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값 뽑고도 남는다는데… ‘튀르키예’ 모발이식, 싼 게 비지떡?

오상훈 기자 2024. 5. 2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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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이티이미지뱅크
최근 탈모를 앓던 지인이 튀르키예에서 머리가 풍성해져 돌아오자 자신도 모발을 이식받으러 튀르키예에 다녀온 남성의 사연이 알려졌다. 튀르키예는 약 20년 전부터 모발이식의 성지로 입소문을 탔다. 저렴한 가격이 가장 큰 장점이다. 국내에서도 모발이식을 받으러 튀르키예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 그런데 싼 게 비지떡이진 않을까?

◇미국 기자 튀르키예 모발이식 체험기 화제

최근 튀르키예로 모발 이식을 받으러 다녀온 미국의 기자 ‘스펜서 맥노튼’의 체험기가 화제 됐다. 그는 탈모를 앓던 지인이 튀르키예로 의료관광을 갔다온 후 풍성한 머리를 가지고 나타나자, 자신도 모발이식을 받으러 튀르키예행 비행기에 탑승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에서 맥노튼은 지인이 치료받았던 의료진을 찾아갔다. 총 4000개의 모발을 이식하기로 했는데 3400개는 머리 뒤편에서 600개는 턱수염에서 뽑아 이식하기로 했다. 1개를 이식하면 그 자리에 두세 가닥이 자라 시술 후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8300가닥의 새로운 머리카락이 자란다고 한다.

시술 후 4개월이 지난 후 맥노튼은 모발이식 결과가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본격적인 결과가 나올 때까지 6~7개월 그리고 최종 결과까지 1년 정도 걸리지만 현재 대면 업무 회의에 더 자신감을 느낀다”며 “무엇보다 내 자존감을 산산조각 냈던 요소를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튀르키예서 모발이식을 받은 스펜서 맥노튼의 지인 베넷./사진=비즈니스 인사이더 캡처
◇20년 전부터 인기, 가격·기술력·관광 삼박자

튀르키예가 모발이식의 성지가 된 건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탈모인들은 약 20년 전부터 모발이식을 위해 튀르키예를 찾았다. 저렴한 가격, 기술력, 관광 삼박자가 모두 갖춰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건 가격이다. 튀르키예에서 대량이식의 기준인 4000모를 심으면 2000~4000유로(약 290~590만원)가 든다. 숙박비와 교통편 등이 포함된 가격이다. 국내에선 절개, 비절개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700만원은 줘야 한다. 덕분에 튀르키예로 가면 비행기값을 뽑고도 남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튀르키예에서 모발이식은 국가사업이다. 원래도 의료수가가 저렴하고 현지 통화인 리라의 가치가 낮았는데 지난 2019년 튀르키예 정부가 의료관광을 활성화하겠다고 의료인들에게 세금 감면과 병의원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모발이식 시장의 규모가 더 커졌다. 튀르키예 건강관광협회에 따르면 2022년에 약 100만 명이 모발이식을 위해 튀르키예를 방문했다. 이들이 연간 지출하는 금액은 약 20억 달러(약 2조7370억)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2024년 말까지 110억달러(약 15조)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후관리 걱정? 의사 실력이 더 중요

국내 여행사들도 7~8년 전부터 튀르키예 모발이식 패키지 상품을 판매해왔다. 매년 400명 안팎이 모발이식을 받으러 튀르키예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모를 치료하는 의료진들도 체감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는 “실제 진료하다 보면 튀르키예에서 모발이식을 받고 온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이 저렴하면 기술력이나 사후관리 등에서 문제가 있다고 여기기 쉽다. 모발이식에서 기술력은 생착률로 따진다. 생착률은 모낭이 이식부위에 뿌리심고 잘 자라나는 정도를 말한다. 의료진의 실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튀르키예 내에서도 병원마다 편차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튀르키예의 평균적인 모발이식 수준은 전세계에서도 우수한 편에 속한다는 게 중론이다. 모발이식 자체가 튀르키예에서 개발되기도 했고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갔으므로 그만큼의 임상경력도 쌓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후관리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다만 생착률에 사후관리가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의료진이 잘 심으면 생착률도 높아지기 때문. 김범준 교수는 “기술력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체류비랑 비행기값 포함해도 합리적이고 간 김에 여행까지 하겠다면 튀르키예로 가도 괜찮다고 본다”며 “만약 본인이 여러 번 이식받아야 하거나 사후관리를 잘 받고 싶다면 국내에서 받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번 보고 말 사이라 많이 이식했다가 문제 생기기도…

유의해야 할 사항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튀르키예에서 모발이식을 받는 사람 대부분은 서양인이다. 서양인은 동양인과 비교했을 때 모발이 가늘고 밀도가 높다. 모낭도 피부 겉쪽에 위치해 있다. 상대적으로 쉽게, 많은 양을 이식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한 번에 1만모를 이식하는 것도 가능하다. 반면, 모발의 밀도가 낮은 동양인은 한 번 이식하는 데 6~7000모가 한계인 사람들이 많다.

모발이식은 대부분 후두부의 모낭을 채취해 필요한 부위로 이식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모낭에서 자라나는 모발의 개수는 정해져 있다. 동양인이 서양인에게나 적합한 대량이식을 받았을 경우 후두부의 숱이 줄어드는 걸 넘어 더 이상 모발이 자라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를 ‘공여부 고갈’이라고 한다. 2차 시술은 어려워지고 후두부가 듬성듬성 비어 있게 돼 문신을 고려하게 된다.

모제림성형외과의원 황정욱 대표원장은 “실제 튀르키예에서 모발이식을 받았다가 공여부가 고갈된 케이스를 1년에 몇 건식 보고 있다”며 “한 번만 볼 사이다 보니 공여부 고갈은 고려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양을 이식했던 게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는 의사들이 환자를 오랫동안 봐야 하고 잘못되면 병원 운영에 지장이 될 우려가 있어 첫 번째 시술 땐 4000모를 심고 공여부 상태를 본 후 2차 시술을 진행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튀르키예로 갈 결정을 했다면 동양인 대상으로 모발이식을 많이 해본 병원을 찾아보는 게 좋다”며 “요즘엔 한국도 비용이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선택 전에 한 번 비교해보길 권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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