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선 기자의 교회건축 기행] 컴컴·칙칙했던 교회, 빛으로 화사하게… 영적 분위기도 달라져

전병선 2024. 5. 1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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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인천 산곡교회
리모델링을 통해 새롭게 변신한 산곡교회 전경으로 아래 작은 사진의 기존 건물이 바뀌었다. 십자가 탑을 없앴고 건물의 오른쪽 부분 벽면은 그대로 살렸다. 다만 오른쪽 부분 중 십자가를 붙인 벽면은 증축한 건물과 같은 노출콘크리트를 사용해 증축된 건물과 융화시켰다. 뒤편 신축 아파트 단지와도 잘 어울린다. 인천=신석현 포토그래퍼, 산곡교회 제공


교회 건물이 낡으면 신축 외에 리모델링도 고려해볼 만하다. 리모델링 하면 실내 분위기를 새롭게 꾸미는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건축에서 리모델링은 증축 개축 대수선 등을 말한다. 대수선은 건물의 기둥과 외벽 등은 놔두고 내부시설을 해체한 후 다시 짓는 것이다. 기본 골조를 사용하기 때문에 비용이 신축의 3분의 2 정도밖에 안 들면서 공간을 재구성할 수 있다. 성공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교회의 전통과 시대적 요구를 결합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인천 부평 산곡교회(조재진 목사)를 지난 8일 방문했다.

올해 설립 79주년을 맞은 산곡교회의 기존 건물은 80년대 후반에 건축됐다. 빨간 벽돌로 잘 짓는다고 했지만 바닷모래를 쓰는 바람에 건물이 부실했다. 인근 지역이 개발돼 교회도 변화가 필요했다. 교회는 전반적으로 컴컴했다. 조명은 어두웠고 건물의 빨간 벽돌색은 탁하고 진했다. 진한 빨간 벽돌, 짙은 갈색 의자, 밝은 벽지를 사용했지만 대체로 실내 벽면이 칙칙했다. 또 현관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큰 계단이 분위기를 압도했다. 건물 안에 대예배당밖에 없는 것 같았다. 교제와 훈련을 위한 장소는 거의 없었다.

기존 건물의 대예배당 모습. 낡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칙칙했다. 또 강단 높이가 사람 키만큼 높았다. 아래 사진은 리모델링한 현재의 모습으로 천장 조명을 십자가 모양으로 배열해 의미를 더했다. 높은 강단도 낮춰 위압감을 없앴다.


처음에 교회는 대안으로 신축을 생각했다. 그러나 재정이 문제였다. 재정을 모두 동원해도 새로 지으면 기존 건물보다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리모델링을 하기로 하고 기존 건물 옆에 같은 높이로 증축을 하기로 했다. 2019년 12월 착공해 2022년 4월 준공했다. 기존 15m 높이의 종탑을 철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다음세대를 위한 공간 재구성

리모델링의 기본 콘셉트는 빛과 생명. 설계를 맡은 양민수 아벨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무엇보다 컴컴한 교회를 밝게 하고 싶다는 교회의 의지를 반영해 빛을 끌어들이고 머물게 하는 건축적 요소를 적극 활용했다.

먼저 교회 뼈대 골조와 외벽만 놔두고 내부 공간을 다 없앴다. 설비 전기 기계 소방은 물론 내부 칸막이도 다 털었다. 구조 안전 진단을 하고 내진 보강을 한 뒤 동선을 재정립했다. 여기에 빛과 생명을 콘셉트로 쾌적한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지하 1층, 지상 4층의 현 교회 건물이 완성됐다.

가장 큰 변화는 공간 구성이다. 기존 건물 왼편에 증축된 교육관에는 다음세대를 위한 구역으로 재설정됐다. 화사하고 밝은 톤의 벽지와 소품으로 인테리어하고 유아·유치부 등 교회학교 아이들을 위한 예배실을 뒀다. 청년부실은 계단식으로 배치된 좌석, 최신 음향시설을 설치해 공연장처럼 꾸몄다. 남향으로는 전면 창을 내고 블라인드를 설치했다. 햇볕을 받아들이기 위해 열기도 하고 예배의 집중을 위해 닫을 수도 있다.

