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 대통령 기념사인가"... 윤 대통령 5·18기념사, 쏟아지는 혹평

안현주 2024. 5. 1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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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사를 두고 기념식이 열린 광주에서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정다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통령께서 '5·18 정신 헌법전문수록' 언급을 하지 않을 것이란 걱정 때문에 동료의원들과 '손팻말 침묵시위'를 준비했다"며 "실제 기념사에서도 관련 언급이 없어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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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정신 헌법수록' '왜곡근절' 언급안해..."저급한 기념사, 대체 누가 쓰고 있나" 분노도

[안현주, 김형호 기자]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리고 있다. 행사에 참석한 광주광역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정다은 위원장과 위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기념사가 시작되자 ‘5·18헌법전문수록’이란 현수막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안현주
윤석열 대통령의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사를 두고 기념식이 열린 광주에서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광주시민은 물론 여야 정치권조차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관련 언급이 단 한마디 없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경제 빠르게 성장시켜야" "정치적 자유 확장됐다"

대신 윤 대통령은 "경제 성장"과 "자유 번영"을 강조하고, "정치적 자유가 확대되고, 정치적 인권이 보장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뙤약볕 아래서 대통령 기념사를 듣던 5·18 유족 등 참석자들 사이에선 탄식이 쏟아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200자 원고지 약 7장 분량의 5·18민주화운동 기념사를 했다.

띄어쓰기를 포함한 약 1370자 분량의 원고에는 '오월정신 헌법수록'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국민 통합은 강조했으나,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히는 5·18 왜곡·비방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5·18 왜곡 문제는 유가족 등 오월 관련자들이 현재까지도 계속되는 '상처'로 꼽는 문제이기도 하다.

기념식장에서 윤 대통령 기념사를 듣던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헌법 전문 수록은커녕 5·18 왜곡 관련 언급도 끝내 없었다. 기념사 내내 경제 성장과 번영만 이야기 했다"며 "한심하다"고 했다.
  
 18일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정부기념식이 열린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민주의문 앞에서 5월단체 관계자들이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약속 이행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침묵시위하고 있다.
ⓒ 김형호
참석자들 "개발도상국 연설문인가, 대통령 연설문 대체 누가 쓰나" 분노
"5·18정신 헌법전문수록 얘기만 '쏙 뺀' 대통령, 올해도 '맹탕' 기념사"  

박 상임이사는 "경제 성장과 번영도 좋은 말씀이지만 오늘은 5·18기념일 아닌가. 그리고 여기는 5·18기념식장 아닌가"라며 "대통령 연설문을 대체 누가 썼나. 이건 5·18기념사가 아니라 개발도상국 산업현장에서나 나올만한 기념사 아닌가. 한심하다"고 했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올해도 쭉정이 뿐인 맹탕 기념사였다. 대체 (윤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국민 수준을 어떻게 보길래 이렇게 저급한 기념사가 작성되는 것인지 기가 막히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5·18기념사에서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를 언급하는 것도 뜬금없다"며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것 말고, 이보다 더 5·18정신을 계승할 방법이 어떤 것이 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유독 그 말은 쏙 빼고 유족과 광주시민을 또 다시 우롱했다. 이럴 거면 기념식에 왜 참석하느냐"고 비판했다. 양재혁 5·18민주유공자 유족회장은 "기념식 뒤 대통령께 '5·18정신 헌법전문수록'을 재차 건의드렸더니 '알겠다. 챙겨보겠다'고 언급하셨다"고 전했다. 양 회장은 그러면서도 "그래도 기념사에서 5·18정신 헌법전문수록 관련 언급을 하지 않은 점은 많이 아쉽다"고 했다.

강기정 광주시장도 기념식 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께서 3년 연속 5·18 기념식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면서도 "오늘 기념사에서 국민들이 듣고 싶었던 5·18정신 헌법전문수록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아쉽다"고 했다.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리고 있다. 행사에 참석한 광주광역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정다은 위원장과 위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기념사가 시작되자 ‘5·18헌법전문수록’이란 현수막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한편 윤 대통령 기념사 도중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소속 의원 8명은 윤 대통령을 향해 '5·18정신 헌법전문수록'을 촉구하는 '손팻말 침묵시위'를 벌였다.

'5''18''헌''법''전''문''수''록'이라고 적힌 어른얼굴만 한 크기의 흰 종이를 윤 대통령이 볼 수 있도록 광주시의원들이 번쩍 들어 올린 것이다.

이를 본 대통령실 경호처 관계자들이 급히 달려와 제지하려 하자, 오월 유가족 등 행사 참석자들이 막아서면서 큰 소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정다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통령께서 '5·18 정신 헌법전문수록' 언급을 하지 않을 것이란 걱정 때문에 동료의원들과 '손팻말 침묵시위'를 준비했다"며 "실제 기념사에서도 관련 언급이 없어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5·18정신은 우리 헌법 가치를 지킨 정신으로, 당연히 개헌 때 헌법 전문에 반드시 올려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광주시민사회와 야권은 윤 대통령이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의지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오월 정신 헌법 수록을 위한 헌법 개정에도 나서려는 구체적 움직임이 없다는 점을 거론하며 '공약 파기'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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