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쉬’ 헐값 전략에 뒤통수 맞은 韓…발등에 불 떨어진 정부 [한국 삼킨 C커머스①]

맹찬호 2024. 5. 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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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 유혹” 中 직구에 피해 확산
알리·테무 자율안전협약 실효성 의문
대통령실, ‘해외직구 대책’ 혼선 사과
“KC인증보다 품질 안정 보증이 핵심”
알리익스프레스 광고 캡쳐 ⓒ알리익스프래스

초저가 전략을 앞세운 중국 e커머스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해외 온라인 플랫폼 영업행위가 늘면서 나타난 안전성, 위해 제품 등의 문제가 도를 넘자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국내에서 해외 온라인 플랫폼 이용이 급증하면서 소비자 불만과 피해, 법적 문제 등이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C-커머스(China와 전자상거래의 합성어)’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상당수가 국가인증통합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만큼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알리 머리띠서 ‘270배’ 발암물질 나왔다…中 직구 비중 54%↑

16일 인천 중구 인천공항본부 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중국에서 들어온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1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은 1조647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9.4% 증가했다. 역대 1분기 중 최대 규모다.

국가별로는 중국 9384억원, 미국 3753억원, 유럽연합(EU) 1421억원 순 등으로 나타났다.

작년 동기 대비 미국(-19.9%) 등에서 감소했지만 중국이 53.9% 증가했다. 이에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40.5%에서 올해 1분기 57.0%로 16.5%p(포인트) 늘었다.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큰 비중이다.

중국 해외직구 증가세는 알리와 테무 등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상륙하면서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중국발(發) 제품에서 유해, 발암물질 등이 검출되는 등 국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6일 알리, 쉬인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용 머리띠 등 장신구 7개 제품의 안전성을 검사한 결과 알리에서 판매하는 어린이 머리띠에서 기준치의 270배에 달하는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특히 어린이용 머리띠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DEHP, DBP)가 기준치보다 최대 270배 초과 검출됐으며 어린이용 시계에서는 DEHP가 기준치 대비 5배 초과 검출됐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내분비계 장애 물질로 정자 수 감소·불임·조산 등 생식 기능에 영향을 미치며 접촉 시 눈, 피부 등에 자극을 일으킬 수 있다. 그중 DEHP는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인체발암가능물질(2B등급)이다.

쇼핑 만족도 ‘뚝’…10명 중 8명 “불만·피해 겪어”

환불과 배송 관련 문제도 있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원에 접수된 국제거래 소비자 상담 건수는 1만9418건으로 전년(1만6608건)보다 16.9% 증가했다.

이 중 물품 직접거래 상담은 전년보다 136.1% 급증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알리 관련 상담이 증가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고 봤다.

특히 불만 이유로 취소·환급 등의 지연 및 거부가 7521건(38.7%)으로 최다였다. 다음으로 미배송·배송 지연·오배송 등 배송 관련 불만이 2647건(13.6%), 위약금·수수료 부당 청구 및 가격 불만 2271건(11.7%)으로 각각 집계됐다.

C-커머스 고객 쇼핑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1년 이내에 알리, 테무, 쉬인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 800명을 대상으로 중국 온라인 쇼핑플랫폼 이용 현황과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이용자의 80.9%가 C-커머스를 이용하면서 있으며 피해를 경험한 적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지적된 불만·피해사항은 배송 지연(59.5%)이었다. 그 뒤로는 낮은 품질(49.6%), 제품 불량(36.6%), 과대광고(33.5%), 사후서비스(AS) 지연(28.8%) 등 순으로 조사됐다.

위해성 검증 자율로 맡긴다…정부, ‘KC 인증 의무화’ 나흘만에 철회

13일 서울 용산구 한국소비자연맹에서 열린 해외 온라인 플랫폼 자율 제품안전 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퀸 선 웨일코코리아(테무) 대표이사,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레이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이사 ⓒ뉴시스

이처럼 국내 소비자 피해가 늘고 제품 위해성 논란 등이 일자 정부 대응도 분주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3일 서울 한국소비자연맹에서 알리, 테무와 ‘자율제품안전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의 핵심은 위해 제품의 국내 유통·판매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정부는 소비자종합지원시스템인 ‘소비자24’를 통해 위해 제품 정보 등을 수집한 뒤 이를 플랫폼 사업자에게 제공한다. 알리와 테무는 제공받은 정보를 입점 업체와 소비자에게 공지한다.

또 정부와 알리·테무는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위해 제품이 유통·판매되고 있는지 각각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모니터링 결과, 위해 제품 유통·판매가 확인될 시 정부는 알리·테무 측에 해당 정보를 제공해 판매 차단을 유도한다.

알리·테무 측 역시 자체 모니터링에서 위해 제품이 발견되면 자율적인 판매 차단 조치를 실행한다.

다만, 협약은 처벌이나 제재 조항이 없는 등 법적 효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유럽연합(EU), 호주 등 해외에서도 자율협약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에서 유통·판매 중인 위해 제품을 차단 중”이라며 “법적 강제성은 없으나 국내 오픈마켓 사업자 7곳과 중고거래 플랫폼 사업자 4곳과 맺은 제품안전협약을 보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소비자안전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재 제정 추진 중인 ‘소비자안전기본법’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소비자와 플랫폼 사업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6일 어린이용품과 전기·생활용품 등 80개 품목의 경우 KC 인증이 없는 경우 해외 직구를 금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해외직구 안전 대책을 발표했으나, 소비자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규제라는 비난이 불거졌다.

이에 대통령실은 전날 해외 직구 규제 대책 발표로 혼선이 빚어진 데 공식으로 사과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KC 인증 유무도 중요하지만 품질 안전을 보증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소비자가 중요한 이해관계자인데 소비자 의견을 듣는 과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저렴하고, 재밌으니까” 韓 시장 잠식한 C커머스…전방위 압박하는 정부 [한국 삼킨 C커머스②]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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