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사소한 움직임 포착, 피해 예방 [보이스피싱 막은 사람들④]

김동운 2024. 5. 1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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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 구매 대금 용도로 현금이 필요해서요. 계좌거래가 안 되는 곳이라 이체 거래는 어렵다고 해서" 올해 초 우리은행에 방문한 고객 A씨(60대·여)의 답변에 민희영(가명) 계장은 직감적으로 보이스피싱임을 느꼈다.

민 계장은 "처음에 창구에 앉아 일련의 유형에 해당하는 고객들이 보이면 직원들은 고객이 보이스피싱에 정말 당했는지, 아니면 현금이 정말 필요해서인지 구별할 필요가 있다"면서 "당시 만난 A씨의 경우 불안해하는 모습까지 보여 보이스피싱에 당했다는 직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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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보이스피싱 피해가 연간 2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늘어난 피해액만 500억원에 달한다. 보이스피싱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최일선에서 피해 예방에 고군분투하는 은행원들이 있다. 그들이 펼치는 피해 예방 노력과 현장에서의 어려운 속사정을 들어봤다.
우리은행 제공.

“물품 구매 대금 용도로 현금이 필요해서요. 계좌거래가 안 되는 곳이라 이체 거래는 어렵다고 해서…” 올해 초 우리은행에 방문한 고객 A씨(60대·여)의 답변에 민희영(가명) 계장은 직감적으로 보이스피싱임을 느꼈다.

민 계장은 쿠키뉴스와 만나 보이스피싱에 속은 고객들이 보여주는 유형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고액 현금 인출을 희망하는 것 △대면 업무를 진행하며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계속 이어가는 것 △전화 통화가 아니라면 문자메시지를 지속해서 전달받으며 이를 신경 쓰는 것 등이다.

민 계장은 “처음에 창구에 앉아 일련의 유형에 해당하는 고객들이 보이면 직원들은 고객이 보이스피싱에 정말 당했는지, 아니면 현금이 정말 필요해서인지 구별할 필요가 있다”면서 “당시 만난 A씨의 경우 불안해하는 모습까지 보여 보이스피싱에 당했다는 직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에 민 계장은 A씨에게 물품 대금 지급 목적이라면 계좌이체가 안전하지 않겠냐는 질문을 했지만, A씨는 “지급 업체가 신용불량이라 현금밖에 받지 않는다”고 거절했다. 이 또한 보이스피싱 일당들의 전형적인 사기수법이다. 은행원들을 속이기 위해 보이스피싱 일당들은 피해자들에게 현금 거래만 가능해 출금을 요청하거나 큰돈이 드는 인테리어(리모델링) 할인을 위해 현금을 전달해야 한다고 말하게 한다.

보이스피싱임을 확신한 민 계장은 경찰에 신고했다. 이어 출금이 지연된다며 시간을 끌었다. 출동한 경찰과 함께 민 계장은 A씨가 보이스피싱에 당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씨가 이를 부정하자 휴대폰에 보이스피싱 탐지 앱 ‘시티즌코난’을 설치해 악성 앱이 깔려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다행히 A씨는 이러한 노력에 자신이 보이스피싱에 당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출금을 포기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자신이 보이스피싱에 당했다는 것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민 계장은 일을 끝내고 A씨가 “고마워요”라는 감사의 말을 전했을 때 고생에 대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은행 고객들에게 ‘보이스피싱 무료 예방 보험’을 이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민 계장은 “보이스피싱 피해보상보험이 출시된 지 얼마 안 되다 보니 가입 요청이 아직 많지 않다”며 “피해를 보게 될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좋지만, 보험에 가입하면서 보이스피싱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금융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보이스피싱에 대응하고 있는 금융사 중 하나다. 예컨대 우리은행은 지난 4월부터 ‘보이스피싱 보상보험’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우리은행 모바일 뱅킹과 보이스피싱방지 애플리케이션(앱) 또는 전자금융사기예방서비스를 설치, 영업점을 방문해 보상보험을 신청하면 된다. 보험료는 무료이며 피보험자 1인당 300만원을 보상해준다.

여기에 우리은행은 보이스피싱으로 피해를 본 60대 이상 고령층 고객에게 예금·대출금리를 각기 1.5%p씩 우대하는 ‘금융지원프로그램’을 비롯해 보이스피싱에 취약한 70대 이상 고령층을 위한 전용 상담채널을 설치·운영해 신고 및 피해구제 신청 등 행정절차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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