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중심의 융·복합 기술연구, 50년 역사를 이어온 출연연 ‘한국화학연구원’ [D:로그인]

표윤지 2024. 5.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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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바이오 원료 추출 합성생물학 기술 개발
기본사업 중장기 체계 개편으로 미래 연구 50년 준비
연구자와 소통 위해 ‘기본사업 기획위원회’ 운영 예정
한국화학연구원 대전 본원 전경. ⓒ데일리안DB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공공기관의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했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치는 [로그인]처럼 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사람, 임무, 책임’ 경영가치로 글로벌 최고 연구기관 도약

화학 및 융·복합 기술분야의 연구개발과 공공 인프라 서비스를 통해 화학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있다.

한국화학연구원(KRICT)은 1976년 9월 2일 개소해 창립 50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는 1400여 명에 이르는 직원이 대전 본원과 1개의 울산 본부 1개의 여수 센터에서 근무하는 화학 전문 연구기관으로 성장했다.

화학연은 그동안 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 개발과 사회문제 해결, 화학인프라 및 인재양성, 산업발전에 필요한 정책과 전략의 수립을 통해 국가 화학산업 발전을 이끌어왔다.

지난 1년 간 화학연은 대내외적인 변화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이에 맞는 화학연의 미래를 설정하는 ‘계획 수립’의 시간을 가졌다.

화학연은 전직원 간의 소통을 바탕으로 연구원의 경영목표인 ‘기관운영계획’을 수립했다. 이 중 ‘사람, 임무, 책임’이라는 핵심가치를 통해 화학 기술 전문 글로벌 최고 연구기관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경영목표를 설정했다.

또 연구원의 중요한 미션이자 고유 임무인 기본사업에 연구원의 역량을 집중하고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본사업 추진 계획을 정비했다. 이외에도 우수한 인재들 채용하고 양성하기 위한 인력운영 계획과 기관의 인재상도 새롭게 정립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지난해에는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총 3개 기술이 선정되는 등 우수한 연구성과도 많이 창출했다.

먼저 화학연은 암모니아로부터 수소를 생산해내는 저비용 촉매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에너지·환경 분야에서 선정된 채호정 박사팀은 암모니아에서 저비용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촉매 공정 기술을 개발했는데, 기존의 귀금속 촉매 대신 저렴한 비귀금속 소재를 활용하면서 암모니아 분해 공정의 효율을 높인 기술이다. 앞으로 높은 온도의 열원 공급이 필요한 제철, 시멘트 등의 산업공정과 연계한 수소 생산 공정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이다.

아울러 원하는 바이오 원료만 추출 가능한 인공세포 개발 관련 합성생물학 기술을 내놓았다. 생명해양 분야에서 선정된 이주영 박사팀 연구성과는 인공세포 속 특정 바이오원료가 세포 밖으로 자동으로 분비되도록 신호 시스템을 인공적으로 설계하는 합성생물학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방식은 세포 속 바이오원료를 얻기 위해 세포 파괴·분해·특정 원료 추출 등 복잡한 공정이 필요하지만, 해당 성과는 한번에(one-step) 세포 속 바이오원료를 원하는 경로로 자동으로 수송해 세포 밖으로 분비할 수 있는 세계 최초 기술이다.

화학연은 다양한 인공세포 속 여러 바이오 원료를 추출하는 미생물 세포 공장에 활용하는 플랫폼 기술로서 바이오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폐폴리스타이렌(스티로폼) 화학적 재활용 촉매 공정 기술도 개발했다. 에너지·환경 분야에서 선정된 황동원박사팀이 개발한 이 기술은 폐기되는 폐폴리스타이렌(스티로폼)을 재활용하는 공정용 촉매를 저렴한 비용과 친환경적으로 생산한다.

이는 저온에서 분해하고 스타이렌 원료의 연속생산이 가능한 장점을 지닌다. 해당 기술은 22년 8월 롯데케미칼에 기술이전돼, 현재 실증·사업화를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건식 개질 세계 최대 규모 플랜트 준공,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과 안전성을 가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기술 개발, 고성능 친환경 접착 소재 개발 등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연구성과를 창출했다.

