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안, '당신 집 시끄럽다'는 이웃을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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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는 아파트로 이사 온 지 2년이 넘어간다.
하지만 나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른다.
하지만 나 또한 아들 둘을 키운 엄마라, 보통은 그러려니 이해를 하고 넘어간다.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우리'라는 개념보다는 '나'라는 존재에만 집중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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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 기자]
지금 사는 아파트로 이사 온 지 2년이 넘어간다. 하지만 나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른다. 굳게 닫힌 현관문 안에 사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지도 않고 그쪽 역시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 비단 필자뿐 아니라 대도시에 사는 현대인들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 엘리베이터에서 낯선 여자분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301호 사시죠?"
"네."
인사도 없이 대화가 오갔다.
"그 집에서 쿵쿵거리는 발소리가 너무 심해서, 저희가 힘들어요."
"죄송한데 저희 집엔 식구들이 잠자는 시간 이외엔 거의 밖에서 머무릅니다.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조심해 보겠습니다."
필자의 식구들은 보통은 서울에서 생활하고, 필자와 아들 한 명은 각자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밤 9시가 넘는다. 엘리베이터를 내릴 때 그녀의 날 선 눈빛이 계속 신경이 쓰였다.
'내가 좀 더 친절하게 상황을 설명할 걸 그랬나?' 잠깐의 후회도 들었다.
사실 나야말로 층간소음의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 위층 아이들이 시도 때도 없이 뛰어다니고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나 또한 아들 둘을 키운 엄마라, 보통은 그러려니 이해를 하고 넘어간다.
이런 일들이 이웃 간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게 아닐까 생각을 해 보았다. 어린 시절에는 이웃사촌이란 말이 있을 만큼 사람들은 가까이 지냈다.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었다. 현대 사회는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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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 표지 |
ⓒ 책 읽는 곰 |
주인공 늑대는 수줍음이 많고 낯을 가려 자신의 고충을 해결하지 못하고 여러 날을 지내다가 어렵게 말을 꺼내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건 '너나 조심하세요.'라는 반응이었다.
이야기에서 동물 이웃들이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이유는 먼저 손을 내밀지 못하는 수줍음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 부분에서 필자는 공감했다.
서로 싫어서가 아니라 먼저 말을 건네지 못하는 수줍음. 반면 아이들과 노인들은 서로에게 안부를 묻는 말을 어렵지 않게 전한다. 낯선 사람에 대해 잘 경계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동심과 어른들의 연륜에서 배워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 늑대는 집들이에 이웃들을 초대한다. 관계 개선을 위한 방법이었다. 그렇게 서로를 알게 된 동물 아파트는 서로 돕고 인사하는 이상적인 곳으로 변한다.
그림책을 닫고 생각해 봤다. 나는 왜 이웃들에게 인사하지 않았을까?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게 아니었을까?
서로 겸연쩍어하는 사이 세상은 더욱 각박해지고 있다. 먼저 웃으며 인사하고 그 인사에 화답하는 문화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적어도 내 이웃에 누가 사는지 정도는 안다면, 나아가 대화를 통해 상대를 이해할 기회를 만든다면 '정'이라는 정서가 다시 생겨나지 않을까?
이런 작은 변화들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힘으로 발전해 나가리라는 기대를 해 본다. 오늘도 그림책에서 세상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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