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까지 소송 내나”…지나친 ‘정책의 사법화’ 지적도

나성원,이형민 2024. 5. 1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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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이 법원 항고심에서 각하‧기각으로 일단락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온갖 갈등이 법원으로 몰려드는 '사법화 현상'이 되풀이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판사를 지낸 한 변호사는 "법원이 의대 증원 문제에 어디까지 개입하는 게 맞는지,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다룰지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 결정문"이라고 평가했다.

법조계에서는 그간 의료계가 정부와 대화하지 않고 법원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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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사법부 오기 전 타협해야 했을 사안”
판단 내린 법관 겨냥 공격도 되풀이
“법원 결정 승복해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모습. 연합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이 법원 항고심에서 각하‧기각으로 일단락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온갖 갈등이 법원으로 몰려드는 ‘사법화 현상’이 되풀이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갈등을 정치‧사회적으로 원만히 해결하지 못하고 소송을 제기해 ‘끝장 승부’로 몰고 가는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는 결정문에 “의대 증원 집행 허용과 정지 중 어느 것이 의료대란을 해결에 도움이 될지 단언하기 어렵다”면서도 “적어도 집행을 정지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도할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의대생의 경우 증원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 여지가 없지 않다”면서도 “의대 증원 필요성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의료계 파업에 대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문제를 적절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아니다”며 정부 측 손을 들어줬다. 부장판사를 지낸 한 변호사는 “법원이 의대 증원 문제에 어디까지 개입하는 게 맞는지,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다룰지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 결정문”이라고 평가했다.

법조계에서는 그간 의료계가 정부와 대화하지 않고 법원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이런 사안은 정부, 여야와 의료계가 협의해서 사법부에 오기 전에 타협으로 끝났어야 했다”며 “그러지 못한 상태에서 소송이 제기됐으니 법원은 기본적 역할과 법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 출신 변호사는 “만약 인용 결정을 한다면 법원 결정으로 의대 증원을 무산시키는 게 되지 않느냐”며 “법관은 선출직도 아닌데 그런 역할을 할 자격이 되는지 의문이고, 그런 고심도 법원 판단에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월권을 했거나 법을 위반했다면 사법 판단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의대 정원은 순수한 정책적 판단”이라며 “정책의 문제를 자꾸 사법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고법에는 32개 대학 의대생 1만3000명이 제기한 3건의 집행정지 소송이 남아 있다. 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는 지난 17일 담당 재판부에 ‘신속한 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달 31일로 예정된 각 대학 입시요강 발표 전 신속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번에도 승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법관은 “행정의 내용에 대해서는 행정청의 광범위한 재량권이 인정된다”며 “삼권분립에 따라 현저한 재량권 일탈 남용이 아닌 이상 법원은 관여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첨예한 사건에서 법원 판단이 입맛이 맞지 않는다고 법관을 공격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구회근 판사가 대법관 자리를 두고 정부 측에 회유당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상당히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법원 결정이 내려졌으니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승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나성원 이형민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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