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차 기사는 왜 '노예처럼 일한다'고 했나

구영식 2024. 5. 1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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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업계 1위' 삼천리 콜센터에 고소·소송 당한 김장우씨

[구영식 기자]

 10년차 사다리차 기사인 김장우씨는 업계 1위 삼천리 콜센터의 문제점을 지적하다 세 번의 형사고소와 40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했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세 번의 형사고소와 40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

10년 차 사다리차 기사인 김장우씨가 '업계 1위' 사다리차(스카이차 포함) 콜센터의 문제점을 제기했다가 돌려받은 대가는 혹독했다. 한 번도 경찰서나 검찰청에 들락거린 적이 없는 그에게 고소나 소송은 아주 낯설고 힘든 경험이었다. 지난 2일 만난 그는 "일부 지인들이 저에게 업계 1위 대표에게 사과하면 고소나 소송을 취하할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나는 끝까지 하겠다며 거절했다"라고 전했다. 평범한 사다리차 기사였던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친구가 소개한 사다리차, 한 달에 400~500만 원 수익   

서울 토박이인 김장우씨는 원래 외국 화장품 수입업자였다. 주로 독일산 화장품을 수입해서 팔았는데, 독일 본사가 직접 한국에 들어와 영업한다며 물건을 주지 않아 16년 동안 해오던 화장품 수입을 접어야 했다. 이후 호프집도 운영했지만, 친구와 돈거래를 했다가 문제가 생겨 그동안 벌어놓은 돈을 다 까먹을 처지에 놓였다. 그러던 중 친구로부터 사다리차를 소개받았다. 지난 2014년의 일이다. 

김씨는 "제가 평생 영업만 하던 사람이라 특별한 기술도 없고, 나이도 많이 찼고, 들어와야 할 돈도 안 들어오면서 막막했다"라며 "그렇게 막막한 상황에서 친구가 '이거 한번 해 볼래?'라고 사다리차를 소개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중고 사다리차를 500만 원에 사서 사다리차 영업에 나섰다. 친구의 소개로 사다리차 기사들이 모여있는 사무실에 나가 '업계 선배들'로부터 일감(오더, order)을 받았다. 사다리차가 처음 도입됐을 당시에는 기사들이 전단, 스티커, 명함 등을 이용한 개별 광고나 지역별 협회를 통해 일감을 따냈다. 지역별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기사들은 기사들끼리 일감을 주고받았다. 

"전국적으로 지역마다 협회가 있었다. 하지만 저는 어떻게 가입하는지 몰라 협회에 가입하지도 않았고, 사무실에 있던 선배들도 협회에 가입하지 않아서 저희끼리 오더(일감)를 주고받았다. 그때에는 지인들끼리 주고받는 오더들이 대부분이었다. 저도 사무실 선배들이 일감을 밀어줘서 놀지 않고 일할 수 있었다." 

한 달에 이틀 정도만 쉬고 계속 일했다. 하루에 이삿짐 작업(사다리차로 이삿짐을 올리거나 내려주는 일)을 6건이나 해서 50만 원의 수입을 올린 적도 있었다. 한 달 수입은 400~500만 원대였다. 김씨는 "저는 결혼했지만 아이가 없어서 두 사람이 먹고사는 정도는 됐다"라고 말했다. 

"제가 2017년에 사다리차를 9800만 원 주고 샀는데 작년에서야 할부 금액을 다 갚았다. 사다리차를 할부로 구입한 사람에게 한 달 수입 400~500만 원은 적다. 할부가 한 달에 150~200만 원 나가기 때문에 그것보다는 더 많이 벌어야 한다."
  
사다리차 연 매출 1위 '삼천리' 가입... "처음엔 문제 없었다"
 
 김장우씨가 자신의 사다리차를 이용해 작업하고 있다.
ⓒ 김장우 기사 제공
 
2010년대에 들어서 사다리차 기사에게 일감을 연결해 주는 '콜센터'가 생기면서 콜센터를 통한 일감 수주가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사다리차 기사들은 콜센터에 가입해 월회비를 내고 무전기(단말기)를 통해 일감을 받았다. 

