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퍼·빵퍼에 꿈퍼까지… 캄보디아 어린이들에 꿈과 희망 선물”

박용미 2024. 5. 21.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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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미션 어워드] 해외선교부문 수상 석미자 캄보디아다일공동체 원장
석미자(가운데) 캄보디아다일공동체 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 빌딩에서 열린 ‘2024 국민미션어워드’ 시상식에서 최일도(왼쪽) 다일복지재단 이사장, 김연수 사모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2024 국민미션어워즈’에서 해외선교부문을 수상한 석미자(59) 캄보디아다일공동체 원장은 2007년부터 캄보디아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해왔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캄보디아다일은 무료급식(밥퍼)과 빵 나눔(빵퍼)으로 시작해 기술학교(꿈퍼)까지 설립해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동대문구 다일복지재단에서 만난 석 원장은 “캄보디아 어린이들과 청년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아 낙심하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만들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다음은 석 원장과 일문일답.

-수상을 축하드린다. 소감은.

“선교사로서 상 받는 게 부끄럽다. 더 깊은 오지에서 이름도 빛도 없이 사역하고 있는 분들이 참 많은데 내가 받게 됐다. 송구하기도 하고 큰 책임감이 느껴지는 상이다.”

-다일공동체와 인연을 맺은 지 오래됐다고 들었다.

“내가 서울장신대에 다닐 때 최 목사님이 신앙수련회에 주 강사로 설교하러 오셨는데 큰 도전을 받아 1990년부터 다일에서 봉사를 하게 됐다. 당시 청량리역 근처에 옥탑방 다일교회가 있었는데 수요일마다 찾아가서 기도하고 예배도 드렸다. 그 후에는 내가 다른 교회 교육전도사로 부임하면서는 다일을 위해 기도만 하고 있었다.”

-어떻게 다일과 다시 만나게 됐나.

“2006년부터 캄보디아 국립대학교 한국어과 교수로 사역하게 됐다. 가서 보니 캄보디아에도 다일공동체가 빈민촌 주민들과 아이들을 위한 무료급식 사역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다일 사역이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1년여간 모른 척하고 연락도 안 했다. 그 당시에도 다일은 캄보디아에서 제일 어려운 곳만 찾아다니며 사역하고 있었다.

어느 날 한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같은 식당에 식사하러 온 최 목사님을 만났고 나를 바로 알아보셨다. 최 목사님이 ‘아이들한테 밥만 줘서 되겠니. 영의 양식도 주자’고 하시면서 주일예배를 맡아달라고 부탁하셨다. 그날로 잡혀서 지금까지 사역하고 있다. 원장이 된 지는 이제 7년이 됐다.”

석 원장이 캄보디아 시엠립에서 현지 어린아이를 돌보는 모습. 캄보디아다일공동체 제공


-캄보디아다일이 하는 사역들은.

“2004년 수도인 프놈펜에 분원, 2년 뒤 시엠립에 지부가 세워졌다. 처음엔 밥과 빵을 무료로 나눠줬고 지금은 해외 다일 최초로 기술학교까지 세웠다. 시엠립이 앙코르와트 유적이 있어서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 한 여행사가 관광도 하고 다일에서 봉사도 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했는데 관광객들의 호응이 높아 다일 사역이 많이 알려졌다. 지금 현지 스태프가 35명으로 한국다일공동체 본부보다 많다.

현재 다일직업기술학교에는 재봉미싱학과 뷰티미용학과 한국어과 등이 개설됐다. 한국어과 경우는 인근 국립대학 학생 수보다 우리 기술학교 학생 수가 더 많아서 대학이 우리 학교에 위탁 교육을 부탁할 정도다. 최근에는 경기도 양평군과 협력해 지난해 35명, 올해 77명 캄보디아 학생이 한국에 들어와서 일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교사 월급이 우리 돈 30만 원 정도인데 한국에 온 캄보디아 학생들은 200만원 넘게 받고 있다. 250여명이 기술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고 이 학교를 4년제 대학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다일에서 무료급식을 받던 아이들이 훌륭하게 성장하고 있다는데.

“아이들에게 밥만 줄 것이 아니라 운동을 가르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런 오합지졸이 없었는데 밥 먹기 전 30분씩 운동을 하다 보니까 눈에 띄게 잘하는 아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전국대회 나가면 다일 태권도부 아이들이 제일 낡은 유니폼을 입고 시합하는데 금·은·동메달을 싹쓸이할 정도였다.

