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쇼핑 대신 K팝 체험'…여행수지 적자폭 5년여만에 최대

정종훈 2024. 5. 19. 16: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날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6일 인천국제공항이 이용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올해 1분기 여행수지가 분기 기준으로 5년 반 만에 가장 큰 적자 폭을 나타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내·외국인 관광객 수가 함께 늘고 있지만, 예전과 비교해 해외로 나간 내국인보다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지갑이 상대적으로 덜 열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1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여행수지(잠정치)는 39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 유행 훨씬 전인 2018년 3분기(-41억7000만 달러) 이후 최대 적자 규모다. 여행수지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비스수지도 2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1분기 경상수지 흑자가 168억4000만 달러이긴 하지만, 수출을 통한 상품수지 흑자를 여행 등 서비스수지 적자가 상당수 깎아 먹은 셈이다.

이는 엔데믹으로 외국인 입국자만큼 내국인 출국자가 빠르게 늘어난 영향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해외로 나간 여행객 수는 742만명으로 2019년 1분기(786만명)의 94.4%까지 회복했다. 올 1분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340만명으로 5년 전의 88.6% 수준이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옥 기자


특히 최근 내·외국인의 관광 소비 '온도차'가 적자 폭을 키우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내국인이 해외에서 쓴 금액인 여행지급은 올 1분기 74억4000만 달러로 2019년 1분기(80억2000만 달러)와 비교하면 7.2%만 줄었다. 출국자 수를 고려하면 외국 관광에 나선 한국인들이 예전과 비슷하게 돈을 쓴다는 의미다.

직장인 최모(38)씨는 지난 2월 설 연휴를 활용해 일본에 일주일 휴가를 다녀왔다. 엔저(円低)를 타고 오사카·교토 등에서 먹거리 여행에 집중했고, 돌아올 땐 술·라멘 같은 선물도 한가득 사 왔다. 그는 "체감 물가가 싸게 느껴지니 국내에서보다 지갑이 쉽게 열렸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이 외국인 관광객 등에게 벌어들인 여행수입은 올 1분기 35억4000만 달러로 5년 전(49억9000만 달러)보다 29% 감소했다. 한국 관광을 온 이들의 씀씀이가 코로나19 유행 전보다 뚜렷하게 줄어든 걸 보여준다. 이는 단체 여행으로 대표되는 중국 '유커'(遊客)가 이탈하고, 외국 관광객의 전반적인 여행 트렌드도 K콘텐트나 캠핑, 식도락 같은 체험 중심으로 변화한 여파로 분석된다.

지난 7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외국인 관광객 등이 지나가는 모습. 뉴스1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이 한국 관광 선택 시 '쇼핑'을 고려한다는 비중은 2019년 72.5%에서 지난해 49.5%로 급감했다. 또한 방한 중국 관광객이 참여하는 활동에서 쇼핑이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95.1%에서 68.2%로 떨어졌다. 국내 면세업계는 여행객이 늘어난 올 1분기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하거나 이익이 줄어드는 등 저조한 성적표를 이어갔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개별 여행에 나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기존의 장소·쇼핑 위주 여행이 체험 중심으로 바뀌었다. 중국 관광객도 이전보다 한국 여행 경험이 늘면서 친척→가족→본인 등으로 쇼핑 대상이 점차 축소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여행수지 적자 행진은 당분간 큰 변화 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여행수지를 개선하려면 외국인 관광객 수 확대·체류 기간 연장 등을 함께 이끄는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훈 교수는 "서울에만 집중된 외국인 관광을 부산·광주·경주 등 새로운 지방 권역으로 유도하면서 여행객 지출과 체류일을 늘려야 한다"면서 "국내 관광지의 '바가지' 인식 등도 개선해야 해외로 나간 내국인 수요까지 끌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