기사들은 콜센터의 회원이 되면 보통 콜센터 한 곳당 한 대의 무전기를 사용한다. 무전기를 사용하는 데는 월 1만 5000원의 통신료와 5만 5000원의 회비가 들어간다. 처음에 3만 3000원(부가가치세 포함)이었던 월회비는 최근 5만 5000원으로 크게 올랐다. 

현재 전국에는 삼천리, 24시, 365, 전국, 나누리 등 기업형 콜센터가 있지만 삼천리(대표 임진혁)와 24시(대표 이현기)가 현재 각각 2700명과 3000명 안팎의 회원을 보유하며 사다리차 콜센터 업계(스카이차 포함)의 양대 산맥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연매출액(50억 원 이상)이 가장 높은 삼천리 콜센터가 사실상 '업계 1위'로 인정받고 있다.

김장우씨는 2015년부터 삼천리 콜센터에 가입해서 일감을 받았다. 그는 "삼천리 임진혁 대표가 2014년 말엔가 저희 사무실에 와서 '내가 콜센터를 차렸으니 삼천리에 일감을 많이 날려 달라'고 요청했다"라며 "사다리차 기사들이 일감을 날려 줘야 콜센터가 운영되니까 그렇게 사정했다. 그때는 저희가 갑이고, 삼천리 임 대표가 을 같은 처지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대표가 '자체 영업도 안 하고 공정하게 하겠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가입 초기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동네 오더는 저희끼리 배차(일감을 나누는 것)했고, 우리가 갈 수 없는 오더는 삼천리에 넘겼다. 그렇게 우리가 처리할 수 없는 오더들을 콜센터에 넘겨서 콜센터에서 배차하니 일하기가 수월했다. 그래서 '무전기(콜센터)가 참 괜찮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삼천리가 자체 영업에 나서자 문제점 지적... "노예 같은 생활 하게 돼"
 
 사다리차 콜센터 1위 업체 '삼천리'.
ⓒ 구영식
 
김장우씨가 업계 1위 삼천리 콜센터의 문제점을 느낀 시기는 2016년께였다. 삼천리 콜센터가 국내 가구업체 1위 한샘과 계약을 맺으면서 자체 영업에 나선 때였다. 자체 영업을 하지 않고, 기사들이 낸 월회비로만 운영하며, 무전기를 통해 콜센터로 들어오는 일감을 나눠주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콜센터가 직접 가구업체나 가전업체, 이삿짐센터, 인테리어업체 등을 상대로 자체 영업에 나선 것이다.  

"당시 임진혁 대표가 '한샘과의 계약이 성사되면 잡지나 버스 등 다양한 매체에 광고해서 오더를 많이 가져와 회원(사다리차 기사)들에게 많이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1주일 뒤엔가 무전기를 통해 한샘과 계약했다고 공지했다. 그걸 듣고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했다. 내가 화장품을 수입해서 미용실 등에 납품했는데 16년 동안 내가 영업한 거래처들을 독일 본사가 빼앗아 갔다. 그걸 경험했기 때문에 콜센터가 영업하면 어떻게 될지 알고 있었다."

그때부터 김씨는 1~2년 동안 '콜센터는 배차만 해야지 자체 영업을 하면 안된다'는 요지의 글을 사다리차 동우회 게시판 등에 썼다. 이렇게 올린 글에서 그가 주장한 내용은 대략 이랬다.    

'콜센터가 자체 영업을 하면 이런 문제가 생긴다. 기존에는 우리가 직접 거래했는데, 이제는 콜센터에 콜비(일감 알선 수수료)를 주고 콜센터에서 배분하는 일만 가야 한다. 또한 콜센터가 자체 영업을 하면 대량 오더를 싸게 계약할 수밖에 없어서 우리 수익이 줄어든다. 즉 8만 원짜리 오더를 7만 원에 계약하고, 우리 기사들에게는 5~6만 원에 배차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불합리한 점도 얘기하지 못하고, 노예 같은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니 삼천리에서 영업해 온 오더는 처리하지 말아야 한다.'

