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장 "오재원 대리처방 연루자, 8명 넘을 수도 있어"

8명은 두산 베어스 구단 측에서 확인한 숫자
조지호 서울경찰청장 "더 있을 수 있다는 의심"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국가대표 출신 전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이 지난 3월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연합뉴스

마약 투약 및 소지 혐의로 구속된 전 두산 베어스 소속 프로야구 선수였던 오재원이 두산 구단의 평판을 크게 흔들고 있다. 당초 두산 구단은 오재원에게 협박·회유를 받아 수면유도제 성분이 들어있는 스틸녹스를 대리처방받아 오씨에게 건넨 선수가 8명이라고 밝혔으나 경찰의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인원이 적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두산 베어스 구단에서 자체로 확인해 명단을 통보한 8명과 이외 전·현직 선수 5명 등 13명의 조사를 마무리했다"며 "13명은 대리처방 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1차로 우리가 확인하고 싶었던 13명의 조사를 마쳤기 때문에 이 부분은 결정을 앞두고 있다"며 "혹시라도 더 나오는 게 있는지 들여다볼 생각이다. 구체적인 단서가 있는 건 아니지만, 두산 측에서 확인한 게 8명이고 우리(경찰)가 보기에 8명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덧붙였다.

2007년부터 2022년까지 두산에서만 뛰고 은퇴한 오재원은 현재 '마약 사범'으로 조사받고 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 협박 등), 주민등록법 위반, 특수재물손괴, 필로폰 수수 등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졸피뎀 성분의 수면유도제 2242정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으며, 대리 처방받은 수면제를 오재원에게 전달한 혐의로 전·현직 프로야구 선수 13명도 조사받았다. 13명 중 8명은 두산 현역 선수다.

이들 8명은 대부분 2군 선수로 오재원의 강압에 못 이겨 수면제를 건넸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경찰은 "위력에 의해 할 수 없이 (대리 처방을) 해줬다면 최종적인 판단에서 참고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미 오재원의 범법 행위로 큰 타격을 입은 두산으로서는 '대리처방에 연루된 선수와 관계자'가 자진 신고한 8명 외에 추가 연루자가 나오지 않기만을 바라는 상황이다. 하지만 "8명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경찰의 판단에 두산 구단은 더 조심스러워졌다.

조사 받은 두산 현역 선수 8명 외 전·현직 5명 중에도 '두산 출신 은퇴 선수'가 있다. 두산 관계자는 "구단 자체 조사를 통해 확인한 '오재원에게 대리 처방을 해준 현역 선수'는 8명"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경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신중하게 말했다.

현역 시절 두산 베어스의 핵심멤버였던 오씨는 경기장 안팎에서 과격한 언행으로 눈총을 받기도 했으나 '승부근성이 넘쳐서 그런 것'이라는 두산 팬들의 옹호 속에 16시즌 동안 두산 베어스 한 팀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그의 과격한 언행은 현역 은퇴 후에 오히려 더 심해졌다. 지난해 야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코리안 특급(박찬호)을 매우 싫어한다"며 "전 국민이 새벽에 일어나 응원했던 마음을, 그 감사함을 모르는 것 같다. (박찬호가) 해설하면서 바보(로) 만든 선수가 한두 명이 아니다. 그것에 관한 책임은 지지 않았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렀다. 이 구설로 인해 활동하던 매체에서 야구해설위원직을 해촉당하기도 했다. 다만 이는 현역 은퇴 후의 일이기 때문에 두산 베어스 구단에 대한 비난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오씨가 현역 선수시절 마약을 복용한데다가 후배 선수들에게 강요해 대리처방까지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두산 베어스 구단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