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난 에코프로 3형제…'2차 전지' 주식은 이때 사라

김도년 2024. 5. 2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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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 찍고 내리막’ 2차전지 사업보고서 해부

■ 경제+

「 2차전지 주가는 2021년 이후 폭발적으로 올랐지만, 현재 진퇴양난이다. 2차전지 산업과 함께 가는 전기차 시장이 대중화 단계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게 배경이다. 이른바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 구간’에 들어섰다. 여기에 원재료 가격, 경쟁 구도, 친환경 정책 등은 불확실성이 크다. 그렇다고 관심의 끈을 놓을 수도 없다. 주가는 지난해 여름을 정점을 찍고 계속 내렸고, 언제 반등 국면을 맞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머니랩은 국내 증시에 상장한 주요 2차전지 종목의 사업보고서를 대해부했다. 위험 요인과 체크포인트까지 싹 정리했다.


1. 에코프로, 광물·판매가 연동…2분기까진 리튬값 하락 지속


먼저 분석할 대상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에코프로그룹(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머티)과 금양이다. 두 회사는 블룸버그 집계 결과, 지난해 전 세계 주가 상승률 1·2위(에코프로 571%, 금양 368%)에 올랐다. 이들은 다시 뜨거워질 수 있을까. 사업보고서가 들려주는 얘기에 귀를 세워 보자.

# 에코프로그룹 사업보고서 톺아보기

김영옥 기자

에코프로그룹은 2차전지 성능을 좌우하는 양극재(에코프로비엠), 양극재 원료 물질인 전구체(에코프로머티) 생산을 주력 사업으로 한다. 이들 회사가 생산하는 2차전지 소재는 주로 삼성SDI·SK온 등 배터리 제조사로 납품된다. 양극재는 세계 시장 점유율(2022년 기준) 1위다. 하지만 주가는 지난해 3분기까지 급등한 뒤 지금은 조정 국면이다. 지난해 고점에 비하면 62% 하락(에코프로비엠 기준)했다.

증권가 시선은 대체로 보수적이다. 에코프로비엠의 양극재 시장 점유율은 낮아지는 추세인데, 기업가치 대비 주가(밸류에이션)는 해외 경쟁사보다 높아 당분간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거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주가 하락세를 예상할 수 있는 근거는 사업보고서에도 나타난다. 먼저 나빠진 수익성이다. 주력 자회사 에코프로비엠의 영업이익률은 2022년 7.1%에서 지난해 2.3%로 떨어졌다. 배터리 출하량이 감소한 데다 리튬·니켈 등 광물 가격 하락에 따른 역(逆) 래깅효과(Lagging Effect)가 작용했다. 래깅효과는 원재료 구매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이 다른 데서 오는 손익 효과다.

김순주 에코프로 IR팀장(상무)은 “과거 비싸게 구입한 원재료로 제품을 만든 뒤 현재 시점의 낮은 광물 가격에 맞춰 제품 가격을 정해 판매하다 보니 수익성이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설비투자 부담도 크게 늘었다. 에코프로비엠은 2021년 설비투자(CAPEX)에 2360억원을 지출했지만, 지난해에는 이보다 3.2배 증가한 7562억원을 썼다. 이에 박재하 에코프로 전무는 “고금리 상황, 캐즘 구간을 빠르게 지나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주사 안에 ‘원가절감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비용 감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2. “4분기 북미 전기차 수요 회복…그때 주가 반등 본격화할 것”


‘에코 3형제’ 투자 시 봐야 할 것은 세 가지이다.
차준홍 기자

①‘판가연동제’에선 리튬 가격이 곧 실적=에코프로의 실적이 좋아지려면 제품 판매가격(P)이 오르거나, 판매량(Q)이 증가해야 한다. 판매가격의 경우 광물 가격 반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증권가에선 올해 2분기에도 광물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판매가격도 떨어질 것으로 본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도 판매 물량이 전년 대비 역(逆)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3분기부터는 양극재 판매 물량이 본격적으로 늘면서 이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②판매량 개선은 북미 전기차 시장이 핵심=판매량 개선 여부는 GM·테슬라 등 북미 완성차 제조사의 수요를 확인해야 한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GM과 테슬라의 수요가 하반기부터 회복하기 시작해 2차전지 주가는 올해 4분기에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③설비 증설 목표 줄이면 주가 떨어진다=설비 증설 목표를 줄이거나 증설 계획이 지연되는지도 중요한 체크포인트다. 외형 성장세가 주춤해질 수 있고, 이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회사는 최근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에코프로비엠은 일부 양극재 공장 가동률을 계획보다 낮췄지만, 현재까지 설비투자 규모나 시기를 조절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금양 사업보고서 톺아보기

신재민 기자

금양은 발포제(스펀지·플라스틱 제품 제조용 첨가제) 생산을 주력 사업으로 해오다, 2021년부터 2차전지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 4695 모델을 개발했다.

금양은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씨가 지난해 5월까지 홍보이사로 몸담았던 회사로 개인투자자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에 반해 이 회사를 분석 대상으로 삼는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한 곳도 없을 만큼 기관투자가의 평가는 인색하다. 배터리 사업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3. 금양은 2차전지 의지 크지만 관련 매출 없는 점 감안해야


기관투자가들은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이 금양에는 다소 벅찬 모험이 될 것으로 본다. 이 회사가 도전하는 제품은 배터리셀(양극·음극·분리막 등으로 구성된 배터리 기본 단위)이지만 LG에너지솔루션 등 경쟁사와 비교하면 체급에서 크게 밀린다. 체급 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금양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장호철 금양 경영기획팀 상무는 “금양은 오직 원통형 배터리, 제품으로는 21700과 4695 두 모델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설비투자, 인재 확보 부담이 적다”고 설명했다.

금양 투자 시엔 세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신재민 기자

①단기부채 급증에 ‘계속기업 불확실’=금양은 투자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자사주를 처분(1800억원)하거나 이자율 3.45~8.19%에 달하는 단기차입금(2661억원)에 의존하고 있다. 단기차입금의 상당 부분은 이 회사 류광지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특수관계회사 케이제이인터내셔날(1438억원)·케이와이에코(664억원)로부터 빌린 돈이다. 주로 대출, 그중에서도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에 투자금을 의존하다 보니 현금 유동성 지표가 크게 나빠졌다. 이 때문에 금양의 회계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에 기업이 계속해서 사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계속기업 관련 중요한 불확실성’을 적시했다. 물론 류 회장과 특수관계법인이 대출한 금액은 일종의 ‘부모님 대출’처럼 계속 만기가 연장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단기차입금과 성격이 다르다는 견해도 있다.

김영옥 기자

②콩고광산, 에스엠랩 벌써 손실=2차전지 사업 투자 과정에서 벌써 손실도 발생하고 있다. 2022년 투자한 콩고 리튬 광산(CHARLIZE RESSOURCES SAS)과 지난해 투자한 양극재 소재 기업 에스엠랩에선 지난해 각각 70억원, 282억원의 손상차손(관계기업투자손상차손)이 생겼다.

③내부회계관리 부적정 의견 제시=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결과에서 부적정 의견이 제시된 점도 투자 위험 요인이다. 내부회계 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받지 못한 회사는 추후 회계 오류, 분식회계 등으로 감사의견이 거절될 확률이 높다. 다만 금양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사업에는 진심인 것으로 보인다. 류 회장 등은 금양의 지분 감소(2020년 46.2%→2023년 39.6%)를 각오하면서 보유 주식을 팔아 공장 건설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했다. 다만 기존 투자자 입장에선 대규모 금양 주식이 시장에 매각되는 것은 달갑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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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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