지난 3월 화학연 연구원들이 바이오 아디프산 생산을 위한 미생물 세포공장인 ‘야로위아 리폴리티카’ 균주를 배양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소통하는 조직’과 ‘안전한 환경’으로 연구원 발전 모색

올해 화학연의 경영 키워드는 ‘미션, 소통, 안전’이다. 화학연은 일본 수출규제 이슈, 사스·코로나 같은 감염병, 미세먼지와 탄소중립 등 국가적인 현안에 대응해 왔다.

이를 위해 중장기 연구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 특히 기본사업 중장기 체계 개편을 통해 연구원들의 앞으로 50년도 준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속적인 기관 발전을 위해 ‘소통하는 조직’을 만든다. 화학연은 “어느 시대 어느 조직이든 소통이 중요하다”며 “특히 학생연구원부터 전문연구위원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직급이 있는 연구기관의 특성상 소통은 기관 발전의 필수요건이자 조직문화 향상의 핵심 가치”라고 강조했다.

화학연은 핵심가치 구현을 위한 소통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제도나 시스템 등과 같은 연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직원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공모전을 개최했다.

또 조직문화 측면의 개선 의견 제안과 변화 실천의 주체로서 활동하는 조직문화 개선 태스크포스(TF)와 소통 토론회, 간담회를 운영해 왔으며 앞으로도 소통하는 조직을 위해 직원과의 간담회와 워크샵 등을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화학연은 기관 구성원들의 행복을 위한 ‘안전’한 환경을 구축하고자 한다. 화학연은 “오랜기간 연구원을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안전 이슈에 대해 모든 구성원들의 동참과 인식 전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화학연은 연구원에서 근무하는 직원뿐만 아니라 연구원에 출입하는 방문객과 업체, 공사장 작업자 등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안전한 연구원을 만든다. 특히 화학안전, 생물안전, 고압가스 안전에 관한 설비적 안전 투자와 안전관리 매뉴얼, 외부 작업 절차서와 같은 제도적 안전을 지속해서 이어 나간다. 또한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교육·훈련·체험 등 다각도의 컨텐츠를 활용할 방침이다.

한국화학연구원이 지난 3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대량생산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오른쪽부터 전남중 센터장, 김범수 박사). ⓒ한국화학연구원

R&D 예산 삭감에 2026년 기본사업 전략 새롭게 수립

화학연은 지난해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언급하며, 앞으로 이러한 외부적 환경 변화에 대응할 매뉴얼을 구상 중이라고 했다.

화학연은 “지난해 R&D 예산 조정 당시, 연구원 기본사업 추진 방향에 대한 걱정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미 수행되고 있는 연구들을 어떻게 조정해 국가가 화학연에 부여한 미션을 달성할지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본사업은 기관의 고유 임무 수행을 위한 전략적 자산으로 국가적 임무 수행과 연구원 역할 이행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볼 수 있다”며 “결국 기본사업의 구체적인 방향성에 대한 계획을 다시 한번 정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화학연은 “임무중심형 R&D 혁신, 국가전략기술 육성,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지원 등 최근 정부는 출연연을 중심으로 국가연구개발 생태계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출연연 기본사업의 전략적 수행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R&D 예산 조정 등의 외부 환경 변화에도 연착륙할 수 있는 기본사업 추진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었다”며 “연구원은 국책 연구기관으로서 기본사업의 임무중심형 수행을 목적으로, 2026년부터 새롭게 착수할 기본사업의 발굴·기획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화학연이 착수할 기본사업의 핵심 철학은 세 가지다.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 연구가 아닌 ‘해야 하는’ 연구 ▲‘사람 중심’ 기획이 아닌 ‘기술 중심’ 기획 ▲‘조직 단위’ 참여가 아닌 ‘역할 단위’ 참여 등이다.

화학연은 임무중심형 기본사업의 발굴·기획을 통해 궁극적으로 현행의 연구조직을 뛰어넘어, 화학연을 중심으로 산학연의 역량을 결집하는 기본사업을 만들 계획이다. 또 필요할 경우 조직개편, 평가제도 혁신 등의 제도적 지원을 병행할 예정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화학연은 연구자와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화학연은 연구주체들이 함께 어우러진 ‘기본사업 기획위원회’를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전직원 설명회’ 등 원내 소통을 통한 다양한 계층의 의견 수렴으로 기본사업의 문화적 측면도 동시에 다룰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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