삼천리와 24시 등 사다리차 콜센터는 모두 월회비와는 별도로 '콜비'라고 부르는 일감 알선 수수료를 받는다. 문제는 삼천리 콜센터처럼 자체 영업을 한 오더를 처리하면 콜비를 콜센터에 내야 해서 사다리차 기사의 수익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삼천리가 자체 영업을 한 5만 원짜리 오더를 처리하면 사다리차 기사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5만 원이 아니라 콜비(보통 작업 단가의 10% 수준으로 5만 원일 경우 5000원이 콜비)를 뺀 4만 5000원이다.  

세 번의 형사고소와 4000만 원의 손배청구... "나라도 싸우지 않으면"
 
 지난 2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 중인 10년차 사다리차 기사 김장우씨.
ⓒ 오마이뉴스 구영식
 
김장우씨가 지속적으로 삼천리 콜센터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삼천리 콜센터의 임진혁 대표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김씨를 허위사실 유포,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총 세 차례에 걸쳐 형사고소를 했고, 4000만 원의 배상을 청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제기했다.

게다가 불합리하게 낮은 단가를 부르는 오더의 처리를 거부하자 무전기 코드까지 빼버렸다. '무전기 코드를 뺀다'는 것은 회원 자격을 박탈한다는 뜻으로 더 이상 오더를 받을 수 없다. 콜센터 회원으로 가입하면 자신이 원하는 고유번호(무전기 코드)를 부여받아 오더를 날리거나 배차받는다(무전기 코드 뺀 것과 관련해서는 이전 사 참조 사다리차 콜센터 1위 업체의 사다리 걷어차기? https://omn.kr/27xrk). 

김씨는 "나를 포함해 8명을 고소했는데, 대부분은 임진혁 대표에게 사과해서 고소가 취하됐다"라며 "하지만 나는 사과하지 않고 지금까지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세 건의 형사 고소는 무혐의 처리됐지만, 임진혁 대표가 2019년에 고소한 사건을 항고하면서 최종적으로 벌금형(200만 원)을 받았다. 또한 40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는 김씨가 4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그는 재심(200만 원 벌금)과 재재심(400만 원 손해배상)까지 청구하며 삼천리에 맞서고 있다.  

"고소를 당했다가 사과해서 고소가 취하됐던 선배가 나를 찾아와 '임진혁 대표에게 사과하니까 고소를 취하해주더라, 너도 사과하면 고소를 취하해줄 거다'라고 했다. 하지만 나라도 대응하지 않으면 삼천리가 고소·고발을 남발할 것 같더라. 삼천리가 법을 이용해 기사들을 압박하고 입다물게 하는 것은 쉽게 끝낼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이기든 지든 끝까지 해보고 싶다." 

특히 김씨는 "삼천리는 내가 '현재도 자체 영업을 할 때 계약 단가를 10% 할인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나를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고소했고, 법원도 이걸 인정해 내게 벌금형과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라며 "그러나 나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고, 그 말을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삼천리 대표가 이 말을 내가 한 것처럼 자료를 냈는데 이것은  증거를 조작한 것"이라며 "증거 조작을 증명하는 증거 자료를 제출했지만 법원은 이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았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지난 4월 1일 복수의 사다리차 기사들을 취재해 ▲콜센터의 자체 영업으로 인한 작업단가 인하 ▲1인 2대 이상의 무전기 사용 허용으로 인한 불공정한 배차 ▲문제 제기 기사들에 대한 강제퇴출(강퇴)과 형사 고소, 민사 소송 등 '업계 1위' 삼천리 콜센터의 문제점을 집중 보도한 바 있다.

삼천리 콜센터 측은 "말도 안되는 얘기다"라며 "경쟁 업체가 반사이득을 얻기 위해 삼천리를 때리는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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