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 고객 양산하는 보험설계사 영입 전쟁 [취재수첩]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4. 5. 1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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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 쟁탈전이 너무 심각합니다. 자꾸만 이직을 하다 보니 고아 고객이 급증하고 있어요.”

국내 한 보험사에서 활동 중인 18년 경력 보험설계사 A씨의 탄식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기존 설계사가 자리를 뜨면서 소비자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는 걱정이다. 고아는 보험 계약을 따낸 설계사가 이직하면서 관리를 못 받고 방치되는 고객을 뜻하는 보험업계 용어다.

보험설계사 스카우트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고아 계약뿐 아니다.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커진다. 설계사는 고액 정착지원금을 선지급받고 모집 계약으로 갚아나가는 구조다. 고객별 맞춤 상품보다는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추천한다든지, 기존 고객에게 유리한 계약을 해지시키고 무리하게 새 보험에 가입시키는 등 유인이 그만큼 커진다.

숫자가 증명한다. 최근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 2년 보험 계약 유지율은 65.4%다. 1년 계약 유지율은 84.4%로 상대적으로 높지만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판매 수당 환수 기간이 끝나는 2년부터는 계약을 대거 해지하는 셈이다. 3년 유지율은 57.3%에 그쳤다. 계약 유지율은 보험업계 완전판매 지표로 활용된다.

구조적인 문제다. 엇비슷한 상품이 쏟아지는 가운데 법인보험대리점(GA) 설계사 보유 수에 따라 보험 판매 실적이 좌우되고 있다.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대형보험사가 자회사형 GA를 잇따라 설립하며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지난해 도입된 새 회계기준도 영향을 끼쳤다. 보험사마다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 보험 판매에 집중하면서 GA 영향력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땐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다. 부당한 계약 전환이나 과도한 수수료 경쟁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할 때다. 투자도 아닌 보험이 소비자 불안감을 키워서야 시장이 클 수 없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9호 (2024.05.15~2024.05.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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