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쓰레기 집'에서 사는 우울한 2030세대… 정신질환 때문?

이슬비 기자 2024. 5. 20. 16:5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 곳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임명호 교수는 "특히 혼자 사는 2030세대에서 쓰레기 집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며 "번아웃에 빠진 2030세대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의사 결정 마저 노동으로 생각해 쓰레기를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집은 '리셋 증후군'과 '저장강박증'의 증상이다./사진=유튜브 채널 '클린어벤져스' 캡처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 곳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배달 음식 그릇, 플라스틱 용기, 스티로폼, 빈 물병, 찌그러진 쇼핑 가방이 가득한 '쓰레기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우울증이나 무기력증을 앓고 있는 2030세대 1인 가구에서 주로 발생한다.

쓰레기를 쌓아두는 것은 '저장강박증'의 일종이다. 저장강박증은 강박장애 중 하나로 물건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상태다. 심한 경우 쓰레기까지 버리지 못한다. 저장강박증인 사람은 쓰레기를 애착 대상으로 생각하거나, 쓰레기를 버릴지 말지 결정하지 못해 쓰레기를 모으게 된다.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임명호 교수는 "특히 혼자 사는 2030세대에서 쓰레기 집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며 "번아웃에 빠진 2030세대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의사 결정 마저 노동으로 생각해 쓰레기를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은 정신질환인 '리셋 증후군' 증상이기도 하다. 리셋 증후군은 컴퓨터 리셋 버튼을 눌러 초기화하듯 현실도 다시 되돌릴 수 있다고 착각하는 현상이다. 임명호 교수는 "쓰레기를 치우려면 노력과 에너지를 써야 하는데, 이런 현실을 회피하게 된다"며 "쓰레기가 산처럼 쌓이는 것을 보며 무기력해지고 우울함이 동반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쓰레기가 쌓인 장소를 피해 새로운 곳으로 주거 공간을 바꿔버린다"며 "이렇게 방치된 쓰레기를 회피하고 새로운 장소로 옮겨버리는 것이 리셋 증후군의 증상이다"고 했다. 쓰레기 집은 1인 가구에서 주로 발생한다. 집을 방문하는 사람도 적고, 혼자 살기 때문에 쓰레기를 따로 치워주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집 밖에선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집 안은 쓰레기로 가득 찬 사람도 있다.

저장강박증은 리셋증후군과 유기적인 관계다. 임 교수는 "쓰레기를 처리할지 말지 고민하는 저장강박증으로 인해 쓰레기가 쌓이고, 이는 막대한 양의 쓰레기로 인해 무기력함과 우울함이 동반한다"며 "결국 쓰레기를 회피해 새로운 곳으로 주거지를 옮기는 리셋 증후군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쓰레기 집을 청소하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청하거나, 사설 청소 업체에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쓰레기를 치운다고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임명호 교수는 "쓰레기를 치우고 나서 6개월이 지나면 다시 쓰레기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정신과 상담을 통해 본질적인 우울증, 강박증, 무기력증 등을 치료해 쓰레기 집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