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징수 첨부'하고 연봉 2억 증명…평범하면 광속탈락, 결혼·데이트앱

임춘한 2024. 5. 17. 07: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상류층을 위한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앱)이 인기를 끄는가 하면 특정 아파트 입주민들로 구성된 결혼정보 모임도 등장했다.

17일 주요 하이엔드 데이팅·결혼 앱 3사의 다운로드 수는 30만건 이상, 리뷰 수는 1만1000건이 넘는다.

원모씨(30)는 "친구로부터 앱을 추천받아서 한번 사용해보려고 했는데 가입을 연봉 7000만원이 안 돼서 거절당했다"며 "그들만의 세상인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초고가 아파트에선 입주민끼리의 맞선 모임이 생겨났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봉 7000만원 이상만 가입 가능
고소득자·아파트 입주민끼리
데이트·결혼도 '빈익빈 부익부'
"상생을 위한 역할과 노력 필요"

최근 상류층을 위한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앱)이 인기를 끄는가 하면 특정 아파트 입주민들로 구성된 결혼정보 모임도 등장했다. 데이트·결혼 상대를 구하는데 재력을 우선시하는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주요 하이엔드 데이팅·결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소득, 전문직, 자산보유액 등 인증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각사 캡처]

17일 주요 하이엔드 데이팅·결혼 앱 3사의 다운로드 수는 30만건 이상, 리뷰 수는 1만1000건이 넘는다. A 업체의 경우 하이엔드 데이팅 앱으로 소득, 전문직, 자산보유액 등 중 최소 1개 이상을 인증이 필수다. 소득의 경우 ‘고소득’ 연 소득 7000만원 이상, ‘억대 연봉’ 1억원, ‘억대 연봉’ 2억원 이상으로 분류되며 각각 다른 배지를 준다. 국세청과 연동돼 본인인증을 해야 하므로 사실상 속이는 것이 불가능하다.

연 소득 7000만원 이상은 근로소득자 중 상위 15% 이상 수준이다. 지난 3월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근로소득 천분위 자료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근로소득 상위 0.1%는 7억200만원, 상위 1%는 1억7800만원, 상위 5%는 1억1000만원, 상위 10%는 8500만원, 상위 20%는 5800만원으로 집계됐다.

다른 업체의 앱 구조 역시 비슷하다. B 업체는 프리미엄 소개팅을 표방하는데 소득, 직업, 부동산, 자동차 등을 인증해야 한다. 실제 원천징수영수증, 소득금액증명원, 전문직 자격증 등을 내야만 가입할 수 있다. C 업체는 재직증명서, 전문직 자격증, 졸업장을 제출하거나 직장·학교 이메일을 통해 자동 증명하는 시스템을 최초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곳에 가입하려면 특정 대학이나 전공 출신이어야 한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추천받아 가입해보려다 자괴감을 느낀 사람들도 있다. 원모씨(30)는 “친구로부터 앱을 추천받아서 한번 사용해보려고 했는데 가입을 연봉 7000만원이 안 돼서 거절당했다"며 "그들만의 세상인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모씨(31)는 “첫 번째 가입 절차부터 '광탈'(광속탈락)당했다”며 “연봉 상승률로 봤을 때 몇 년 뒤면 가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초고가 아파트에선 입주민끼리의 맞선 모임이 생겨났다. 지난달 서울 서초구의 '래미안 원베일리' 입주민들은 단지 내 미혼 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소모임을 만들었다. 가입 대상은 래미안 원베일리 입주민 당사자나 입주민 자녀 등 가족이며 가입비는 10만원, 연회비 30만원이다. 모임 측은 "올해 안으로 좋은 파트너와 만남을 기대하고, 원베일리 거주민의 네트워크를 통해 소통하는 시간이 마련된다"며 "미혼자녀 당사자 모임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통해 폭넓은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한다"고 했다.

혼인율은 소득 수준에 따라 양극화되고 있다. 2022년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과 출산 의향의 동태적 분석’에 따르면 2017~2019년 모든 연령대에서 소득 상위 10% 남성의 혼인 비율이 하위 10% 남성보다 월등히 높았다. 31~35세 소득 상위 10%의 혼인율은 76%, 하위 10%는 31%로 나타났다. 36~40세에서는 상위 10%는 91%, 하위 10%는 47%로 집계됐다. 41~45세의 경우 소득 상위 10%는 96%, 하위 10% 혼인율은 58%로 벌어졌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적 격차가 심화하면서 모든 것이 계층화되고 있고, 결혼에 있어 동질적인 사람들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고, 도덕적으로 옳다 그르다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사회 전반적으로 열패감이 퍼지고 있는 것은 문제다. 정부와 사회가 상생을 위한 역할과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