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 전 젊은 최불암 연구했다, 파~하 웃음소리까지
“최불암 선생님께 누가 되지 않기 위한 사명감으로 연기에 임했다.”
‘수사반장 1958’(MBC)에서 주인공 박영한 형사를 연기한 배우 이제훈(40)은 “최불암의 모든 면모를 캐릭터로 확장하겠다는 각오로 연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종영한 ‘수사반장 1958’은 1971년부터 1989년까지 방영한 ‘수사반장’의 프리퀄(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로, 원작에서 배우 최불암이 연기했던 박영한 형사가 서울에 부임한 1958년을 배경으로 한다. 첫 회 시청률 10.1%(닐슨, 전국)로 출발한 드라마는 10회 시청률 10.6%로 종영했다. 이제훈은 종남경찰서 베테랑 형사로 성장해가는 청년 박영한을 연기했다.
20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의욕이 앞섰던 기획 초반과 달리 “정작 대본을 받고 나선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처음에는 오리지널 박영한을 ‘복사본처럼 따라 하자’는 생각으로 막연하게 준비했다. 막상 연기하다 보니 헛도는 느낌이 들었고, 최불암 선생님과 외적으로 크게 닮지도 않았는데 그저 따라 한다고 납득할 만한 연기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인간 최불암’을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선생님은 ‘수사반장’에서 냉철하고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면,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MBC, 1997~98)에선 인자하면서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캐릭터를 표현했다. 과거 ‘최불암 시리즈’의 코믹한 모습부터 광고, 그리고 요즘 진행하는 ‘한국인의 밥상’(KBS)까지 선생님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 자연스럽게 청년 박영한으로 연결하려 노력했다”고 했다. 최불암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파~하!’하는 웃음소리를 이제훈 버전으로 소화했고, 요즘 드라마에선 담기 어려운 흡연 연기는 눈빛으로 대체해 표현했다.
이제훈의 연기를 본 최불암의 반응은 어땠을까. 이제훈은 “선생님이 ‘고민한 흔적이 많아서 좋다’고 말씀해 주셨다. 덕분에 용기를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박영한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 만큼 감정과 화가 많이 담긴 모습을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조언도 주셨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드라마 초반에는 거칠고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발산하는 박영한 모습을 표현했고, 극 중 여러 사건을 거치면서 성장하는 캐릭터를 만들어갔다”고 했다.
드라마에는 중앙정보부가 개입된 주가 조작 사건 같은 권력형 범죄부터 사이코패스와 촉법소년 범죄, 옥수수 가루에 톱밥을 섞어 판매하는 사기 범죄 등 다양한 사건이 등장했다. 이제훈은 “드라마 배경이 되는 1950~60년대에서 60~70년이 흘렀지만, 현재와 동떨어진 사건들이 아닌 것 같아 소름 돋으면서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드라마 ‘시그널’(tvN), ‘모범택시 1·2’(SBS) 등에서 정의를 구현하는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그는 “이러한 작품들이 많아진 것은 그만큼 시청자의 니즈(수요)가 있어서라고 생각한다”며 “히어로(영웅)든 악인이든, 아니면 구별이 안 가는 아이러니한 인물이든 연기하는 캐릭터는 다양하게 도전하려는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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