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산업은 제주에 장밋빛 미래를 선사할까?

김순애 2024. 5. 1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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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우주센터부터 발사체 기업까지... '평화의 섬' 제주에 군사화 가속 비판도

[김순애 기자]

2005년 정부는 제주도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했다. 당시 선언문은 '제주4・3의 비극을 승화시키고 제주의 지정학적 특성을 살려 21세기 탈냉전시대의 동북아 평화 구축과 국제적인 교류 협력의 장'을 열어줄 것을 제주에 요구했다.

일제의 중국 침략 전초기지와 태평양 전쟁의 마지막 결전지가 되어 군사기지가 되었던 제주도는 지리상 군사적 요충지다. 제주도민들의 반대를 무릎 쓰고 군이 강정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한 것도 전략적 요충지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옛 탐라대 부지 활용 방안'에 대해 도민 공론화를 청구한 우주군사화와 로켓발사를 반대하는 사람들, 정의당제주도당, 제주녹색당 세 단체 및 정당은 옛탐라대학교 부지에 계획된 우주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심각한 환경적 문제와 더불어 제주의 군사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라 비판한다. 이 주장의 맥락을 따라가보려 한다.

한화우주센터는 첨단 무기 공장일까?

4월 29일 탐라대학교 부지에서 위성 제조 공장인 한화우주센터 기공식이 열렸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를 포함한 관계자들과 하원 마을 주민들이 참석했다. 
 
▲ 한화우주센터건립기공식 .
ⓒ 제주도
 
이날 어성철 한화시스템 대표이사는 "제주한화우주센터 구축을 통해 육지와 바다, 하늘을 넘어 우주까지 연결하는 대한민국 위성 산업의 새로운 심장으로 약동"하겠다고 말했다.

방산분야와 ICT(정보통신기술) 분야가 주 사업인 한화시스템은 '40년 이상의 육·해·공·우주·사이버를 아우르는 첨단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한 방산전자 국내 1위 기업' '지상, 해양을 넘어 항공우주 및 사이버 분야로 미래 방위산업 역량을 끊임없이 확장' 등이라고 홈페이지에서 자사를 홍보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의 2023년 전체 매출액 2조3991억 원 중 방산분야 매출액이 1조8170억 원으로 78%에 해당한다. 한화시스템은 우리가 일반적인 무기로 생각하는 전차나 함정처럼 겉으로 보이는 무기가 아니라 무기에 탑재되는 각종 시스템과 장비를 납품한다. 또 '국내 소형 SAR 위성군 체계 독자개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하여 소형 SAR 위성 EQM(시험인증모델)을 개발 진행'하고 있으며 '기존 중·대형 위성을 보조하는 실시간 감시를 실현하기 위해 소형 SAR 위성 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제주에 지어질 한화우주센터는 저궤도 위성 조립과 성능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구관측 위성은 센서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법과 여러 개의 소형 위성을 군집형태로 구성해서 자주 쏘아 올리는 방법 두 가지로 발전되어 왔는데 저궤도에서 활동하는 지구관측 위성 특성상 여러 개를 군집해서 운용하고 재방문 주기를 단축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다. 더 작고 저렴하게 여러 대를 대량 제작하여 촘촘한 간격으로 빨리 궤도에 올리는 초소형, 양산형, 군집 방식은 뉴스페이스 시대 위성의 특성들이다.

초소형군사위성 여러 대를 띄우는 초소형위성체계 사업

최근 들어 우주는 군사안보 측면에서 핵심적인 영역이 되고 있다. 국방부는 2021년 9월 발표한 '2022~2026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국방 우주력 발전을 위해 기반전력을 지속 확충'할 것이며 이를 위해 '군 전용 정찰위성'과 함께 경량 위성 수십 개를 띄워 북한 등 관심권역을 감시·정찰하는 '초소형위성체계'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초소형위성체계사업 .
ⓒ 방위사업청
 
