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의 적 ‘불가사리’로 제설제·화장품 만들어 300억 버는 ‘이 남자’ [신기방기 사업모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5. 1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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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

바다 식량의 약탈자로 불린다. 어민들의 소득원인 바지락, 전복, 소라 등을 족족 잡아먹어서다. 특히 지구 온난화가 심화되면서 개체 수가 크게 늘어나 연근해 피해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불가사리를 해양 유해생물로 지정하고 적극 수거하고 있다. 지역 어촌에 가면 한편에 그득히 쌓인 불가사리 주검들을 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양승찬 창업자. (스타스테크 제공)
그런데 이 광경에서 사업 모델을 떠올린 이가 있다. 양승찬 스타스테크 대표다. 양 대표가 불가사리에 꽂힌 건 고등학교 때부터다. 경기과학영재학교(전 경기과학고) 재학 시절 ‘불가사리 유래 다공성 구조체의 이온흡착 경향성’에 대한 연구를 하다보니 이를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 좀 더 심화해 공부해보려 진학한 곳이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였다. 군 복무 때문에 잠시 연구를 멈추나 싶었는데 군 복무 당시 창업 기회가 왔다.

“이스라엘의 군 창업을 모티브로 국방부에서 창업경진대회 등 다양한 창업 지원 정책들을 시작하고 있었는데 이때 동기들과 함께 불가사리를 활용해 제설제를 만드는 기술 등으로 창업경진대회에 출품했어요. 2017년 6월 공모전이었는데 국방부 장관상을 받았어요. ‘이게 말이 된다’는 걸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창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실제 그는 전역하자마자 곧바로 회사를 차렸다. 참고로 사명 ‘스타스테크’는 ‘STAR’s Tech’를 한국말로 음차한 것으로 ‘별의 기술’이라는 뜻과 더불어 ‘불가사리(Starfish)를 활용한 기술’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

불가사리를 활용해 만든 친환경 제설제로 창업 이듬해인 2018년 매출 10억원을 기록했던 이 회사는 이후 화장품, 비료 등으로 사업군을 확장하며 창업 6년 만인 지난해와 올해 매출은 300억원 이상으로(6월 결산 기준) 실적이 껑충 뛰었다. 해외 수출 요청이 늘어나면서 올해는 매출 700억원을 기대해볼 정도로 급성장 중이다. 보다 자세한 성장 스토리는 일문일답 형식으로 풀어봤다.

불가사리로 친환경 제설제, 화장품, 액상 비료를 만든 스타스테크. (스타스테크 제공)
Q. 불가사리 유래 다공성 구조체라는 말이 좀 어렵다. 사업 모델을 일반인도 알기 쉽게 설명해달라.

다공성(多孔性)이란 스펀지처럼 ‘구멍이 많은 성질’의 물질을 뜻한다. 다공성 물질은 불가사리 뼛조각에서 추출한다. 물이 잘 빠지니까 친환경 제설제를 만들 수 있었다. 국내에선 정부, 지자체 등 조달 시장과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 민간 시장 등에 판매 중이다. 정부 쪽은 도로공사나 전국 지자체 수요가 높다. 최초 제품을 내놨을 때만 해도 염화칼슘 위주 종전 제설제 대비 비싸다는 말도 많았다. 하지만 염화칼슘 계열 제설제는 도로를 빠르게 부식·노화시킨다는 부작용도 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보면 친환경 제설제가 경제적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퍼지면서 매출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해외에선 친환경 제설제 자체의 판매는 물류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하기에 불가사리 추출 성분을 포함하는 첨가제(이하 세럼)만을 판매하거나 세럼을 현지에 공급, 현지에서 완제품을 생산한 후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Q. 불가사리로 또 다른 사업모델을 만들었다던데.

그렇다. 불가사리로 화장품, 비료를 만드는데 이 시장에서도 꽤 의미 있는 성장을 하고 있다. 화장품 원료는 불가사리에 있는 콜라겐 펩티드를 추출해 TDS(경피전달기술) 전달체에 탑재한 새로운 진피 도달 콜라겐 원료 ‘페넬라겐’이라는 물질을 개발했다. 이를 주요 국내외 뷰티 회사에 공급한다. 또 자체 브랜드 ‘라보페’ ‘리라브’ 등을 출시해 사업화하고 있다. 비료는 제설제와 화장품 원료 추출 후 발생하는 폐액을 100% 업사이클링해 액상 유기질 복합비료로 만들었다. 현재 국내 지역농협 등에 판매하고 태국 등 해외에도 수출하고 있다.

주요 사업모델. (스타스테크 제공)
Q. 액상 비료 해외 수출 얘기가 나온 김에 전체 해외 사업도 소개해달라.

친환경 제설제 수요가 가장 많다. 일본, 캐나다, 미국, 유럽 등 국가에 수출 중이며 점차 수출 물량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캐나다에서의 성과를 가장 대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친환경 제설제 최초로 캐나다 도로교통부의 APL(Approval Product List) ‘Proven’ 인증을 받아 제품 승인이 났다. 이는 캐나다 고속도로에 살포할 수 있는 친환경 고상 제설제는 전 세계에 스타스테크 제품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인증 후 판매를 위해선 추가로 영업 노력이 필요하겠으나, 기술적으로 유일하게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생각된다. 화장품 원료는 미국 브랜드 회사에 납품하고 있다. 자사 브랜드 역시 중국, 홍콩 등 국가에 수출 중이다.

Q. 창업한 후 위기는 없었나. 어떻게 극복했나.

당연히 다양한 위기들이 있었다. 자금 조달, 기술 개발, 원자재 매입, 생산, 영업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극적인 사건사고가 많았다. 다만, 위기에 좌절할 시간을 아예 주지 않고 극복하는 데 전념하다보니 지금까지 잘 이겨내고 있는 것 같다(웃음).

Q.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상장도 추진하나.

최근 시리즈C 투자 유치가 마무리되며,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250억원 수준이 됐다. 2025년 하반기에서 2026년 상반기 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우선 핵심 사업부인 친환경 제설제 사업 부문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외 화장품 원료, 액상 비료 사업부의 안정화를 통해 불가사리라는 해양 폐기물의 완전한 업사이클링을 실현시키는 기후테크 회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더불어 진행 중인 재생 케미칼 사업을 통해 기존 사업 부문 역량을 강화시키면서 새로운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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