 밥 우드워드가 2020년에 발간한 책 『분노』에 의하면, 트럼프는 “나토의 다른 나라들, 이 유럽의 동맹국들이 미국의 호주머니를 털어간다”라고 비난. 그리고 “미국은 나토가 필요 없다. 그들을 보호해주려고 우리가 돈을 쓴다. 그들은 우리에게 철저히 기대면서 상응하는 대가를 충분히 지불하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나토에 대한 트럼프의 생각은 이후로도 바뀌지 않아 트럼프는 올해 유세에서 집권 당시 방위비 분담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나토 지도자들을 향해 “돈을 내지 않으면 당신(나토)을 보호하지 않을 것이며,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모조리 하라고 격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부유한 한국을 미국이 지켜주어야 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그래서 트럼프는 2017년 11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매티스 국방장관과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훨씬 더 많이 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리고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이 평택 주한미군기지 건설에 한국이 약 100억 달러를 들였고, 전체 건설비용의 92%를 부담했다고 설명하자 “왜 그들이 비용 전부를 부담하지 않았지요?”라고 질문했다.

트럼프는 평택 주한미군기지에서 서울로 헬기로 이동하면서는 서울의 ‘삼성타운’을 보자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과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한국은 부자 나라입니다. 저 마천루들 좀 보세요. 고속도로망도 좀 봐요. 저 기차 좀 보세요. 이 모두들 좀 봐요. 이 모두를 우리가 다 부담해요. 그들이 이 전부를 부담해야 마땅한데 말이요.”라고 발언했다.

트럼프는 후에 밥 우드워드에게 다시 “우리는 한국을 북한으로부터 보호해주고 있습니다. 한국은 TV와 선박 등 수많은 사업으로 큰돈을 벌어들입니다. 사실이 아닙니까? 그들은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립니다. 그런데 우리는 100억 달러를 들여 그들을 지켜줍니다. 우리는 그들의 ‘봉(suckers)’입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주한미군 유지비용과 관련, 밥 우드워드는 정확히 말하면 연간 약 45억 달러이며 그 중 9억2000만 달러를 한국 정부가 부담한다고 자신의 책에서 설명했다.

트럼프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도 엄청난 예산 낭비라는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재개할 생각인가 아니면 중단 상태로 둘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군사훈련은 내가 오래 전에 포기했다. 왜냐면 할 때마다 1억 달러의 비용을 초래했다. 폭격기들이 괌에서부터 와야 한다. 내가 처음에 이걸 시작할 때 한 장군이 ‘네. (폭격기가) 괌에서 옵니다. 바로 옆입니다’라고 했는데 바로 옆이 7시간 거리다. 폭격기들이 와서 수백만 달러의 폭탄을 떨어뜨리고 돌아가는 거다. 우리가 이런 훈련에 수억 달러를 사용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고 불공정하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한국이 우리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서 하는 거니까 지원해줘야 된다고 생각 한다. 그런 (연합)훈련은 굉장히 비싸다. 훈련은 재밌고 좋고 전쟁연습(war games)을 한다. 어떤 측면에서는 필요하기 때문에 불필요하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그렇지(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아주, 아주 비싼 것이다. 그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 한다. 그런 훈련에 수억 달러를 써도 돌려받는 건 아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비용을 댈 능력이 분명히 있는 아주 부자인 나라들을 보호하느라 많은 나라에 엄청난 규모의 돈을 쓰고 있다. 그런 나라들은 그런데 이게 옳지 않다는 걸 안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에게 (그런) 요청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했고 우리는 많은 돈을 얻고 있다. 우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지난 2년간 1천억 달러 넘게 거둬들였고 수천억 달러가 더 들어 올 거다. 우리는 많은 나라들과 이런 걸 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집권 초기에만 해도 그의 참모들과 각료들이 트럼프의 동맹 경시 입장에 제동을 걸었지만, 후반기로 가면서는 트럼프의 장악력이 훨씬 강화된다.

