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38곳 울렁울렁…초대박 출렁다리도 발길 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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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논산에 손님 다 뺏겨” 한산한 천장호
지난 14일 충남 청양군 천장호 출렁다리. 2009년 준공 당시 국내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207m)로, 한해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렸던 청양의 대표 인프라다. 하지만 요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출렁다리를 보러 오는 사람이 점점 줄면서 주변 상권도 침체했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곳을 찾은 방문객은 2015년 76만명에서 2020년 31만6000여명으로 5년 만에 절반 이상 줄었다. 2021년 이후 20만명대로 감소했다.
출렁다리 입구에서 만난 상인 김모(60)씨는 “장사가 잘될 때와 비교하면 매출이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며 “개장 초기엔 ‘다리가 끊어지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파가 몰렸던 곳인데 지금은 찾는 사람이 드물어 가게 임대료를 못 낼 정도로 장사가 안된다”고 말했다. 이날 단체 방문객을 위해 마련한 대형버스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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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출렁다리 건설”…5년간 78개 늘어
전국에 유행처럼 번진 출렁다리 건설 붐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벌써 기초자치단체 수(226개)를 넘어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에 들어선 출렁다리 개수는 2018년 160개에서 2023년 238개로 5년간 78개나 늘었다. 이 기간 연평균 15개씩 전국 각지에 출렁다리가 놓였다. 교통용은 극소수고, 대개 관광객을 겨냥한 시설이다. 올해 강원 춘천과 고성, 경기 여주 등에 준공 예정인 곳까지 더하면 출렁다리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출렁다리는 흔들림이 발생하는 보행교다. 단기간에 관광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시설로 평가되면서 산악 지형이나 호숫가 둘레길, 해안 산책로 등에 우후죽순 들어섰다. 실제 출렁다리 개통 초기 관광 특수를 누린 자치단체는 꽤 있다. 경남 거창군 우두산에 2020년 개통한 ‘Y자형’ 출렁다리(109m)는 세 갈래로 뻗은 특색을 내세우며 연평균 27만명이 찾고 있다. 거창군 관계자는 “거창 항노화 힐링랜드의 대표 관광시설인 Y자형 출렁다리는 우두산 봉우리와 폭포, 암벽 등 지역 콘텐트와 어우러져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효자 역할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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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다리 2~3년 반짝 특수…방문객 반토막도
하지만 출렁다리 특수는 2~3년 만에 끝날 때가 많다. 전국에 비슷한 시설이 많고, 재방문객 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전국 출렁다리 현황 및 효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출렁다리 집객 효과는 1년간 정점을 보이다가 점차 감소해 7년이 지나면 사라진다.
강원 원주시 소금산 그랜드밸리에는 출렁다리 2개가 있다. 2018년 소금산 출렁다리(200m) 개통에 이어 2022년 1월 기존보다 200m 더 긴 보행용 현수교 ‘울렁다리(404m)’를 준공했다. 다리를 건널 때 울렁거린다는 의미로 울렁다리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2022년 울렁다리가 개장하면서 한해 81만명이 몰리는 등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지난해엔 49만명으로 줄었다.
울산 대왕암공원은 2021년 출렁다리가 개통되자 그해 44만명이 다녀간 뒤 이듬해 100만명이 방문하는 등 인기를 누렸지만, 지난해 43만명으로 확 줄었다. 출렁다리 길이를 놓고 이웃 지자체끼리 경쟁하기도 한다. 충남 예산군은 2019년 국내 최장을 내세운 예당호 출렁다리(402m)를 건설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논산시는 2년 뒤인 2021년 아시아에서 가장 긴 570m 길이 출렁다리를 탑정호에 조성했다. 탑정호 출렁다리 여파로 예당호 출렁다리는 방문객은 첫해 294만명에서 지난해 121만명으로 60% 가까이 줄었다.
심원섭 목포대 교수(관광경영학과)는 “큰돈을 들여 비슷하게 만든 출렁다리는 관광객 유인 효과가 떨어져 장기적으로 예산 낭비 소지가 있다”며 “출렁다리 건설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장소인지 적정성을 미리 따지고, 개통 후에는 지역 관광지와 연계한 콘텐트를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양·원주·거창=최종권·박진호·안대훈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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