그 중 시타라는 자매는 새 아빠 밑에 자라며 마음에 깊은 상처가 있는 아이였다. 다일에서 밥 먹고 운동하면서 몸도 마음도 치유가 됐다. 결국 2020년 캄보디아 태권도 국가대표로 선발돼 지금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운동을 하고 있다. 또 한 아이는 대학 건축과에 진학하고 졸업해 우리 기술학교를 설계해줬다. 다일에서 밥 먹던 아이가 스태프가 돼 봉사하는 숫자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20주년을 맞은 캄보디아 다일공동체에 캄보디아 정부가 훈장을 수여한다고.

“오는 9월 9일이 캄보디아 다일공동체 20주년이다. 그동안 우리가 캄보디아 빈민촌 어린이와 청년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캄보디아 정부가 설립자 최 목사님과 나에게 훈장을 수여한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일용할 양식과 그리고 꿈을 주려고 애썼던 것뿐인데 큰 상을 받게 돼 감사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캄보디아다일의 향후 계획은.

“자립이 목표다. 현지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영어학과를 설립해 그 수익금으로 가난한 청년들에게 꿈을 주고 싶다. 캄보디아에 여생을 보내러 온 유럽인들이 많은데 그분들과 함께 영어학과를 운영해보려고 한다. 또 하나는 현재 다일직업기술학교를 증축해서 낡은 태권도장을 쾌적하게 만들고 더 많은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게 만들고 싶다. 아직도 캄보디아에는 앵벌이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아이들이 많다. 이 아이들에게 천진난만한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계속 기도하며 노력하겠다.”

‘사단법인 데일리다일’ 현황
베트남 등 11개국서 ‘K-나눔’ 이끈다
석미자(오른쪽 세번째) 캄보디아다일공동체 원장이 2019년 캄보디아 시엠립에서 열린 태권도 대회에서 다일 태권도부 아이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캄보디아다일공동체 제공

다일공동체 해외 사역은 1999년부터 시작됐다. 중국을 시작으로 베트남(2002년) 미주(2002년) 캄보디아(2004년) 필리핀(2005년) 네팔(2008년) 탄자니아(2013년) 캐나다(2014년) 우간다(2014년) 과테말라(2020년) 빈민가에 다일공동체가 세워졌다. 해외 사역의 첫 시작이었던 중국 다일훈춘어린이집은 20주년이 되던 2017년 공식적으로 중국 훈춘시에 이양했다.

해외에 다일공동체 사역이 확장되면서 2017년 ‘사단법인 데일리다일’을 창립해 더 전문적인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11개국, 22개 분원에서 아이들과 청년들을 섬긴다.

데일리다일 사역은 크게 밥퍼·빵퍼(급식지원) 꿈퍼(교육지원) 헬퍼(의료지원) 일퍼(자립지원)로 나뉜다. 밥과 빵을 나누는 무료급식은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아이들을 교육하는 ‘꿈퍼’로 이어진다. 빈곤으로 인해 학교에 갈 수 없거나 학업을 중도에 포기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호프클래스’와 ‘호프스쿨’을 통해 무상교육한다. 방과 후 수업으로 도서관 운영과 축구 태권도 미술 한국어 리코더 등을 가르치며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돕는다.

일대일 아동결연도 중요한 사역이다. 개발도상국 저소득계층 아동들은 하루 1~2달러를 벌기 위해 험한 노동현장에서 일하거나 길거리에서 구걸하며 살아가고 있다. 일대일 아동결연 후원회원들이 한 달에 보내는 3만원으로 식량, 위생용품, 생필품, 학용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2130명의 아이가 매달 후원을 받는다.

의료기술 및 인력, 장비 부족으로 고통받는 나라를 위해 의료기술과 의료장비 및 진료를 지원하고 있으며 현지인 자립을 위한 기술학교 사업도 진행된다. 2015년 네팔 대지진 때는 긴급구호와 의료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최일도 목사는 “K-나눔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밥퍼가 전 세계 빈민촌에 ‘밥퍼’와 ‘꿈퍼’를 통해 육의 양식뿐만 아니라 영의 양식도 제공하길 소원한다”며 “‘지금부터’ ‘여기부터’ ‘작은 것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나부터’ 함께 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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