이와 관련 트럼프의 사위 쿠슈너는 2020년 초가 되자 드디어 트럼프가 이전보다 좀 더 유능하고 헌신적인 백악관팀을 꾸렸다고 평가했다.

쿠슈너는 트럼프 정부 초기를 이야기하며 “처음에는 각료나 참모 중에서 트럼프가 세계를 구한다고 생각한 사람은 20%에 불과했고, 나머지 80%는 그들이 트럼프로부터 세계를 구한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제 정반대가 되었습니다. 그를 위해 일하는 사람 중 80%는 그가 세계를 구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이 트럼프로부터 세계를 구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20% 또는 그 이하입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에는 실행에 옮기지 못한 주한미군 감축까지 추진할 가능성이 높지만, 부정적인 측면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인 2016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는 한국과 일본이 북한과 중국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대신 스스로 핵을 개발하도록 허용할 것이라면서 현재와 같은 미국의 나약함이 계속된다면 결국 일본과 한국은 핵무기를 보유하고자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트럼프는 한국과 같은 동맹국들이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100% 부담하지 않으면 자체 핵개발을 통해 안보문제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용인 입장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한동안 계속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이후 여러 보도들을 통해 확인된다.

미국 바드대학교 교수인 국제정치전문가 월터 러셀 미드는 2017년 9월 4일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북핵 위기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 내의 시각은 둘로 갈라져 있었다고 분석했다.

백악관 고위 참모 등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의 핵무장을 막고 미국의 핵우산을 제공하는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게 미국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보았다.

반대로 동아시아의 핵무장을 미국 외교의 ‘실패’가 아니라 ‘승리’로 여기는 시각도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고 미드 교수는 평가했다.

이들은 일본과 한국, 나아가 대만까지도 핵을 가짐으로써 중국의 지정학적 야욕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이 핵무기 보유를 통해 지금처럼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북한의 핵위협을 확실히 견제할 수 있게 되면 누적되는 재정적자로 연방 행정부의 셧다운(shutdown)이 골칫거리인 미국의 예산 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의 2023 회계연도 국방예산은 7,730억 달러에 달하는데 핵무기 관련 예산까지 포함하면 1조 달러가 넘는 예산이 국방비로 지출되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안보보다 동맹국의 안보를 위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어, 동맹국들이 스스로 안보 문제를 해결하면 미국은 국방예산의 4분의 1 정도를 절감할 수 있다.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는 2024년 5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교관계에는 궁극적으로 손익분석이 있어야 한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리비아에 이어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에 거의 2천억달러를 썼는데 그건 엄청난 돈이다. 미국의 주된 문제가 아닌 북한을 해결하기 위해 더 이상 한반도에 미군을 인질로 붙잡아둬서는 안 된다. 주한미군은 중국, 그리고 중국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통해 미국을 북한의 위협에서 자유롭게 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한다.

크리스토퍼 밀러 전 미 국방장관 대행은 올해 3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새 행정부가 한국과 핵무장 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추후 한국 자체 핵무장에 대해 논의할 여지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다면 과거 논의 불가로 여겨졌던 여러 분야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도 2024년 5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핵무장을 하지 않는 대안을 훨씬 선호하지만,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에 올려놓을 필요는 있다. 한국의 핵무장을 배제하지는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정학이 핵 비확산보다 중요하다. 우리의 적이 핵무기를 가지는데 우리가 동맹의 핵무장을 막는다면 그게 비확산 정책의 승리인가?”라고 질문했다.

콜비는 2024년 5월 다른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핵 보유는) 나쁜 게 아니라 이스라엘 안보를 안정시키는 요소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국에 같은 논리를 적용하는 게 왜 안 되나요?”라고도 반문했다.

이처럼 트럼프와 그의 핵심 측근들이 모두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 열린 입장을 보이고 있으므로 만약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한국 정부는 미국을 설득해 반드시 자체 핵보유 및 남북 핵균형을 실현함으로써 한반도에 지속가능한 평화와 안정의 시대를 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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