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던 교우끼리 관심사로 뭉친다, 교제 이어 전도까지 뜨거워졌다… 소모임 세포분열

손동준,이현성 2024. 5. 18. 03: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교인이 주도하는 소모임이 불러온 새바람
만나교회 스크린골프 모임 참가자들이 지난달 20일 경기도 광주시 스크린골프장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다. 만나교회 태권도 소모임 회원들이 지난달 24일 경기도 성남시 교회에서 태권도를 수련하는 모습. 이 교회 테니스 모임 ‘우리 테니스로 만나’ 회원들 모습. 풋살 모임 ‘만나 FC’ 회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성교회 ‘토요 주짓수 클래스’ 회원들이 운동하는 모습(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진=만나교회·한성교회 제공, 그래픽=강소연


“장로님, 나이스 샷!” 서광섭(56)씨가 7번 아이언으로 스윙을 하자 주변에서 박수가 터졌다. 지난달 20일 경기도 광주의 한 스크린골프장에는 서씨를 비롯해 15명이 모였다. 경기도 성남시 만나교회(김병삼 목사) 소속인 이들은 대부분 초면이었다. 서씨는 이 교회 장로로 ‘스크린 골프 치고 스시 먹자’는 이름으로 소모임을 개설했다. 평소 스크린 골프에 관심이 있던 이들이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만남이 이뤄졌다.

만나교회 스크린골프 모임 참가자들이 지난달 20일 경기도 광주시 스크린골프장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다. 만나교회 제공


조를 나눠 게임을 진행했고 이후 인근 초밥집에서 함께 식사하며 대화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 가운데는 서씨처럼 교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사람뿐 아니라 아직 교회 등록도 하지 않은 새 신자, 오랜 기간 예배는 드렸지만 별도의 교회 활동을 하지 않던 이들도 적지 않았다. 서씨는 “스크린골프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다 보니 공감대 형성이 잘 되더라”며 “시작을 기도로 할 뿐 신앙과 관련한 대화를 의도적으로 자제하고 있는데도 그간 교회에 적응하지 못하던 분이 이번 모임을 계기로 다른 활동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만나교회 태권도 소모임 회원들이 지난달 24일 경기도 성남시 교회에서 태권도를 수련하는 모습. 만나교회 제공


만나교회 본관 한나홀에는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청년들의 기합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운다. 태권도 전공자이자 현직 고등학교 체육 교사인 이수용(27)씨를 리더로 31명이 태권도 단증 취득을 목표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발차기와 품새 호신술 등 태권도 전반을 무료로 배울 수 있어 인기다. 이씨는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훈련을 토대로 국내외 단기선교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여기 와서 태권도를 배운 새신자가 벌써 국내 단기선교에 참여한 때도 있다”고 자랑했다.

취향별로 헤쳐 모여

‘아싸를 인싸로, 인싸를 핵인싸로.’ 만나교회가 지난달 6일 소모임 사역을 공식 개시하면서 내세운 구호다. 아싸는 모임에 잘 참여하지 못하고 겉도는 사람을 뜻하는 영어 ‘아웃사이더(Outsider)’를 줄인 신조어다. 인싸는 아싸의 반대 개념으로 영어 ‘인사이더(Insider)’에서 따왔다. 핵인싸는 그중에서도 ‘핵심 인물’을 말한다. 교회는 요즘 사람들의 관계 맺는 방식이 변화하는 것에 착안해 이 사역을 도입했다. 교인 스스로 취미나 취향에 따라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거나 개설된 모임을 찾아 가입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단, 모임은 만나교회 교인만 개설할 수 있다. 소모임 참여는 교회 홈페이지 등록 회원이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한 달여 만에 벌써 340개의 소모임이 개설됐다. 만나교회는 올해 안에 소모임 수를 1000개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만나교회 교회 테니스 모임 ‘우리 테니스로 만나’ 회원들 모습. 만나교회 제공


