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김문수·이재오 '스타신인' 수도권 투입…그렇게 1당 됐다 [수포당 국민의힘]

전민구 2024. 5. 1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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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9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의힘으로 대한민국 살리기' 제22대 총선 파이널 총력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22대 총선을 거치면서 국민의힘에 ‘수포자’(수도권 포기한 정치인) 출신 금배지가 늘었지만 과거엔 그렇지 않았다. 과거엔 스타급 신인을 영입하면 수도권 격전지에 먼저 투입해 외연을 확장하는 사례가 많았다.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인적 개편을 시도한 신한국당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영삼 정부 3년차인 1995년 치러진 6·27 지방선거에서 여당이던 신한국당은 참패했다. 총선을 10개월여 앞두고 당시 여권의 위기감은 고조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통령 측근 비리 등 악재가 겹치며 총선 전망은 암울해졌다.

그러나 신한국당은 인재 영입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거물급 스타 정치인을 영입했고 이들을 수도권에 과감하게 배치했다. 당시 야권인 민중당에 몸담고 있었던 이재오·김문수 전 의원을 영입과 동시에 각각 서울 은평을과 경기 부천에 공천했다. ‘모래시계’ 검사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홍준표 대구시장도 신한국당에 입당해 서울 송파갑 공천을 받았다. 앞서 1993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15대 총선에서 또다시 경기 광명을에 출사표를 던지며 수도권 신인 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이처럼 경쟁력 있는 신인을 수도권에 배치해 정면 승부를 펼친 신한국당은 당초 예상을 뒤엎고 139석을 얻어 원내 1당이 됐다.

2000년 16대 총선 때도 한나라당은 서울대 재학 시절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심재철 전 국회 부의장과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각각 경기 안양 동안과 경기 군포에 투입해 국회에 입성시켰다.

하지만 이번 4·10 총선에선 국민의힘 신인 정치인 중 경쟁력 있는 인사를 찾기 힘들었다. 국민의힘은 총선을 앞두고 총 48명을 영입했고, 그 중 21명이 지역구 후보로 뛰었다. 그러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고동진(서울 강남병), 박수민(서울 강남을), 신동욱(서울 서초을), 정성국(부산 부산진갑) 당선인 등 보수세가 강한 지역에 출마한 이들만 생환했을 뿐 대부분 고배를 마셨다.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된 인재 27명 중 21명이 지역구 후보로 출마해 13명이 당선된 것과는 다른 결과였다.

2011년 7월 6일 동작구 상도동 김영삼(오른쪽)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한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김영삼 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에선 “경쟁력 없는 후보를 무작정 험지로 보내 선거 패배를 초래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수도권 험지일수록 인지도가 높거나 중량감 있는 인사를 보냈어야 하는데, 정반대로 공천했다는 뜻이다. 중진 의원은 “수도권 배치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인지도가 낮아 인물 경쟁력이 떨어지는 신인을 배치한 것이 문제”라며 “영입된 인사의 이미지만 소비해 아쉽다”고 말했다. 영입인재로 수도권에 출마해 낙선한 인사도 “지역에서 나를 알릴 시간이 부족했다”며 “공천 작업이 늦어진 것이 치명적이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수도권이 국민의힘이 당선되기 어려운 험지가 된 탓도 있지만 따지고 보면 수도권에 공을 덜 들인 측면도 크다”며 “앞으로는 경쟁력이 높은 인사를 수도권에 배치해 선거 전체 판도를 바꾸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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