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외면해도, '금강의 기적'은 수장되지 않는다
[유진수 기자]
▲ 학나래교에서 내려다본 세종보 모습 보 완전 개방 후 물 흐름이 빨라지고 보 상·하류에 모래톱과 수변지대에 식생이 되살아나고 있다.(2019. 9. 23) |
ⓒ 유진수 |
위 발언은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2022년 10월 4일 국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한것이다. 그는 4대강 보 처리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과학적', '객관적' 검증이라는 말을 누차 강조해왔다. 하지만 한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는 과정을 보면 과학은 철저히 실종됐다.
지난해 7월 21일 오전 감사원은 4대강 사업 5차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환경부 장관에게 "충분한 기초자료에 근거한 과학적이고 객관적 분석 결과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에 적절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여기까지는 한 장관이 했던 말과 일맥상통했다. 하지만 한 장관의 행동은 그 반대였다.
감사 결과 발표 당일 오후 환경부는 국가물관리위에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의 재검토를 요청했다. 이는 사실상 전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폐기하기 위한 것으로,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감사 발표 15일 만인 8월 4일, 세종보 해체 등 전 정권에서 자신들이 한 결정을 뒤집었다.
한 장관이 누차 강조했던 '과학적 검증'은 불과 반나절이면 가능했던 것일까? 하지만 이런 행태는 검증이 아니라 전 정권의 정책을 무조건 지우겠다는 독선, 독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4대강 사업을 강행했던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에서 환경비서관을 지냈던 그의 이력으로 볼 때 어쩌면 예상된 수순이었다고 볼 수 있다.
▲ 금강 보 구간 수변 하천 지형·서식공간 변화 금강 보 모니터링 결과 나타난 보 구간 수변 하천 지형과 생물 서식공간 변화,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 |
그럼, 지금부터 '과학 장관'이라고 자청했던 환경부 장관이 무시한 과학적 결과들을 살펴보자.
▲ 금강 보 구간 멸종위기 등 조류 출현 현황 금강 보 구간 모니터링 결과 멸종위기종 등 조류 출현 현황,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 |
민물고기 모니터링 결과 보 개방 후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 구간의 어류 건강성 지표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세종보는 완전 개방에 따른 어류 서식공간의 다변화(정수성→유수·정수성)로 어류 건강성지수(FAI)가 유의미하게 증가(35.6 → 50.7)하였고, 유수성 종수·개체수 비율은 증가하고, 정수성 종수·개체수 비율이 감소하였다.
특히 세종보는 평균 출현 종수, 교란종·내성종 개체수 비율에선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지만, 어류 건강성지수에선 3개 보 구간 중 가장 큰 폭의 변화를 보였다. 공주보도 보 개방 후 어류 서식공간의 다변화로 어류 건강성지수(35.4 → 43.0)와 평균 유수성 종수 비율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 금강 수계 보 개방 전·후 어류 건강성지수 변화 세종보 완전 개방에 따른 어류 서식공간의 다변화로 어류 건강성지수(FAI)가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 |
수많은 멸종위기종의 귀환... 산 강의 증거
▲ 금강 수계 보 개방 전·후 수생태계 어류 지표 변화 보 상시개방이 길어질수록 멸종위기1급 흰수마자 분포 범위가 넓어져,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 |
흰수마자는 지구상에서 한반도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으로 입 아래 4쌍의 길고 하얀 수염이 특징인 민물고기다. 얕은 수심에 물살이 빠르며 깨끗한 모래가 깔린 환경을 선호하며 주로 강바닥에 서식하는 수서곤충을 먹이로 한다. 1980년대까지 금강 본류와 유역에 폭넓게 분포하였으나, 하천 개발과 오염 등으로 서식 범위가 줄어들고 있었다.
금강 보 구간에서는 2012년 4대강 정비사업 완공 이후 발견되지 않다가 보 개방 후 재발견된 것이다. 보 완전개방 후 2019년 4월 세종보 하류 모래톱 아래 주변에서 가장 먼저 확인되었다. 세종보에서도 2024년 4월 11일 조사 때 서식이 확인되었다.
▲ 금강 보 구간 멸종위기 어류 출현 현황 보 완전개방 후 가장 놀라왔던 변화는 환경부가 지정한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 어류의 귀환이었다.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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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 수계 보 개방 전·후 저서동물 건강성지수 변화 보를 완전 개방한 후 세종보 구간의 저서동물 지표는 증가 경향을 보인 반면, 수위 변화가 잦았던 공주보와 백제보는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내.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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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 수계 보 개방 후 양서·파충류 출현 현황 보 개방 후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 양서·파충류 서식 확인,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 |
보 개방으로 물웅덩이, 습지, 모래톱 등이 형성되어 서식공간이 늘어나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금개구리, 맹꽁이, 표범장지뱀, 남생이 등 양서파충류의 서식이 여러 곳에서 확인되었다. 그 중에서도 금개구리와 천연기념물(제453호)이기도 한 남생이는 하천의 개발, 도시화 등으로 인한 서식지 훼손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종이다. 세종보 상류 합강습지와 금강과 연계된 장남평야습지에서 서식이 확인되었다. 세종보 주변 둔치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옆은 좁은 물웅덩이, 소류지에서 맹꽁이도 관찰되었다.
▲ 세종보 구간 수달·도요물떼새류 서식지 적합도 분석 결과 세종보 구간은 수달·도요물떼새류 서식지 적합도가 높은 지역으로 분석되어,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 |
방대하고 과학적인 '보 해체' 증거들까지 수장시킬 수 없다
금강의 3개 보 처리방안 마련을 위해 사용된 방대한 '근거'들은 보 개방 이후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직접 감독한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이 주도했다. 해당 근거들은 보 소재 지방자치단체,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관련 정부 부처들, 해당 유역의 주민들까지 다양한 환경 주체들이 참여하여 내린 종합적이고 과학적인 분석 결과다. 그런데 오랜 기간에 걸쳐 과학적 조사 작업과 여론 청취 등을 통한 방대한 작업을 뒤집어버린 것이다.
지금도 4대강 유역의 환경과 물관리 분야에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생산하기 위한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통령과 환경부 장관이 잠시 바뀌었다고 해서 연구자들이 과학자로서의 양심과 책임감을 버리고, 조사와 분석 절차도 무시한 채 정략적인 지시와 이미 정해놓은 결과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을 거란 착각을 대통령과 환경부장관부터 버려야 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환경부장관이 '꼭두각시'가 되어 세종보 재가동을 강요해도, 오랜 세월 우리나라 국토의 환경 보전을 위한 연구와 환경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을 위해 전심을 다해온 수많은 환경 분야 공직자들과 물 환경 관련 기관 각계 각층의 노력, 이를 지켜본 시민사회와 금강의 자연성 회복을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과 타당한 증거들까지 수몰당하지 않는다.
금강은 언제나 힘차게 흘러 왔고 앞으로도 흐를 것이다. 세종보의 닫혔던 수문이 열리자마자 수많은 여울과 모래톱을 만들며, 부질없는 한 줌 쓰레기들을 쓸어내려 바다로 돌려보내는 모습을 우리는 목도하지 않았던가. 그게 강이고 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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