증축된 교육관 3~4층에 마련된 중정. 중정을 둘러싼 벽면은 창으로 만들어 빛이 들어올 수 있게 했다. 인천=신석현 포토그래퍼


3~4층을 뚫어 중정도 만들었다. 중정은 다음세대뿐만 아니라 기성세대들에도 여유를 주는 공간이다. 그저 빈 공간이라는 것만으로도 쉼을 주는 구역이다. 성도들은 이곳에서 교제도 하고 다양한 활동도 하고 묵상도 한다. 건물로서는 빛이 들어오는 창구요, 환기 통로다. 양 대표는 “중정이 기존 건물과 증축 건물의 영역을 일체화하는 역할도 한다”면서 “중정이란 공간의 새로움이 두 건물 간의 이질감, 단절감을 해소한다”고 설명했다.

지하공간에 만든 카페로 왼쪽 창 바깥에 선큰을 만들어 지하 공간을 반지하로 꾸몄다. 항상 빛이 들어오게 했고 사진의 가운데 외부로부터 직접 들어올 수 있는 문이 눈길을 끈다. 인천=신석현 포토그래퍼


항상 눅눅하고 습했던 기존 건물의 골칫거리, 지하 공간에도 빛을 들였다. 교회학교 아이들을 위한 예배공간이 있던 곳이다. 지하 벽면엔 긴 창을 만들고 그 앞쪽 땅을 파내 움푹 들어간 선큰(sunken)을 조성했다. 지하를 반지하로 만든 것이다. 빛이 들어오는 공간엔 카페를 내고 교회 건물이 아닌 앞마당에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문도 냈다. 지하에서도 개방감을 느끼게 했다.

신·구 교회 디자인의 융합

위 기존 건물의 지하 식당이 아래 식당으로 바뀌었다. 리모델링한 식당 왼편에 밝은 벽면이 보인다. 천장의 창에서 자연광이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천장에는 창을 달아 환기에도 도움이 되도록 했다. 인천=신석현 포토그래퍼

지하에 있는 식당에도 자연광을 활용했다. 식당 옆의 창고를 뜯어내고 위쪽에 긴 창을 냈다. 빛도 들어오고 환기도 가능하게 했다. 밥 먹을 때 외엔 얼씬도 하지 않던 곳, 환기도 안 되고 항상 눅눅하고 습했던 곳이 선호하는 곳이 됐다. 쾌적하게 바뀐 지하에는 놀이방, 스터디 카페, 새 가족실까지 두고 있다.

외관도 엄청 달라졌는데, 신축에 가까운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특별히 외관에서 기존 건축물의 특징을 살렸다. 붉은 벽돌의 기존 외벽은 그대로 사용했다. 기존 건물을 건축할 때 수고한 믿음의 선배들을 기억하자는 취지다. 그러면서 증축한 건물의 노출 콘크리트를 기존 건물 외벽에도 사용해 새 건물과 기존 건물이 공존하면서 융화될 수 있게 했다.

리모델링하면서 앞마당의 흙을 다 걷어내 도로와 연결하고 주차장을 만든 것도 큰 변화다. 이전엔 앞마당이 바로 옆 도로보다 보통 건물의 1층 높이에 있었다. 세상과 벽을 쌓은 모습이었다. 지금은 교회 앞마당과 도로를 누구든지 쉽게 넘나들게 했다. 증축 교육관의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30대의 주차 공간을 별도로 확보한 것도 큰 성과다.

양 대표는 “건물 전반에 다양한 연합을 시도했다”며 “신구 공간의 연합, 기존과 다음세대의 연합, 예수님과 우리의 연합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또 “의도적으로 끌어들인 빛이 교회를 쾌적하고 풍요로운 공간으로 만들고 그 안에서 생명이 잉태되는 바람을 곳곳에 담았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건물만 새로워 진 게 아니다. 교회의 영적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기뻐했다. “건축 기간과 코로나 기간이 겹쳐 성도 200여명이 떠난 상태에서 리모델링을 시작했어요. 지금은 그 이상으로 회복됐고 새로 교회를 찾은 이들이 대부분 젊은 세대입니다. 그들이 교회에 정착하는 데 가장 큰 요인이 기존 성도들의 하나 된 모습이랍니다. 하나님께 먼저 감사하고 성도들에게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인천=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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