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곗줄만큼 얇다... 업계를 흔든 두께 2mm의 피아제 시계 [더 하이엔드]

이현상 2024. 5. 1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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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4년 설립된 피아제는 올해 창립 150주년을 기념하는 시계 한 점으로 지난 4월 열린 제네바 워치스앤원더스 시계박람회에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중력의 영향을 최소화해 정확도를 높이는 플라잉 투르비용을 탑재한, 케이스 두께 2mm의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컨셉 투르비용’이 그 주인공이다.
두께 2mm에 근접한 시계는 피아제를 포함해 여러 브랜드에서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투르비용과 같이 복잡 기능을 탑재하고도 2mm 두께를 기록한 건 처음이다.

케이스 두께 2mm의 피아제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컨셉 투르비용. [사진 피아제]


초박형 또는 울트라-씬(ultra-thin)이라 불리는 얇은 두께의 시계는 기능을 여럿 담은 하이 컴플리케이션 시계만큼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정설이다. 부품을 얇게 만들어야 하는 데다 얇아진 두께만큼 충격 보완을 위한 추가 장치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시계는 ‘보여주기’식의 ‘컨셉’ 워치가 아니다. 주문을 통해 실제 고객이 살 수 있는 정규 모델이다.

시계 조립 과정. 케이스 안에 부품을 펼쳐 조립해 얇은 두께를 구현할 수 있었다. [사진 피아제]


얇은 시계 분야 선구자
초박형 시계를 만들고자 하는 피아제의 열정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작은 두께 2mm에 불과한 수동 칼리버 9P(1957년)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얇은 무브먼트 기록을 세웠다. 3년 뒤 1960년엔 자동 무브먼트 12P로 다시 한번 업계를 흔든다. 동력을 공급하는 로터를 얹고도 2.3mm에 불과한 두께 때문이었다. 피아제는 이 무브먼트 2점을 계기로 초박형 시계 제작의 선구자가 됐다.

1960년대 초박형 시계의 광고 캠페인. [사진 피아제]


2018년 피아제는 두께 2mm의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컨셉 워치’를 공개했다. 케이스 뒷면을 무브먼트 부품을 조립하는 공간인 메인 플레이트로 대체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보통 층을 이루는 부품도 펼쳐 배열했다. 이를테면 다이얼 옆에 밸런스 휠과 배럴(태엽통)을 나란히 놓는 방식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전통적 시계 제작 방식을 뒤엎었다.
이 시계는 발표 당시 세계에서 가장 얇은 두께의 기계식 시계로 등재됐다. 아쉽게도 제품 이름처럼 컨셉 워치여서 시판용은 아니었다. 2년 뒤 피아제는 상용화에 성공한다. 같은 해 시계 업계의 오스카라 불리는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에서 최고상까지 받았다.

스위스 라코토페에 자리한 피아제 매뉴팩처. 지금도 이곳에서 피아제의 무브먼트를 만든다. 제품 조립은 현대화 시설을 갖춘 제네바 매뉴팩처에서 이뤄진다. [사진 피아제]


시곗줄보다 얇아 보이는 케이스 두께
올해 공개한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컨셉 투르비용 워치’의 두께는 6년 전과 같은 2mm다. 하지만 플라잉 투르비용 케이지를 얹었다. 투르비용은 시계 정확도를 해치는 중력으로부터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다. 탑재하면 시계가 두꺼워질 수밖에 없다. 이에 피아제는 케이지 상단의 브리지를 없애는 동시에 케이지 가장자리에 볼 베어링을 더해 두께 1.49mm 공간에 투르비용을 채워 넣는 데 성공한다.

피아제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컨셉 투르비용. [사진 피아제]


이뿐만이 아니다. 투르비용을 더하면 에너지 소비가 25% 늘어난다. 이에 동력을 전달하는 메인 스프링(태엽)을 새로 만들어 전작과 같이 40시간 파워리저브 성능을 유지한다. 단단하고 충격에 강한 코발트 합금 소재로 제작한 케이스 지름은 41.5mm다. 20m 방수 기능도 넣었다. 이 정도 두께에 방수 성능을 넣긴 쉽지 않다. 시계를 옆에서 보면 케이스보다 되레 스트랩이 두꺼워 보인다.

중력의 영향을 상쇄하는 투르비용 워치 부문에서 현재 가장 얇은 두께를 기록 중이다. [사진 피아제]


피아제는 이 시계를 포함해 150주년을 기념하는 시계 여럿을 내놨다. 1979년 출시, 케이스부터 브레이슬릿까지 골드로 만들어 고급 스포츠 워치의 새 기준을 제시한 바 있는 피아제 폴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남녀 모델 각각 300점 생산하는 ‘피아제 폴로 데이트’ 컬렉션 역시 기념 모델이다. 파인 워치 제작을 향한 피아제의 쉼 없는 여정을 상징하는 동시에 브랜드가 가진 기술력을 보여준다.

1979년 처음 선보인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선보인 피아제 79 모델. 브랜드 창립 150주년 기념 모델이다. [사진 피아제]

이현상 기자 lee.hyunsa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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