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리베르타스의 아름다운 도시국가, 산마리노

2024. 5. 2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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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이탈리아 반도에는 3개의 국가가 존재한다. 거대국가인 이탈리아, 세계 최소국 바티칸 시국(市國), 그리고 세 번째로 작은 산마리노 공화국이다. 산마리노 공화국은 인구 3만4000명, 서울시 면적의 10분의 1인 미니 국가지만, 엄연한 UN 가입국이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입헌 공화국이다.

301년 크로아티아 출신의 석공 성 마리누스가 로마의 종교 박해를 피해 티타노 산에 기독교 공동체를 이룬 게 이 나라의 기원이다. 그는 공동체의 독립, ‘리베르타스’를 유언으로 남겼다. 1849년 이탈리아 통일 독립 전쟁 때, 국민 영웅 가리발디는 오스트리아군에 밀려 이곳까지 피신했다. 산마리노 시민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그의 군대를 보호해 통일 전쟁에 공헌했고, 그 대가로 자유와 독립을 지킬 수 있었다.

공간과 공감

초기부터 로마식 집정관제 공화정치를 채택했다. 현재 임기 6개월의 2인 집정관이 국가의 공동 수반으로, 입법부인 60명 정원의 대평의회에서 선출된다. 복수제와 짧은 임기는 독재를 막는다는 취지이며, 6개월 단위의 취임식은 이 나라 최대의 관광상품이기도 하다. 200여 명의 군도 대부분 위병과 의장대로 홍보와 관광 목적이 우선이다. 관광산업이 국가 경제의 50%를 차지하며 특히 세계적 컬렉션 대상인 우표와 화폐가 주요한 수출품(?)이다.

신기한 역사와 체제를 모르더라도 산마리노는 자연의 장엄함과 중세도시의 아름다움으로 충만하다. 험준한 바위산의 세 봉우리에 각기 요새와 감시탑을 세웠고 성벽으로 연결했다. 산악지대에 조성된 올드타운은 구불거리는 도로와 골목들, 시간의 흔적이 역력한 오래된 건물들, 그 속에서 평온한 시민들의 일상으로 가득하다. 숱한 훼손과 복구 과정에서도 ‘역사지구의 중세화’를 위한 노력 끝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산마리노의 국기에는 3개의 요새 그림 밑에 ‘LIBERTAS’라 적혀있다. 시종일관 독립의 열망이 연간 400만이 방문하는 관광 강소국을 만든 것이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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