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에 피 섞여 나왔는데… ‘장’에 무슨 일?

전종보 기자 2024. 5.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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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클립아트코리아
혈변,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4주 이상 지속될 때는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염증성 장질환은 원인을 모르는 장내 염증 반응이 오랜 기간 지속돼 이 같은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크게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으로 나뉜다. 국내 환자 수는 2022년 기준 약 8만6000명에 달하며, 과거에는 서구에서 발병률이 높았으나 최근 10년 사이 우리나라에서도 발병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아직까지 염증성 장질환의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환자가 가진 유전적 요인이 중요하고, 장내미생물이나 식이, 약물, 흡연과 같은 다양한 환경적 요인들도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1차 직계 가족의 경우 발생 위험도가 일반인에 비해 약 20배 정도 증가한다고 알려졌으며, 강직성 척추염, 건선, 포도막염과 같은 면역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적게는 수배에서 많게는 수십배까지 발생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

구체적인 증상은 질환마다 조금씩 다르다.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이 대장에만 침범하는 질환으로, 혈변, 설사, 점액변 등이 주요 증상이다. 염증이 오래되면 대장암과 같은 중증 합병증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일부 환자는 조절되지 않는 염증 때문에 수술을 받기도 한다. 주로 20~40대에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60세 이상 고령에서도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주로 점막의 얕은 층에서 염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크론병 환자에서 나타나는 협착이나 천공과 같은 합병증은 잘 발생하지 않는다.

크론병은 궤양성 대장염과 달리 입부터 항문까지 모든 소화기관에 걸쳐 염증이 발생한다. 장의 전층을 침범하는 염증이 깊게 발생하기 때문에 내시경 검사를 시행해보면 깊은 궤양을 확인할 수 있다. 협착이나 농양, 천공, 누공 등의 합병증도 잘 생긴다.

10~20대에 많이 발병하며 연령대가 낮은 만큼 유전적 요인이 중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복통과 설사가 흔한 증상이지만, 이 같은 증상은 과민성대장증후군과 유사하기 때문에 가볍게 여겨질 위험이 있다. 치료하지 않아도 호전되는 경우가 있다 보니, 합병증이 발생된 상태에서 뒤늦게 ​진단되기도 한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고성준 교수는 “젊은 나이에 반복적인 복통과 설사가 있거나 체중 감소를 동반하는 경우, 과거에 치루, 치열, 항문 주위 농양으로 치료 경험이 있는 경우, 염증성 장질환 가족력이 있는 경우, 건선이나 강직성 척추염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꼭 크론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4주 이상 혈변이나 점액변을 동반한 대변·설사, 항문 주위 농양 등이 있다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만성적인 소화기 증상을 보이며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특징적인 소견이 있거나 조직 검사 후 만성 염증이 확인되면 각각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진단될 수 있다. 최근에는 대변 검사를 통해 ‘칼프로텍틴’이라는 항목을 측정하는 검사 방법도 시행되고 있다. 칼프로텍틴 검사에서 정상 소견을 보이면 궤양성 대장염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 크론병은 소장을 침범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대장내시경에 추가로 CT나 MRI 검사를 통해 소장에 대한 평가도 진행해야 한다. 고성준 교수는 “크론병은 일반적으로 진단 시점에서 합병증이 없는 경우가 약 80%”라며 “나머지는 협착이나 농양과 같은 합병증이 동반된 상태로 진단된다”고 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약물 치료가 대표적인 치료 방법이다. 약물 치료는 손상된 장 점막의 회복을 돕고, 염증 정도를 낮춰 수술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증상을 없애고 장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천공, 협착, 대장암 등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염증 범위가 작고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우, 항염증제인 5-ASA 약제를 경구 복용 또는 항문에 주입한다. 반면 염증 범위가 넓고 정도가 심하면 면역을 조절하는 스테로이드 약제나 면역억제제(아자치오프린 등)가 사용된다. 이 같은 약제로 효과가 부족하거나 부작용이 있으면 생물학제제 또는 소분자 약제 등을 사용한다.

약물치료 효과가 없고 협착, 천공, 대장암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면 수술 치료를 고려한다. 궤양성 대장염은 보통 대장 전체를 들어내는 수술을 진행하며, 크론병은 염증이 생긴 부분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시행한다. 수술 치료는 염증 부위를 모두 제거한다는 점에서 치료 효과는 높지만, 일상생활에 여러 불편함이 따를 수 있다. 고성준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난치성 질환인 만큼 장기적인 관리와 천공, 농양, 대장암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합병증이 없는 상태에서 조기에 진단받고 약물 치료로 염증 상태를 적절히 관리하면 평생 일상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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