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문재인표 검찰 인사 배웠나? [정기수 칼럼]

데스크 2024. 5. 17.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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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이어 송경호, 이원석도 “이 XX”하며 내쳐
김건희 수사팀-참모 교체, 문재인-추미애와 똑같아
부인 보호 분노 정치에 지지자들 가슴 답답
이러다 특검은 특검대로 받고 모든 책임 다 질 판
이원석 검찰총장과 윤석열 대통령. ⓒ 데일리안 DB

불과 4년여 만의 재방송이다. 아주 빼다 박았다.

2000년 1월 8일 자 검찰 고위 간부 인사 기사 제목을 보자.

윤석열 참모진 대거 교체한 검찰 인사…한동훈 부산·박찬호 제주

-청와대 관련 수사 지휘 총책임자 좌천성 인사…대검 참모 전원 교체로 윤석열 압박

대통령 윤석열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는가? 옛날 신문을 보는 느낌이 가히 충격적이다.

자기가 문재인 정권에 당했던 인사 보복을 대통령이 되어서 똑같이 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도 전혀 억울하지 않을 전격 기습 인사를 했다.

노골적인 좌천 대신 검사장 승진 후 보직 변경이란 것만 다르다. 얕은수를 썼다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정기 인사 시기도 아닌데,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수사가 총선 후 검찰총장 이원석의 지시로 본격화하는 시점에, 하필(하필이다) 그 수사 라인 전원을 갈아치워 버리는, 그리고 총장 참모들을 대거 교체하는 인사 단행 이유가 뭔가? 다른 게 있으면 법무부와 대통령실은 말해 보라.

우선, 대통령이 김건희 수사 착수에 ‘격노’했을 것이다. 그런 다음 이제부턴 살살해서 종결지으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봐야 한다.

그 인사 폭탄을 맞은 이원석의 반응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사전 조율 여부에 관한 질문에 6~7초간의 말 없는 후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라고 말해 ‘패싱’을 시인했다.

“인사는 인사이고, 수사는 수사다. 어느 검사장이 오더라도 수사팀과 뜻을 모아서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다. 우리 검사들을, 수사팀을 믿는다.”

그의 이 말은 윤석열을 또다시 격노케 했을 것이다. 그는 지금 이원석에게서 과거 자기 모습을 보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사태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검사들과 국민이 과연 누구 편일까?

이원석이 서울중앙지검장 송경호에게 이달 초 이렇게 지시했었다.

“김건희 여사 전담 수사팀을 꾸려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

송경호는 조국 사건을 수사한 소위 윤석열 사단이었다. 그런 그가 기질을 바꾸지 않고 바른말을 해 대통령실과 사이가 나빠졌다. 김 여사를 직접 소환, 대면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서다.

윤석열은 총선 전에 宋만 자르려고 했으나 이원석이 반대해 인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선거가 끝나고 이원석이 그의 편에 서서 거사하자 서둘러 인사를 휘두르고 싶었을 것이다.

이원석-송경호의 김건희 수사 본격화에 따라 문제의 목사 최재영이 소환 조사를 받았다. 몰카 공작 범인 그는 운동권 투사라도 된 듯하고 싶은 말을 맘대로 지껄였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어떤 분인지 알기에 그들의 실체를 조금이나마 국민들에게 알리려 언더커버(위장 잠입) 형식으로 취재했다. 이 사건의 본질은 김 여사가 대통령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화하고 사유화한 것이다. 아무것도 받지 않았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 말을 언론 보도로 접했을 윤석열의 표정과 마음이 손에 잡히듯 그려진다. 그는 최재영보다 그를 공개 소환해 기자들 앞에 노출한 宋과 李에게 더 분노했을 것이다.

김건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한 비대위원 김경률을 내치지 않으며 “김 여사 사건은 국민 눈높이로 봐야 한다”라고 한 한동훈에게 “이 XX”하며 여당 비대위원장 자리 내놓고 나가라고 했다는 그다.

그럼 김 여사를 조사해야 한다고 한 송경호, 그와 같은 편에 선 이원석에게도 그 욕을 했다고 봐야 한다. 그 결과가 이번 인사이지 않겠는가?

윤석열에게 4년 전 기사 제목들 더 보여 주고 싶다.

법무부, 검찰 고위 간부 인사 전격 단행…추미애 윤석열 갈등의 끝은?

추미애 檢 인사 단행…‘윤석열 패싱’ 현실화

뿔뿔이 흩어진 ‘윤석열 사단’, 현실이 된 ‘秋풍낙엽’

워터게이트 검사 자르고 탄핵 몰린 닉슨…그에 비견될 보복 인사

마지막 제목이 겁나지 않나? 저 기사가 났을 때는 윤석열 검찰총장은 영웅이 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쫓기는 권력자 신세로 전락했다.

자기 스스로 그 무덤을 파고 있다. 그의 부인 보호 자충수를 보는 지지자들 가슴이 너무 답답하다. 골수 진보좌파 말고는 대다수 국민들의 이전 생각은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이나 명품백 수수 사건은 “아무리 파도 나올 게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젠 이런 의문이 상식이 돼 버렸다.

“뭔가 있으니까 저러는 것 아니야?”

총선 후 갑자기 대통령에게 달라붙은 홍준표가 이번 검찰 인사에 대해 ‘상남자론’을 폈다.

“자기 여자 하나 보호 못 하는 사람이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겠나? 당신이라면 범법 여부가 수사 중이고 불명한데 제자리 유지하겠다고 자기 여자를 하이에나 떼들에게 내던져 주겠나?”

극렬 광화문 보수우파들, ‘자기 여자’ 운운하는 마초이즘(Machoism) 속물들이나 공감할 논리다. 윤석열은 이런 낯 뜨거운 아첨꾼하고 의기투합하는 사람이 됐다.

채상병도 김건희도 특검은 특검대로 받으면서 결국 책임은 자기가 다 지는 쪽으로 판이 기울고 있다. 걱정이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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