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 대신 도서관, 강당 예배 10년째… 평일에도 북적이는 교회

이현성 2024. 5. 20.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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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 신목회열전] <20> 양승언 다움교회 목사
양승언 다움교회 목사가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중동고 정문에서 “이 학교 강당에서 예배드린 지 10년이 됐다”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 목사는 “개척을 놓고 기도모임을 진행하던 중 강당 대관을 소개받았다”고 말했다.


영어도서관 지하에서 예배를 드린다. 주일 오전 9시마다 드리는 1부 예배엔 대면보다 온라인 참석자가 더 많다. 담임목사는 설교 시간에 스마트펜으로 본문 말씀에 밑줄을 긋고 자료 화면마다 추가 설명도 덧붙인다. 현장 예배보다 성도들의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도입한 장치다.

다움영어도서관은 서울 강남구 다움교회(양승언 목사)에서 운영하는 문화시설이다. 사랑의교회 부교역자였던 양승언(53) 목사가 2013년 12월 교회를 개척하면서 예배당 대신 도서관을 지었다. 주일에만 성도들로 북적이는 공간보다 평일에도 지역 주민이 찾는 시설을 만들자는 취지에서였다. 교회 재정으로 운영되는 곳이지만 영어도서관엔 교회 간판은커녕 현판도 없다. 양승언 목사는 “일반 도서관은 이미 주변에 있어서 영어도서관의 문을 열었다”며 “‘교인들이 이용하는 곳이냐’ ‘교회를 다녀야 도서관에 자녀를 보낼 수 있냐’는 질문도 요즘엔 사라졌다”고 했다. 현재 다움영어도서관 회원은 600여명에 달한다.

대예배 격인 2부 예배는 인근 고등학교 강당에서 드린다. 2014년 개척 두 달 뒤부터 10년째다. 양 목사와 만난 지난 12일 오전 11시 무렵 다움교회 청장년 교인들은 서울 중동고 정문부터 강당까지 안내를 서고 있었다.

교회는 축구장 빌리듯 매달 중동고에 강당 대관 신청서를 내고 있다. 특혜는 없다. 중동고는 기독교 학교도 아니다. 양 목사는 “학교에서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 미리 대비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떻게 되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양 목사는 “교회를 세우려면 사람과 물질이 필요하다. 그런데 때론 이런 자원이 하나님을 의지하는 데 방해가 될 때가 있다”며 “개척을 놓고 기도 모임을 진행하던 중 강당 대관을 소개받았다”고 했다. 이어 “교회 건물은 주일을 제외하면 대부분 비어 있지 않나. 공원처럼 누구나 와서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을 지어 공동선을 추구하고 싶었다”며 예배당 대신 영어도서관을 세운 배경을 설명했다.

양 목사의 목회 방침은 다움교회 재정 운영 원칙에서도 확인된다. 교회는 재정 3분의 1을 이웃 섬김에 사용하고 있다. 예배당 대신 선택한 ‘다움하우스’ 1호 건물인 영어도서관 외에도 교회는 다움하우스 2호를 설립해 발달장애인 주민들에게 사랑을 흘려보내고 있다. 양 목사는 “하나님이 교회를 세우신 목적은 예배 훈련 선교”라며 “교회 재정 역시 세 가지 목적에 맞게 쓰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다른 사람의 발을 씻길 때 내 손도 깨끗해진다”며 “나에게서 우리로 시선을 돌리고, 교회 내부에서 교회 바깥으로 지향점을 전환할 때 교회는 더 건강해진다”고 강조했다.

교인들은 연대와 사명감으로 충만해 있었다. 이규천(74) 장로는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개척교회에서 헌신하고 싶어 사랑의교회에서 나왔다”며 “다움교회는 봉사하는 교회다. 담임목사님은 말씀과 행동이 같으신 분”이라고 말했다. 김종준(71) 장로 역시 “다움교회는 매주 말씀의 은혜가 넘치는 교회”라며 “새벽예배에도 매일 참석 중이다. 삶이 변화할 씨앗을 심어주시는 목사님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2014년 말부터 교회에 출석 중이라는 김재현(29)씨는 “부모님 따라서 다움교회에 왔다”면서도 “교회 사역도 좋고 목사님 말씀도 좋다. 다움교회는 자발적으로 다니고 있는 생애 첫 교회”라고 했다.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지역사회를 함께 섬겨주시는 성도분들께 감사해요. 목회자로서 부족함을 느낄 때가 많거든요. ‘조금 더 준비된 목회자라면’ ‘좀 더 능력 있는 목회자라면’ ‘성도들을 더 잘 섬길 수 있다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가장 힘든 시간이죠. 그래도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성도들 덕분에 기쁘게 사역합니다.”

양 목사는 이같이 말하면서 “요즘 목회 환경을 성찰할 때마다 옥한흠 목사님 말씀이 유독 생각난다”고 했다. 그는 “옥 목사님께서 부교역자들에게 ‘너희들은 안됐다. 내가 목회할 땐 열심히 하면 열매를 맛볼 수 있었는데, 너희들 때엔 그렇지 못할 것 같다. 우리가 더 잘해야 했는데 미안하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며 “실제로 열심에 견줘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겐 목회적 열매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교회는 목회적 열매보다 본질을 추구해야 한다”며 “당장 목회적 열매가 없다 하더라도 목사가 교회의 본질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추구할 때 하나님께서 길을 보여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양 목사는 “히브리서 11장에 등장하는 믿음으로 세상을 이겼던 ‘어떤 이들’(36절)을 존경한다”며 “이름도 빛도 없이 살더라도 하나님 앞에 믿음의 사람으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글·사진=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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