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대신 QR로…포카앨범엔 천장이 없다 [화제의 기업]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5. 18. 21: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굿즈로 매출 1000억 ‘메이크스타’

지난 4월 엑소 출신 글로벌 스타 레이(LAY ZHANG)가 소속사를 통해 솔로곡 ‘PSYCHIC(싸이킥)’을 발표한다고 알렸다. 발매에 앞서 4월 4일에는 포카앨범 예약 판매를 한다고 밝혔다. 예약 판매 오픈과 동시에 관련 홈페이지는 순식간에 서버가 마비됐다. 그만큼 인기가 높다는 의미다. 레이는 신곡 발매와 함께 한국에서도 팬미팅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기서 잠깐. 생소한 용어가 보인다.

포카앨범?

포카는 연예인 사진으로 만든 포토카드의 준말이다. 포카앨범은? 제품을 뜯어보면 포카 뒤편에 QR코드가 새겨져 있다. 이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니 곧바로 뮤직비디오가 뜬다. 종전 CD 앨범을 대체한 신종 K팝 굿즈다.

최근 3년 새 판매량이 급속히 늘면서 누적 300만장 판매고를 올린 회사가 있다. 글로벌 K굿즈 스타트업 ‘메이크스타’다. 포카앨범 히트 덕에 이 회사 성장세도 뚜렷하다. 2019년 매출액 40억원이었던 이 회사는 포카앨범 판매가 시작된 2022년 매출액 479억원을 기록하더니 지난해에는 956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K컬처 기반 스타트업으로서는 드물게 3년 연속 흑자 행진도 이어가고 있다.

메이크스타는 다양한 포카앨범을 제작, 자사 앱에서 즐길 수 있도록 사업 모델을 짰다. (메이크스타 제공)
메이크스타 어떤 회사

엔터·IT·플랫폼 출신들이 창업

창업자는 김재면 대표. FnC엔터테인먼트 창립 멤버 출신으로 연예계 이해도가 높다. 김 대표는 여러 연예기획사의 해당 아티스트가 왕성하게 활동할 때와 휴식기일 때 매출이 급격히 차이 나는 업계 특성에 주목했다. 그래서 상시 매출이 일어날 수 있는 매출처를 찾아봤는데 그 해답이 굿즈, 즉 K컬처 기반 기획 상품이었다.

‘이거다!’라고 확신한 그는 여러 엔터·IT·플랫폼 회사 출신을 영입해 2015년 메이크스타라는 회사를 만든다. 연예계 마당발이기도 한 만큼 하이브, SM, JYP, YG 등 여러 기획사를 돌며 팬미팅과 사인회, 굿즈, 콘서트 등을 패키지로 묶은 일명 ‘프로젝트’ 상품을 제안, 차별화했다. 5월 기준 메이크스타는 창사 이래 누적 기준 369개 엔터 회사, 700팀의 아티스트와 2200회 이상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블랙핑크, 에스파, 르세라핌, 스트레이키즈 등이 모두 이곳과 손잡고 신규 앨범, 팬 사인회 등을 진행했다.

더불어 이 회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매출 구성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70% 이상으로 전 세계 185개국에서 이 회사 제품,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해외 국가 중 매출이 높은 비중으로는 중국, 미국, 일본 순이다.

음반 시장 재정의하다

포카앨범 2년 만에 300만장

CD플레이어는 덜 팔려도 CD는 팔린다? K팝 시장의 독특한 특징이다. K팝 인기가 치솟으면서 엔터 회사의 직접 매출로 연결되는 음반 판매량 역시 급증하고 있다. 2019년만 해도 CD 즉 음반 판매량은 2510만장 수준이었던 것이 지난해는 1억장을 돌파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수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CD를 사려는 이유가 알고 보면 한정판 포토카드를 구하기 위해서 혹은 해당 아티스트의 인기와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팬층의 욕망 등이 작용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 뜯자마자 폐기되는 CD양이 꽤 많다. 이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 기자간담회 때도 엔터업계 고질병으로 지적된 사안이다.

그 대안이 포카앨범이다. QR코드나 NFC 칩을 포토카드에 심어 스마트폰으로 찍거나 대기만 해도 음원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사실상 재활용 가능한 종이 위에 친환경 잉크로 새기는 방식이라 환경오염 문제에서 자유롭고 다양한 포토카드를 소장할 수 있게 독자적으로 개발해 발매하자마자 호응이 뜨거웠다”고 소개했다.

2022년 첫선을 보인 메이크스타 포카앨범은 올해 4월까지 누적 기준 60여 아티스트, 300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메이크스타 포카앨범은 엔터 회사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다. 메이크스타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팬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서다. 포카앨범을 통해 메이크스타 앱 혹은 홈페이지에 들어온 고객은 한정판 디지털 사진, 음원 등을 볼 수 있고 개인 소장이 가능하도록 디지털 앨범도 만들 수 있다. 기획사가 직접 앱을 개발하거나 팬 관리 홈페이지를 만들려면 시간, 비용이 드는데 이를 대체해주는 모델이다. 회사 관계자는 “커뮤니티 기능이 있어 팬클럽들이 자발적으로 활동하기도 좋고 그들만의 온오프라인 이벤트를 벌이거나 공유하기에도 편해서 글로벌 접속자 수가 폭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에는 중국 아티스트의 포카앨범 발매를 염두에 두고 메이크스타차이나를 설립하는 등 해외 직접 진출에도 나섰다. 중국 사업이 성공하면 이후 일본, 미국 등 해외 아티스트의 포카앨범 발매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런 사업 모델을 높게 평가한 알토스벤처스, 산업은행 등 투자사들은 메이크스타에 누적 기준 256억원을 투자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미 디어유처럼 K컬처 관련해서 다양한 부가 수익을 올리는 회사들이 상장에 성공한 만큼 해외 매출 확대, 영업이익률 극대화를 하면 조심스럽게 상장에도 도전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없나

중국 직진출 성과 나야

물론 메이크스타 입장에서도 변수는 있다. 무엇보다 포카앨범 수익성을 보고 ‘따라 하기’를 하려는 경쟁사가 속속 등장, 저가 경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이 최고 위험 요인이다. 더불어 엔터 회사들이 자체적으로 이런 굿즈, 팬미팅 등을 신규 사업으로 보고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중국 본토 직접 진출 역시 관전 포인트다. 레이처럼 중국인 K팝 스타의 마케팅을 대행하는 방식은 어느 정도 메이크스타 입장에서는 노하우가 있어 성장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지 엔터 회사들을 설득해 메이크스타만의 매출로 잡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더불어 이벤트와 포카앨범을 패키지 형태로 제시하는 전략은 유효하지만 대부분 앨범 발매 전후 매출이 극대화되는 만큼 매출 변동성을 얼마나 잘 관리할 수 있는지도 지켜볼 일이다.

김석집 네모파트너즈POC 대표는 “오프라인 공간을 단순히 굿즈숍으로 전개할 것이 아니라 셀프사진관, 방탈출카페, 식음료 등 복합 문화 체험 공간으로 만들어 사시사철 꾸준한 매출이 일어날 수 있도록 표준화하고 이 모델을 올리브영처럼 전국구는 물론 해외 진출 점포 형태로 내보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9호 (2024.05.15~2024.05.21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