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산 주한미군 노리나…시진핑·푸틴 등에 업은 '김정은 도발'

이유정, 박현주 2024. 5. 1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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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17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 “새로운 자치유도항법체계를 도입한 전술 탄도미사일 시험사격”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현장에서 이를 참관한 뒤 “대만족”을 표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차량을 생산하는 공장도 찾았다.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 동맹국들의 군사적 위협”을 한반도 정세 악화의 원인으로 비판한 가운데 노골적으로 한·미를 동시에 노린 무력 시위에 나선 셈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미사일총국이 동해상에서 진행한 새로운 자치유도항법체계를 도입한 전술탄도미사일 시험사격을 참관했다고 1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뉴스1


18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미사일총국은 전날 “동해상에서 새로운 자치유도항법체계를 도입한 전술탄도미사일 시험사격을 진행”했다. 또 “해당 시험을 통해 자치유도항법체계의 정확성과 믿음성이 검증됐다”고 주장했다.

이를 지켜본 김정은은 “자치유도항법체계의 독자적 개발과 성공적인 도입이라는 결과에 내포돼 있는 군사전략적 가치에 대해 대만족을 표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독자적 개발을 강조한 건 관련 기술을 러시아 등으로부터 이전받았을 가능성에 대한 반박 격으로 보인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7일 오후 3시 10분쯤 북한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비행체를 여러 발 포착했다고 밝혔다. 미사일은 약 300km 비행한 뒤 동해상에 떨어졌다.

북한이 새로운 유도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한 것은 기존 전술미사일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위치정보시스템(GPS) 유도 장치부의 성능을 개량했다는 뜻으로 보인다.

군은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아직 기술적 검증이 완전히 이뤄진 것으로 보지는 않는 분위기다. 군은 또 북한의 주장에 일부 과장이 있는 것으로도 파악하고 있다.

북한 미사일총국은 지난 17일 조선동해상에서 새로운 자치유도항법체계를 도입한 전술탄도미사일 시험사격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1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다만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약 300km 비행한 것은 사거리 개선 측면에서 주목하고 있다. 북한의 기존 전술유도무기 사거리가 통상 100km 남짓인 점을 고려하면, 사거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직전 담화에서 최근 개발 중인 각종 무기체계는 대러 수출이 아니라 “서울이 허튼 궁리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데 쓰이게 된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고 밝힌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평양에서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까지 직선거리는 약 330㎞, 전북 군산의 주한 미 제8전투비행단까지는 약 350㎞이기 때문이다. 이번 도발이 한국의 주요 군사시설을 겨냥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정은은 같은날 ICBM인 화성-18형 발사차량을 생산하는 국방공업기업소도 방문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김정은은 이 기업소가 “핵전쟁억제력 제고에 특출한 공적”을 세웠다며 “우리의 핵무력을 보다 급속히 강화하기 위한 중요활동들과 생산활동을 멈춤 없이, 주저 없이 계속 가속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생산활동을 료해(파악)하며 올해 상반기 생산실적과 연간 군수 생산 계획 수행 전망에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국방공업기업소를 찾아 생산활동을 료해(점검)하고 "우리의 핵무력을 보다 급속히 강화하기 위한 중요활동들과 생산활동을 멈춤없이, 주저없이 계속 가속화해 나가라"라고 주문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8일 보도했다. 뉴스1

김정은의 이같은 행보는 한·미·일 대 북·중·러가 대립하는 신냉전 구도의 고착화에 편승해 전략적 이득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앞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북한과의 대결을 고조시켜 한반도 무력 분쟁과 긴장 고조를 야기할 수 있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의한 군사적 위협 행동에 반대한다”고 밝혔는데,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한·미를 저격한 것이기 때문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중·러가 공동의 이해관계를 토대로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것처럼 보이려는 의도로 읽힌다. 특히 대놓고 핵무기의 지속적인 개발을 강조한 것은 중·러도 북한의 핵 보유를 지지한다는 듯한 인식을 확산시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은 19일 노동신문을 통해 중·러 정상회담 소식을 자세히 전했다. 특히 중·러가 “미국이 긴장한 군사정세를 완화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고 공갈과 제재, 압박수단을 버릴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공동성명 내용을 소개했다.

한편 북한 나선시 인민위원회 대표단은 러시아 극동 연해주 방문을 마치고 지난 18일 열차로 귀국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표단이 1주일 일정으로 방러한 가운데 여객열차 운행 재개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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