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총선 3연패 뒤엔 '수포자들'…수도권 탈락 땐, 텃밭 영남 갔다 [수포당 국민의힘]

이창훈 2024. 5. 17. 05: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총선 3연패로 ‘수포당’(수도권 포기한 정당)이라는 비판까지 받는 국민의힘에 ‘수포자’(수도권 포기한 정치인)가 공식처럼 자리 잡고 있다. 선거 때마다 수도권에선 마땅한 출마자를 못 찾아 구인난을 겪지만, 수도권 낙선·낙천 후 당의 텃밭을 찾아가 국회에 입성하는 사례가 반복돼서다.

22대 총선 국민의힘 당선인 중 지난 선거 때 수도권에서 당선됐거나, 낙선·낙천됐다가 이번에 당의 우세 지역 출마로 방향을 틀어 당선된 이들은 10명이다. 현역은 김정재·임이자·박수영·최형두 의원이, 당선인 중에선 강승규·권영진·강명구·김용태·유영하·이상휘 당선인이 이 경우다. 국민의힘이 20~22대 총선에서 잇달아 패배하면서 격전지인 수도권을 포기하고 영남 등 양지에서 당선된 사례가 늘어났다.

강승규(왼쪽), 권영진 전 의원. 중앙포토

18대 국회 등원 동기인 강승규·권영진 전 의원은 서울 출마를 포기한 뒤 고향으로 돌아가 12년 만에 재선 고지에 올랐다. 서울 노원을에서 정치를 시작한 권 전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 낙선 후 고향인 대구로 하방, 재선 대구시장을 거쳐 대구 달서병에서 당선됐다. 강 전 의원은 18대 총선 때 서울 마포갑에서 당선됐지만 이후 세 차례 연속 낙선·낙천됐다. 지난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마친 뒤 고향인 충남 홍성-예산으로 지역구를 옮겨 국회에 돌아오게 됐다. 홍성-예산은 17대 총선부터 보수 정당 후보가 내리 당선돼 충남에서 가장 보수세가 강한 지역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수도권 선거에 출마했던 이들도 22대 총선에선 여당 텃밭으로 지역구를 옮겨 원내에 입성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당선인(대구 달서갑)은 ‘7전 8기’ 끝에 22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부산이 고향인 유 당선인은 2004년 17대 총선 때 경기 군포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정치를 시작했다. 경기 군포에서 3차례, 서울 송파을에서 낙선·낙천한 유 당선인은 21대 총선에선 비례대표 공천에서도 탈락했다. 2022년 대구시장과 대구 수성을 보궐선거에 도전하며 텃밭인 대구 문을 두드린 끝에 달서갑에서 배지를 달았다.

김주원 기자


김용태·이상휘 당선인은 수도권 험지에서 떨어진 뒤 텃밭 격인 각각의 고향에서 공천을 받았다. 경북 포항 남-울릉에서 당선된 이 당선인은 8년 전 20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갑에 출마했지만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패했다. 8년의 야인생활 끝에 고향에서 출마, 현역인 김병욱 의원을 꺾고 공천을 따냈다. 21대 총선 때 경기 광명을에서 낙선한 김 당선인은 22대 총선에선 초등학교를 졸업한 경기 포천-가평에 출마, 경선을 거쳐 공천을 받았다. 경기 포천-가평은 경기도에서 여주-양평과 함께 보수세가 강한 곳이다. 21대 총선 때 서울 영등포갑에서 낙천한 강명구 당선인도 이번 총선에선 경북 구미을에 출마해 현역인 김영식 의원을 꺾고 당선됐다.

현역 정치인 중에서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표적인 ‘하방 정치인’이다. 서울 송파갑·동대문을에서 4선을 한 홍 시장은 19대 총선 낙선 후 2012년 경남지사 보궐 선거에 출마하면서 하방했다. 홍 시장은 재선 경남지사를 발판으로 2017년 대선에 도전했으며, 이후 21대 총선에서는 대구 수성을로 지역구를 옮겨 5선 고지에 올랐다.

홍준표 대구시장. 뉴스1

20·21대 총선에서 원내에 입성한 의원들도 ‘수도권 낙선·낙천→고향 당선’ 공식을 증명했다. 재선인 박수영(부산 남)·최형두(경남 창원 마산합포) 의원이 대표적이다. 경기도 행정1부지사를 지낸 박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경기 수원정에 출마했지만, 박광온 민주당 의원에게 15.0%포인트로 밀렸다. 최형두 의원도 20대 총선에서 경기 의왕-과천에 출마했으나 당 경선에서 떨어졌다. 이후 박 의원은 부산으로, 최 의원도 경남 창원으로 지역구를 옮겨 21·22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20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원내에 입성한 임이자 의원은 2017년 경기 안산 단원을 당협위원장을 맡아 지역구 출마를 준비했지만 21대 총선을 앞두고 고향인 경북 상주-문경에 출마하면서 고향으로 돌아갔다. 경북 포항북에서 내리 3선을 한 김정재 의원은 2006~2014년 재선 서울시의원을 지내며 서울에서 처음 정치를 시작했다.

수도권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선거를 앞두고 양지를 찾아가는 사례가 늘어나자 당에선 “선수 없이 어떻게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느냐”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선거를 거듭하면서 수도권 당선인 수가 35명(20대)→16명(21대)→19명(22대)으로 쪼그라들면서 경쟁력 있는 후보들조차도 수도권 출마를 고사하고 있다.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해 10월 ‘영남 스타 중진 수도권 출마론’을 꺼내며 주호영·김기현 의원의 수도권 출마를 압박했지만 구호로 끝났다. 수도권에서 5선 고지에 오른 윤상현 의원은 “최전방인 수도권에서 싸우는 후보들의 공을 인정하고 상을 주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더 헌신해서 싸우는 후보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훈·전민구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