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무덤’ 대구, 아파트 분양가 상승폭은 전국 최대

백경서 2024. 5. 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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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수성구 빌리브 헤리티지 아파트 입구에서 입주민 대표가 출입을 막아 집을 보러 온 시행사 측과 고객들이 대기하고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늘면서 대구 주택시장 침체기가 길어지는 가운데 아파트 분양가 상승 폭은 전국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1㎡당 분양가 1년만에 409만원 올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2024년 4월 말 기준 민간 아파트 분양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 민간아파트 1㎡당 평균 분양가격은 1년 전보다 409만5000원 올라 전국 특별·광역시 가운데 상승 폭이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서울은 분양가가 248만4000원, 부산은 22만6000원, 광주 67만7000원, 인천 54만2000원이 올라 전국 평균으로 보면 83만9000원이 상승했다.

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은 공표 직전 12개월간 분양보증서가 발급된 민간 분양사업장 주택 중 상가와 오피스텔, 조합원 분양 주택을 제외한 일반 분양주택 평균 가격을 의미한다.

전국 17개 광역단체중 미분양 주택 가장 많아
분양가는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올랐지만, 대구는 현재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대구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306가구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는 최초 분양에서 미분양이 나오더라도 공사가 진행 중인 2~3년간 마케팅 활동을 통해 미분양 물량을 정리한다. 그런데 집을 다 지은 후 입주할 때까지도 털어내지 못한 미분양을 ‘악성 미분양’으로 부른다. 대구는 악성 미분양이 지난 1월 277가구, 2월 1085가구, 3월 1306가구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대구는 2022년부터 미분양이 급증해 지난해 1월부터 시 차원에서 주택 건설 신규 인허가를 중단하고 있다. 다만 앞서 인허가된 물량이 많다 보니 2020년부터 올해까지 대구는 5년 연속 아파트 입주물량이 수요를 웃도는 공급 과잉 지역이다.

올해도 대구 지역에서는 2만1869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건설사들이 악성 미분양을 털기 위해 아파트를 할인 판매하면서 입주자 간 갈등도 생기고 있다. 지난 3월 대구 수성구 빌리브 헤리티지 입구에서는 집을 보러 온 사람들과 아파트 입주자 대표가 말다툼하기도 했다. 입주자 대표가 “가격이 최초 분양가보다 6억원이나 떨어졌는데 시행사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게 먼저다”라며 입구를 막아서면서다.

대구 동구 안심호반써밋이스텔라 아파트에서 할인 분양이 진행되자, 기존 분양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 아파트입주민대표]

할인 분양 입주자 이사 못하게 막아
할인 분양을 받은 입주자가 이사를 못 하게 막거나 관리비를 추가 요구한 사례도 있다.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협의 없는 할인 분양, 입주 저지로 대응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붙여져 있다. 시공사가 84㎡ 기준 4억6000억원짜리 집을 20여 가구에 3억원대로 판매하면서다. 이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할인받은 만큼 관리비를 더 내야 한다”고 안내했고, 새 입주민은 “정상 절차를 밟고 입주했는데 왜 그래야 하냐”고 맞섰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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