소모임은 한 번 모인 후 해산하는 ‘원데이 나무’, 취미와 공통점 등을 기준으로 모임을 지속하는 ‘클럽 나무’,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챌린지 나무’로 분류된다. 원데이 나무는 주로 개봉 영화 관람이나 원목 도마 만들기 등 일회성 모임이 주를 이룬다. 챌린지 나무는 하루 한 절 말씀 묵상, 성경 암송 등 신앙 관련 도전 과제도 있지만, ‘팔굽혀펴기 100개 성공’ ‘교회 앞 도로 불법 주차 근절’ 등 이색 챌린지도 적지 않다. 이밖에 스크린 골프나 태권도, 중고차 고르기, 셀프세차, 탄천 플로깅(걸으며 쓰레기 줍는 활동), 야경산책 등 각양각색의 클럽 나무가 잇따라 개설되고 있다.

풋살 모임 ‘만나 FC’ 회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만나교회 제공


‘좋은 중고차 구별하는 방법’ 모임을 이끄는 이성실 만나교회 교구 담당 목사는 “최근 중고차 시장은 매매단지에 직접 가지 않고도 살 수 있고 타보고 맘에 들지 않으면 환불도 가능하게 됐다”며 “중고차는 몇 가지 기준만 가지고 있어도 좋은 차를 고를 수 있는데 교인들 가운데 기본적인 성능기록부 보는 법조차 모르는 분들이 계시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간 중고차를 사고팔았던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중고차를 사러 가서 실패하지 않는 법을 특강 형식으로 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회는 기존 공동체에 소속되지 않은 성도가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교회 공동체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뿐 아니라 성도의 주도성 함양, 세대 통합, 숨은 자원 파악 등 소모임 사역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담임 김병삼 목사는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를 지내보니 소그룹이 단단했던 교회가 잘 살아남고 회복도 빠르더라”며 “문제는 요즘 사람들은 하향식으로 교회가 직종이나 나이, 지역 등으로 사람들을 묶고 리더를 세워주는 데 크게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취미와 취향을 매개로 자생적인 교회 모임이 일어나도록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 중”이라며 “교회가 콘트롤타워 역할만 잘한다면 다가오는 시대에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 더사랑의교회(이인호 목사)도 동호회 사역에 진심이다. 축구 테니스 등산 당구 등 운동 동호회뿐만 아니라 바둑 영어성경 인문고전 동호회도 있다. 이인호 목사는 “동호회 활성화는 남편 전도에 특히 탁월하다”며 “개척 초기부터 동호회를 이어온 결과 성비(性比)도 동호회 대부분 남성 교인들이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도에도 효과적

한성교회 ‘토요 주짓수 클래스’ 회원들이 운동하는 모습. 한성교회 제공

이 같은 교회 소모임이 전도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지난달 시작된 서울 한성교회(도원욱 목사) ‘토요 주짓수 클래스’ 참석자 가운데 20%는 비기독교인이다. 3개월간 진행되는 이 교회 주짓수 소모임 회비는 성인 기준 5만원. 어린이 회비는 3만원이며 발달장애인은 무료다. 교회 주짓수 소모임 담당 사역자인 노신일 목사는 “경기도 파주나 동탄에서 토요일마다 오시는 분들도 계시다”며 “지역에 있는 주짓수 도장 관장님들은 대부분 브라운이나 퍼플벨트인데, 교회 주짓수 클래스를 지도하시는 최현수 목사님은 블랙벨트를 갖고 계시다. 회비도 저렴한 데다 블랙벨트 지도자가 가르쳐준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오신 분들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교회 주짓수 모임엔 서울 강동 용산 등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 5명도 동참하고 있다. 이밖에 교회 출석이 뜸해진 교인들도 주짓수 모임을 통해 다른 교인들과 관계를 늘리며 주일 예배당 문턱을 넘기도 한다.

교회는 주일에 원데이클래스를 추가 개설하기도 한다. 노 목사는 “원데이클래스를 연 날엔 예배 참석을 권하고 있다”며 “강제는 아니지만 운동 전후로 같이 예배를 드리자고 권하면 대부분 동참하신다”고 했다. 노 목사는 “스포츠는 양육 간의 강건함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며 “믿지 않는 분들에게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할 수 있고 교인들에겐 땀을 흘리며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 된다”고 말했다.

손동준 이현성 기자 sdj@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