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가는 어르신 세대?…영시니어 "걷느니 쿠팡한다" [860만 영시니어가 온다②]

김경미, 이수정 2024. 5. 2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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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 건어물 가게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어르신은 전통시장을 즐겨 찾는다’는 건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고령층으로 분류되는 만 55~64세 가운데 전통시장보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젊고 활력 넘치는 이들 ‘영시니어’는 스마트폰에서 쿠팡 앱으로 장을 보고 국거리 대신 밀키트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는 86세대의 수입·지출과 소비 행태를 분석하기 위해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만 55~64세(1960~1969년생) 남녀 317명을 대상(신뢰수준 95%)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86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구매 채널은 대형마트(52.4%)로 나타났고 온라인 플랫폼(17.7%), 수퍼마켓(10.1%), 창고형 할인마트(6.9%), 전통시장(6.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정근영 디자이너


“신선식품도 온라인 구매”


채소·정육 등 신선식품만 따로 놓고 보니 이 세대의 온라인 쇼핑 선호도는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신선식품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산다는 영시니어가 16.4%로, 전통시장 이용자(13.9%)보다 더 많았다. 1960년생인 이수환(64)씨는 “내일 아침에 쓸 국거리 소고기부터 감자, 토마토, 대추 같은 것도 다 쿠팡에서 산다”며 “거의 매일 온라인으로 장 보고 하루에 몇 번씩 주문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생물학적인 나이만으로는 노인을 규정 지을 수 없다. 60년대생들은 이전의 고령층과 다르다”며 “이들은 사회 활동을 하며 디지털을 경험해왔고 모바일 환경에도 잘 적응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겨냥한 온라인 플랫폼이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짐 들고 걷느니 쿠팡한다”


86세대 영시니어들이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 절약 효과다. 거기다 새벽·당일배송 서비스 덕분에 체력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1960년생 이점순(64)씨는 “장 봐서 무거운 짐을 들고 올 시간을 생각하면, 조금 더 비싸더라도 손가락으로 쇼핑하는 게 훨씬 편하다”며 “두부 등 웬만한 식료품이나 화장품, 신발, 건강보조식품 등은 모두 온라인에서 산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60대 이상 소비자층의 앱 활용 능력이 향상되면서 이들의 구매 상품이 다양해졌고, 거래액도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대형마트 3사를 꺾고 유통업계 1위로 떠오른 쿠팡에 대한 영시니어들의 선호도가 특히 높았다. 중앙일보가 대한상의와 함께 마케팅 리서치기업 칸타 월드패널에 의뢰해 2018·2022·2023년에 실시한 만 55~64세 1000가구 소비 생활 설문 자료를 분석해보니, 식품·비식품군 통틀어 이 연령대 소비자들은 온라인 쇼핑 플랫폼 중 쿠팡(37.6%)을 가장 자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위 네이버쇼핑(6.3%)과 격차는 30%p 이상이었다. 1967년생 이현숙(57)씨는 “쿠팡에 거의 모든 품목이 있는 데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배송이 빠르기 때문에 자주 쓴다”고 말했다.

즉석식품·디저트 구매도 증가


김경진 기자
86세대 영시니어의 장바구니는 5년 전 시니어 소비자들의 장바구니와 크게 달랐다. 신선식품을 덜 사고 즉석식품(HMR, 가정간편식)을 자주 구매했다. 신선식품은 회당 구매액은 상승했지만, 연간 구매 빈도가 138회(2018년)에서 119회(2023년)로 19회 줄었다. HMR의 경우 즉석밥 외에 면, 국 등 기타 즉석식품 구매가 늘며 5년 새 월 평균 구매액이 4만3657원에서 11만4460원으로 2.6배 이상 커졌다. 디저트 구매 지출도 늘었는데 커피에 쓰는 돈이 5년 전보다 78.1% 늘었고, 음료(56.4%), 과자류(35%), 유제품(6.8%)에 대한 씀씀이도 커졌다.

김민석 대한상의 유통물류정책팀장은 “현재 만 55~64세인 86세대는 활동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하고 소비 생활을 즐기며 자신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며 “건강관리, 의약품, 첨단의료기기나 건강관리 서비스(헬스케어 서비스)와 같은 웰빙 관련 업종, 여가·여행 등과 관련한 산업은 특히 이들 세대의 소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미·이수정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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