2022~2030년까지 약 1조 4223억 원을 투입하여 초소형 SAR 40기, 전자광학(EO)/적외선(IR) 4기 등 총 44개의 위성을 쏘아올리겠다는 계획에 따라 국방과학연구소는 작년 5월 17일 한국항공우주와 한화시스템과 초소형 위성 체계 개발 사업을 위한 영상레이더(SAR) 검증 위성 1기 개발 계약을 각각 672억원, 679억원 규모로 체결하였다. 군은 두 업체의 경쟁을 통해 초소형 SAR 설계·시제품 제작·시험평가를 통해 검증한 후 양산가능한 무기체계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 계약에 따라 2027년 6월까지 실제 우주로 발사할 초소형 SAR 위성의 비행모델(FM)을 개발해야 하는 한화시스템은 작년 7월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제주민간우주산업 육성 MOU를 체결하고 제주에 저궤도 위성을 조립하고 시험하는 소형위성제조공장 설립 계획에 돌입한다. 즉 탐라대학교 부지에 들어설 한화우주센터는 군의 초소형위성체계사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국가정보원이 제주국가위성운영센터의 우주안보 업무 담당

2022년 제주 구좌읍 국유지 46만㎡, 도유지 62만㎡ 규모의 땅에 제주 국가위성운영센터가 들어섰다. 국가위성운영센터 부지 확보를 위해 제주특별자치도가 도유지를 매각하는 내용을 담은 '2021년도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을 도의회에 제출하면서 국가위성운영센터 건립 계획이 제주도민들에게 알려졌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강정평화네트워크 등 제주의 시민단체는 '군과 민간 우주산업은 속성상 상호 활용을 추구'한다며 '모든 위성들이 군에게 눈과 귀처럼 정보를 제공하다는 점에서 '전략 자산'이요 군사적 기능을 가질' 것이라며 제주섬의 군사화를 우려하는 내용의 비판 성명을 냈다. 
▲ 국가위성운영센터 앞에서 시위하는 사람들 .
ⓒ 최성희
 
이 우려를 뒷받침하는 것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4월 23일 시행에 들어간 '안보 관련 우주안보 업무규정 전부개정안'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우주 분야의 안보 강화'를 목적으로 '국가우주안보센터'를 신설하게 되고 위성자산 등의 안보 관련 우주 정보의 수집ㆍ작성ㆍ배포 업무 외에 위성자산 등의 안보 관련 위협에 대한 대응 및 보안 업무 등을 담당하며 국가위성운영센터의 우주안보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2030년까지 국가위성운영센터가 담당하게 될 저궤도위성 70기가 우주안보강화의 목적으로 사용된다는 의미이다.

작년 12월 29일에는 위성영상 수신, 처리, 분석 업체 컨텍이 제주도에 조성하고 있는 ASP(Asian Space Park)가 투자진흥지구로 선정됐다. ASP는 총 12기의 저궤도 위성용 안테나가 설치되는 국내 최대의 민간 우주지상국 단지이다.

컨텍은 2020년 구좌읍에 제주지상국을 설치하였으며 2022년에 방산관련 업체로 등록하였다. 현재 컨텍의 제주지상국은 대전에 있는 본사와 제주의 국가위성운영센터에서 원격으로 운영하고 있다. 컨텍과 한화시스템은 지난 3월 저궤도 위성 관련 지상국 활용 분야의 협력 등을 내용으로 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위성 발사체를 개발하고 제조하는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역시 2021년과 2022년 제주에서 세 차례 액체시험 발사체를 발사한 데 이어 작년 11월 2일에는 옛 탐라대학교 부지에서 기체 수직 이착륙 시험을 진행했다. 해상 발사장 운영 등의 내용으로 제주도와 업무 협약을 맺은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올 상반기 제주의 해상발사장에서 발사체 '블루 웨일0.4'(BW-0.4)를 쏘아 올릴 예정이다.

우주산업은 제주에 장밋빛 미래를 가져올까?

위성을 제조하는 한화우주센터, 발사된 저궤도 위성을 안보적 목적으로 관리하게 될 국가정보원의 국가위성운영센터, 발사체 기업들이 모두 제주에 모여들고 있다. 제주는 앞으로 첨단우주산업으로 고용도 창출하고 지역 경제도 살리게 되는 장밋빛 미래를 가질 수 있을까?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어느 때보다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해군 함정의 제주 해군기지 입항이 부쩍 늘었고 지난 3월에는 제주 해군 기지에서 한미 연합연습이 진행되었다. 함대지 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를 탑재한 이지스 구축함 히긴스함의 입항에 대해 당시 해군 관계자는 "히긴스함 입항을 계기로 한미 해군 간 교류협력을 증진하고,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공고히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평화의 섬 제주에서 과거 태평양전쟁의 결전지였던 제주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덧붙이는 글 | 글쓴 이는 제주녹색당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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