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책방…용인 주민들의 사랑방 ‘우주소년’ [공간을 기억하다]

장수정 2024. 5. 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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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지기의 이야기④] 경기도 용인 우주소년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 용인 동천동 주민들의 ‘사랑방’이 된 우주소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위치한 책방 우주소년은 지난 2014년부터 운영이 되고 있는 독립서점이다. 동천동의 한 주민이 책방 겸 마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우주소년을 연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이 대표가 이사를 가게 되며 우주소년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지만, 이때 동천동 주민들이 나섰다. 이미 우주소년과 정이 든 주민들이 힘을 모아 펀딩을 시작했고, 십시일반으로 모은 출자금을 통해 책방을 이어나가게 된 것이다.

이후 동천동에서 자라거나, 또는 살아가는 청년들이 우주소년의 운영진이 돼 우주소년을 새롭게 끌어가고 있다. 지금은 이번 인터뷰에 참여한 강은성, 정현진을 비롯해 4명의 청년들이 우주소년의 책방지기가 돼 자신들의 색깔을 입혀 나가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주민들의 힘을 모아 지켜낸 공간인 만큼, 동천동 주민들의 응원도 이어진다. 책을 보고, 또 구매하는 것은 물론 우주소년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직접 제안을 하기도 하면서 책방을 함께 완성해 나가고 있다.

◆ 책 넘어, 프로그램 참여→청소년 인턴십까지. 우주소년이 넓히는 서점의 의미

4명의 청년들이 운영하는 우주소년에서는 이들의 ‘색깔’과 ‘개성’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우주소년이 선보이는 도서의 기준에 대해 강은성, 정현진 책방지기는 “각자 보고 싶은 책을 들여오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들의 설명처럼 우주소년에 입장하면 ‘에세이’, ‘여성·젠더’, ‘예술’, ‘지구·생태’ 등의 주제로 도서가 나뉜 것을 볼 수 있는데, ‘다양한’ 취향의 책방지기들이 모인 만큼 ‘다채로운’ 책들을 만날 수 있다.

정현진 책방지기는 “주어진 공간을 꾸미는 것부터 각자 했는데, 서로 굉장히 다르다. 그만큼 책을 고르는 기준도 다르다. 그래서 이 공간이 더욱 다양하게 구성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으며, 강은성 책방지기는 “이 부분에 대해선 서로 터치하지 않는다. ‘왜 이걸 선택했어?’라는 질문도 없다”고 귀띔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도 우주소년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책을 사는 곳이기도 하지만, 카페도 함께 운영이 되고 있어 음료를 마시며 도서를 읽는 것도 가능하다. 이곳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을 둔 공간을 따로 마련해 우주소년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해 뒀다.

넓은 테이블은 물론, 회의실이 있어 동천동의 학부모들이 이곳을 찾아 회의를 하기도 한다. 우주소년 서포터즈를 자처한 주민들부터 커피 로스팅에 대한 노하우를 알려주는 이들까지. 우주소년을 말 그대로 ‘사랑방’처럼 이용하는 주민들이 우주소년의 ‘힘’이자 ‘원동력’이 되고 있다.

강은성 책방지기는 “대부분의 가게나 공간은 소수자가 소외되기 쉽기에 우주소년은 정체성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환대받으며 올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한다. 그래서 소수자를 환영하고, 또 초대하며 환대할 수 있는 공간을 키워드로 삼았었다. 여기에 지금은 더 많은 사람들을 아우르는 공간이길 바란다.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행사나 책 선정에 있어서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중·장년층을 넘어 ‘청년’들을 서점으로 불러 모으기 위한 노력도 이어나갈 생각이다. 한 예로 현재 우주소년에서는 방학 기간 등을 활용해 이우학교 학생들에게 서점에 대한 경험을 제공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고등학교 1~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우주소년에서 일을 배우고, 또 직접 해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며 우주소년이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되는 것이 목표였다.

이에 대해 정현진 책방지기는 “조금 더 다양한 세대를 세대가 이 공간 안에서 어우러질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마을 활동이라고 하면, 중·장년층 분들이 주축이 되는 경우들이 많다. 그러다 보면 세대들끼리 모이기도 하는데, 우리는 세대끼리 모이는 게 아니라, 세대 간에도 좀 더 편안하게 이 공간으로 모일 수 있는 노력을 해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우주소년은 특정 대표가 지속적으로 운영을 하는 것이 아닌, 때로는 새로운 운영진이 공간의 의미를 이어나가며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에 강은성, 정현진 책방지기는 다음 운영진을 위한 기틀을 탄탄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가지고 있다.

정현진 책방지기는 “우주소년의 강점은 동네 안에서의 네트워크가 탄탄하다는 것인데, 그 안에서 청년이 잘 어우러지는 것은 숙제인 것 같다. 아무래도 ‘청년’이라는 이미지 탓에 기대하는 부분이 있으신 것 같다. 창의적인 일이라던지, 혹은 뭔가 새로운 것을 할 것이라는 기대라던지. 그런 기대들 사이에서 중심을 잘 지키며 나아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언젠가는 다음 운영자가 이어받게 될 텐데, 그때 그분들이 자연스럽게 이어나갈 수 있도록 기틀을 잡고 싶은 마음이다”라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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