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새 수장에 전영현…초격차 기술 이끌 '구원투수'
경계현 사장은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미래 먹거리 발굴 주도
삼성전자 DS부문(반도체) 수장을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 부회장이 새롭게 맡는다. 국가대항전으로 확전된 반도체 경쟁에서 흔들림없는 투자로 미래 반도체 기술을 선도해야 한다는 막중한 역할을 부여받았다.
전영현 신임 DS부문장은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경쟁사에 밀린 메모리 반도체 위상을 되찾는 한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도 초미세공정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5분기 만에 전사 흑자를 내며 회복 신호탄을 쏜 DS부문의 추가 쇄신 및 성장전략을 내놓을지 관심이다.
삼성전자는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 부회장을 DS부문장으로, 미래사업기획단장에 DS부문장인 경계현 사장을 위촉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례적인 경영진 원포인트 인사에 대해 삼성전자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 하에서 대내외 분위기를 일신해 반도체의 미래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밝혔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경계현 사장은 DS부문장 사의를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반도체가 차기 수장을 통해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확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도록 길을 터주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해 DS부문이 15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내자 경 사장은 3월 정기주주총회 자리에서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올해를 근원 경쟁력을 확보하는 쇄신의 해로 만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DS부문장에서 물러난 경 사장은 미래사업기획단장을 맡아 삼성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주도할 예정이다.
신임 DS부문장에 위촉된 전영현 부회장은 1960년생으로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 전자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해 D램/플래시 개발, 전략 마케팅 업무를 거쳐 2014년부터 메모리 사업부장을 역임하는 등 반도체에 대한 이해도가 깊다.
2017년에는 SDI로 자리를 옮겨 5년간 SDI대표이사 역할을 수행했다. 올해부터는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위촉돼 삼성전자/전자관계사의 미래먹거리 발굴역할을 수행해왔다.
다시 반도체로 돌아온 전 부회장은 DS부문의 회복과 성장을 이끌 중책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운드리 뿐 아니라 HBM 등 메모리 반도체도 추격자 위치에서 선도자를 좇아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한 발 앞서 HBM3(4세대)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DS부문 보다 빨리 전사 흑자를 달성했고, 올해 1분기에는 1조 가까이 영업이익 격차를 벌렸다. 삼성전자는 작년의 부진을 만회하고 HBM 강자 타이틀을 가져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격 승부처는 5세대 HBM인 HBM3E이다. HBM3E 8단 양산을 4월에 시작한 삼성은 현재 12단 제품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중으로, 2분기 중 양산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HBM 반격이 효과를 보려면 '큰 손' 유치가 절대적이다. 업계는 HBM3E 12단 제품이 엔비디아의 '블랙웰' 기반 차세대 AI칩인 'B100'에 탑재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지금까지는 엔비디아향 HBM을 SK하이닉스가 독점적으로 공급해왔으나, 삼성이 물꼬를 트게 된다면 양사 점유율이 달라질 수 있다.
파운드리에서도 경쟁사간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다. AI(인공지능)칩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자, 후발주자인 미국 인텔은 1.8nm-1.4nm 로드맵을 차례로 공개하며 도전장을 내밀었고 1위 업체 대만 TSMC도 1.6nm 공정을 도입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GAA(Gate All Around)를 통해 3nm 이하 선단 공정에서 5년 내 TSMC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경쟁사에 밀리지 않는 2nm 이하 선단(첨단) 공정 로드맵을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2nm 이하 공정 응용처 확대 ▲쉘퍼스트 전략 등이 포함된다.
업계는 삼성이 경쟁사처럼 초미세공정 속도전에 나서거나 한층 진일보된 파운드리 전·후공정 서비스 전략을 전면에 내세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후공정과 관련해 삼성은 2022년 '첨단 패키지팀'을 신설한 뒤 같은 해 20억 달러(약 3조원), 2023년 18억 달러(업계 추산)를 집행하며 기술을 갈고 닦고 있다. 내년에는 반도체 공장에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트윈' 기술도 시범 적용할 예정이다.
시스템LSI(반도체 설계)에서도 성과 창출에 속도를 내야 한다. 삼성이 만든 모바일AP '엑시노스 2400'은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4에 탑재됐지만 최상위 라인업인 S24울트라에는 퀄컴 스냅드래곤 8(3세대)이 적용됐다. 올 1분기에 퀄컴, 미디어텍 등에 지불한 모바일 AP 솔루션 금액은 3조4915억원에 달한다. 향후 삼성전자 수익은 차기 모델 엑시노스 성능 제고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격차 기술 개발 뿐 아니라 경쟁사와 대등한 경쟁을 펼칠 추가 팹(fab·생산시설) 투자도 적기에 이뤄져야 한다.
삼성은 현재 국내에서는 평택을, 해외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팹 생산능력을 확대중이다. 특히 미 보조금 정책에 호응해 테일러 공장 투자를 기존 170억 달러(23조60000억원)에서 400억 달러(55조5400억원)로 2배로 늘리고 4nm와 2nm 공정을 위한 첨단 팹을 추가로 건설하기로 했다. 3D 고대역폭메모리(HBM)와 2.5D 패키징을 위한 패키징(후공정) 시설도 짓는다. 첨단 연구개발(R&D) 시설 역시 들어선다.
메모리 생산라인이 대부분인 삼성은 TSMC에 비해 파운드리 생산능력이 절대적으로 열세였지만, 대규모 생산시설이 완공되면 본격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수율(양품비율)이 받쳐주기만 한다면 빅테크 등 대형 고객사 수주 물꼬도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영현 신임 DS부문장은 이같은 메모리·파운드리 기술 경쟁력 강화, 대규모 생산라인 투자, 고객사 확대, 반도체 생태계 육성 등에 매진해 삼성전자를 정상궤도로 올려놓는 데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어느 때 보다 치열해진 반도체 국가대항전에서 삼성전자가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자칫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그만큼 전 DS부문장의 역할이 막중해진 셈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지금은 초격차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 삼성은 이제 추격자로서 앞서있는 업체들과의 거리를 좁혀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전영현 신임 DS부문장은 삼성 반도체 사업 정상화, 초격차 기술 전략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추가 조직개편 및 인사 카드를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전영현 부회장은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으로 그간 축적된 풍부한 경영노하우를 바탕으로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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