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나잇’을 아세요? 성수동 ‘핫플’ 뜨겁게 달군 호기심들

최기영 2024. 5. 2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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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로 통하는 서울 성수동서 ‘질문의 밤’ 열려
“청년 세대 답 구하기 전에 질문 고찰해야”
소울브릿지교회(반승환 목사)와 라이트하우스 서울숲 교회(임형규 목사)가 19일 서울 성수동에서 진행한 ‘큐 나잇(Q night), 질문의 밤’ 현장. 소울브릿지교회 제공


19일 오후 7시, MZ세대들의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서울 성수동의 한 무대 앞으로 청년 100여명의 시선이 꽂혔다. “이제 ‘큐 코인(Q coin)’을 넣고 질문 캡슐을 하나 꺼내겠습니다.” 한 남자가 동전 뽑기 기계에서 꺼낸 질문지를 읽어내려 가자 두 남자의 거침없는 답변이 청중을 향해 던져졌다. 형형색색의 팔찌를 입장권으로 착용한 청중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소울브릿지교회(반승환 목사)와 라이트하우스 서울숲 교회(임형규 목사)가 함께 마련한 ‘큐 나잇(Q night), 질문의 밤’의 현장 모습이다. 이날 행사에는 청년들의 일상 신앙화를 돕는 애플리케이션 ‘초원AI’의 홍진우 프로덕트 매니저가 사회자로 나섰다. 대표 응답자를 자처한 반승환 임형규 목사는 연애와 결혼, 신앙생활과 개인의 믿음, 공동체 내 고민 등 2030세대들이 일상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명제들에 대해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공감을 일으켰다.

Q나잇의 진행을 맡은 홍진우(오른쪽) 어웨이크 코퍼레이션 프로덕트 매니저와 응답자로 나선 임형규(가운데) 라이트하우스 서울숲교회, 반승환 소울브릿지교회 목사.


‘신앙이 없는 이성과의 연애와 결혼’에 대해 임 목사는 한국교회 내 2030 크리스천의 성비를 언급하며 현실을 짚었다. 그는 “20대 후반만 해도 대부분의 공동체가 7대 3의 비율로 ‘여초 현상’을 보인다. 모든 남녀가 커플이 된다고 가정하면 남자 4명이 남는 셈”이라며 “20대 초중반까진 좀 더 보수적으로 신앙 공동체 내에서 인연을 찾되 그 이후엔 배우자로서 수용성이 좋은 사람을 탐색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배우자와의 이혼이 고민될 때’에 대해서는 가정 안과 밖부터 잘 살피라는 제언이 나왔다. 반 목사는 “부모의 갈등과 그 사이에 발생하는 폭력적 상황들은 자녀에게 대물림 될 수밖에 없다”며 “이성의 끈을 놓쳤을 때 지혜롭게 말릴 수 있는 어른이 집 안에 있는지, 이혼을 결단했을 때 기도로 함께 양육해 줄 신앙 공동체가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전에 받은 질문지들을 모아 둔 동전 뽑기 기계.


‘은혜롭기만 해야 할 것 같은 교회에 왜 갈등이 많은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두 사람은 신앙 공동체에 속한 이들에게 직격탄을 때리듯 현실적인 마음가짐을 주문했다.

“교회에 대한 판타지가 너무 큰 겁니다. 이 시간에 성수동 술집에 모인 사람들 중엔 술 마시면서 갈등을 풀고 있을이지 모릅니다. 근데 우리는 하루 종일 기도하고 묵상하는 공동체에 있으면서도왜 화해가 안 될까요.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목회자인 존 오트버그의 저서 제목(Evrybody’s normal till you get to know them)에서 알 수 있듯 누구든 친해지면 비정상적인 부분이 눈에 들어와요. 어떻게 하나님 믿는 사람이 그럴 수 있냐고 지적하기 전에 내 죄를 먼저 살피고 나 자신부터 천국의 열쇠로서 살아가려 발버둥치면 분명 공동체는 바뀝니다.”(임 목사)

“나에겐 좌절과 실패여도 누군가에게는 회개의 기회, 변화를 위한 하나의 사건일 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공동체 내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해요. 혹시 인간적인 욕망 때문에 갈등이 존재 하더라도 하나님이 우리에게 예비하신 과정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MZ세대에게 팝업 스토어의 성지라 불리는 지역인 만큼 이날 오후 1시부터 현장엔 크리스천 팝업 스토어들이 거리를 지나는 청년세대들의 눈길을 끌었다. 반 목사는 “7년 전부터 성수동에서 사역해오며 팝업 스토어가 어떻게 젊은 세대의 대세문화로 자리잡는 지 지켜봤다”며 “엄청나게 공을 들여 팝업을 소개하는 기업들 못지않게 우리가 소개하고 싶은 복음을 젊은 세대의 언어로 소개하는 크리스천 팝업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향후 신앙이 없는 청년들의 동참을 더 많이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다채로운 방식을 시도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Q나잇은 앞으로도 매달 한 차례씩 성수동에서 열릴 예정이다. 임 목사는 “2024년을 살아가는 지금도 ‘질문하기’를 여전히 불경스러운 일처럼 인식하는 교회가 있는 게 현실”이라며 “한국교회의 희망이 돼야 할 청년 세대와 함께 스스럼없이 묻고 고찰하며 답을 구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익명으로 질문하기에 참여했다는 윤주희(가명·29)씨는 “일상에서 고민이 많아질 때마다 즉각적인 해결책을 찾으려 주변 사람들을 닦달하곤 했는데 Q나잇에 참여하면서 차분하게 나 자신부터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Q나잇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무대 위 스크린엔 ‘질문’에 대해 스스로 묵상해봄직한 문장들이 흘렀다. 흐르는 문장들은 왜 이 시대의 청년들이 답을 찾기 전에 묻기에 집중해야 하는 지를 가슴에 새겨주고 있었다.

‘만약 내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문제를 정의하는 데 55분을 쓰고 나머지 5분을 답을 찾는 데 쓰겠다. 올바른 질문은 답을 찾는 데 5분도 걸리지 않게 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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