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보단 ‘착한’ 제품…기업, 생존 위한 ‘저탄소’ [위기의 기후④]

장정욱 2024. 5. 18.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필수가 된 친환경, 기업 ‘압박’
EU ‘탄소국경세’ 내년부터 부과
NDC·RE100·CF연합까지 ‘탈탄소’
장기적 관점, 기업에 이익될 수도
지난해 11월 22일 유럽 최대 석탄화력발전소인 폴란드 로고비에츠에 위치한 벨차토프 발전소 굴뚝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위기는 많은 것을 바꾸도록 강요한다. 이 과정에서 변화는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된다. 혁신을 강요받는다는 의미다.

기후 위기 시대가 그렇다. 이미 ‘심각’ 단계로 접어든 환경 문제는 기업들에 그동안 바라지 않던 것들을 요구한다. 그동안 값싸고 질 좋으면 시장에서 인정받던 제품들이 이제는 얼마만큼 더 친환경적이냐에 따라 가치가 매겨진다. 서로 상충하던 경제와 환경의 개념이 달라진 것이다.

기업들은 환경이 주는 부담을 피할 수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친환경을 좇아야 한다. 수출이 경제 주력 국가인 우리나라는 그 상황이 더 급박하다.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업이 친환경 경영을 하지 않으면 대놓고 불이익을 준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다. 탄소국경세로 불리는 CBAM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수입하는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EU는 오는 2030년 평균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 현재는 철강과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품목에 관해 탄소 배출량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실제로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한국 기업이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상품 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무조건 줄여야 한다. 아니면 상품 가격에서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의무는 아니지만 대세가 된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도 있다. RE100은 탄소 공개 프로젝트(CDP, Carbon Disclosure Project) 위원회가 주도하는 사업으로 기업이 2050년까지 필요 전력의 100%를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캠페인이다.

캠페인 수준이긴 하지만 시민·환경단체나 국제기구 등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요구하는 터라 세계적 기업이나 국내 대기업들은 거부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계약서, 협약서 등을 통한 명시적인 납품요건으로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국가 차원에서도 기업들에 친환경 경영을 강요할 수밖에 없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때문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친환경 선박 전환지원 사업으로 건조 중인 에이치라인 LNG추진 벌크선HL ECO호 모습.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양·해운에도 예외없는 친환경

NDC는 파리기후변화 협정 참가국이 스스로 정하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다. 유엔기후변화협약에 공식적으로 이행 계획을 제출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오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의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 정부 계획에 따라 산업 부문에서 줄여야 할 탄소 감축 비중은 전체의 11.3%다.

정부는 NDC 법적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관련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국가정책에 기후위기 적응방안을 반영하도록 의무화하고, 감시·예측·평가 기반을 구축함과 동시에 극한기후 대응 기반 시설(인프라)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해양·해운 분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제해사기구(IMO) 등에서 선박 운항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줄이기로 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 등 친환경 연료로의 전환이 필수가 되고 있다.

IMO는 지난해 영국 런던에서 개최한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제80차 회의에서 2050년 해운 분야 탄소 배출 감축목표를 기존 50%에서 100%로 상향시켰다. IMO에 따르면 2030년까지 40%, 2040년까지 70%, 2050년까지 100%를 달성이 목표다.

기업 입장에서 친환경이 반드시 손해 또는 부담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친환경 특허가 두 배 늘면 5년 후 GDP를 1.7% 높일 수 있다. 최대 4배 오른다는 분석도 나왔다.

IMF는 “전기 자동차와 청정 수소, 재생 에너지 등 저탄소 기술을 포함한 친환경 혁신은 시간이 지나며 저렴한 에너지와 효율적인 생산 공정을 통해 추가적인 성장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세계 경제가 지난 30년 중 가장 성장 전망이 낮은 가운데 기후 변화를 억제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친환경 혁신은 특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인류, 결국 해결도 우리 몫[위기의 기후⑤]에서 계속됩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