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상담받고 막무가내 고소… ‘수사민원 변호사’ 취지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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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용산경찰서 수사민원 상담센터.
이곳에서 수사민원 변호사로 4년째 일하고 있는 고명진 변호사는 고소장을 들고 온 민원인을 설득하고 있었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수사민원 변호사는 경찰서 내 상담센터에 상주하며 수사담당관(경찰)과 함께 민원인의 법률상담을 돕는다.
전북 관내 3개 경찰서에서 수사민원 변호사로 활동 중인 두세훈 변호사도 "개정 전에는 상담을 통해 일부 사건이 걸러졌는데, 이제는 그대로 사건들이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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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검·경 수사준칙 개정된 후
고소·고발장 접수 후 상담으로 변경
“무고로 몰릴 고소여도 설득 못해”
지난 10일 서울 용산경찰서 수사민원 상담센터. 이곳에서 수사민원 변호사로 4년째 일하고 있는 고명진 변호사는 고소장을 들고 온 민원인을 설득하고 있었다.
민원인은 과거 지인에게 돈을 빌렸다. 남은 빚 100만원을 꼭 갚겠다고 약속했는데, 개인 사무실이 빈 틈을 타 지인이 아들까지 대동해 각종 집기를 훔쳐갔다고 했다. 받을 돈 대신 물건을 가져간 것이다. 민원인은 절도죄보다 형량이 무거운 특수절도죄로 해당 지인을 고소하고 싶어했다. 고 변호사는 “지인이 물건을 훔칠 동안 아들이 망을 보면서 도와줬어도 아들을 특수절도범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절도죄 공동정범(공범)으로 고소하면 재판에서 다퉈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수사민원 변호사는 경찰서 내 상담센터에 상주하며 수사담당관(경찰)과 함께 민원인의 법률상담을 돕는다.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전문적 법률상담을 제공하고, 무리한 고소·고발 남발을 막자는 취지로 2015년 만들어졌다. 공익활동 차원이다. 현재 전국 145개 관서에서 운영하고, 2000여명의 수사민원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다.
약 8년간 민원인에게 힘이 돼주던 수사민원 변호사들은 지난해 10월 검·경 수사준칙 개정 이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개정 준칙은 고소·고발장 접수를 수사기관이 거부할 수 없도록 못 박았다. 수사기관이 마음대로 고소·고발장을 반려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상담센터를 거친 뒤 사건이 접수됐지만 개정 준칙 적용 이후엔 일반 민원창구에서 고소·고발장을 접수한 뒤 상담센터를 찾는 절차로 사건이 진행된다.
고 변호사는 “상담을 1시간 넘게 했는데 막무가내식으로 고소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심지어 한 민원인이 길을 가다가 다른 사람이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며 법에 없는 ‘인격 모독죄’로 고소해 달라고 고집을 부렸던 황당한 일화도 전했다.
전북 관내 3개 경찰서에서 수사민원 변호사로 활동 중인 두세훈 변호사도 “개정 전에는 상담을 통해 일부 사건이 걸러졌는데, 이제는 그대로 사건들이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의 한 경찰서 수사담당관 A씨도 “민원인이 자칫 무고로 몰릴 수 있는 고소장을 가져와도 설득이 안 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억울하게 사건을 반려당하는 국민이 없도록 하자는 수사준칙 개정의 취지를 살리면서 수사민원 변호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창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경찰과 수사민원 변호사가 충분히 설명해도 민원인은 그렇다고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익활동에 기댈 것이 아니라 경찰이 직접 변호사를 고용하고 그 숫자도 늘려야 한다”고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불필요한 고소·고발이 많아진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사건 각하 요인을 완화하는 수사규칙 개정에 대해 추가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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