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청을 죽기까지 지킨 마음은 사랑이었다

우성규 2024. 5. 1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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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신자는 저 높은 곳에서만 살아서는 안 된다. 나 혼자만 구원받고 은혜받고 성전의 높은 담에서만 살아서는 안 된다. 교회는 골방에서 주를 만나 새 힘을 얻고 다시 밑의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가야 한다. 교회 본연의 목적은 이웃을 위함, 세상을 향한 교회이다. 즉 선교인 것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에 남아 폭발물을 관리하다 목숨을 잃은 문용동(1952~1980·아래쪽 사진) 전도사가 항쟁 직전인 1980년 5월 13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전남노회 여전도회연합회 야유회 설교에서 전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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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동 전도사 모교 호남신학대서 5·18 민주화운동, 순직 기념예배
광주제일교회 제일중등성경구락부 교사와 학생들이 1973년 12월 찍은 졸업 기념사진. 앞줄 왼쪽 첫 번째가 문용동 전도사. 기념사업회 제공


“교회는, 신자는 저 높은 곳에서만 살아서는 안 된다. 나 혼자만 구원받고 은혜받고 성전의 높은 담에서만 살아서는 안 된다. 교회는 골방에서 주를 만나 새 힘을 얻고 다시 밑의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가야 한다. 교회 본연의 목적은 이웃을 위함, 세상을 향한 교회이다. 즉 선교인 것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에 남아 폭발물을 관리하다 목숨을 잃은 문용동(1952~1980·아래쪽 사진) 전도사가 항쟁 직전인 1980년 5월 13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전남노회 여전도회연합회 야유회 설교에서 전한 내용이다. 일기와 설교노트 등 메모를 꼼꼼히 남긴 문 전도사의 기록물은 사후 문용동전도사기념사업회를 통해 ‘새벽길을 간 이’(한들출판사)로 출간돼 있다.


문 전도사는 5·18 당시 광주 상무대교회 전도사였다. 군인 교회인 상무대교회를 섬기는 만큼 고민이 깊었으나 18일 광주 금남로에서 계엄군의 곤봉에 곤죽이 되도록 맞아 피를 흘리는 할아버지를 목격하고 그를 업어 광주기독병원으로 2㎞ 넘게 달려가게 된다. 이후 문 전도사는 헌혈, 부상자 구호, 교통정리를 돕다가 22일부터는 무기관리를 맡는다. 당시 무기고에는 총기 수류탄 다이너마이트 등 8t 트럭 4대 분량의 폭발물이 있어 자칫하면 광주 시내가 불바다가 될 위험이 있었다.

문 전도사는 24일 상무대교회가 있던 전투교육사령부에 가서 폭발물 뇌관 분리를 위해 도움을 요청했고, 이를 쌀통에 보관해 계엄군과 시민군 모두 다치지 않게 조처했다. 계엄군의 진압작전 전날인 26일엔 누나와 친구 윤상현 이명섭이 도청을 찾아와 빨리 나오라고 설득했으나 문 전도사는 “TNT나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할 경우 도청을 중심으로 반경 5㎞가 파괴된다”면서 “신학도로 신앙의 양심으로 도청 지하실 무기고를 지키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에스더의 신앙고백 “죽으면 죽으리라”를 인용했다. 문 전도사는 계엄군 도청 진압작전의 마지막 희생자로 남아 있다.

고재길 장로회신학대 기독교윤리학 교수는 지난 1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제14회 국제 본회퍼학회에서 ‘5·18 정신과 타자를 위한 인간’ 제목의 영문 논문을 발표했다. 히틀러의 나치 정권 아래서 항거하다 순교한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의 핵심 개념인 ‘타자를 위한 인간’이 나사렛 예수 정신을 실천한 문 전도사에게도 발견된다는 점이 요지였다.

예장통합 총회 사회선교위원회는 16일 문 전도사의 모교인 광주 호남신학대에서 제44주년 5·18 민주화운동 및 문용동 전도사 순직 기념예배를 드렸다. 기념사업회 총무 도주명 목사는 “문 전도사는 데이지꽃과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데이지의 꽃말은 희망 평화 사랑스러움 그리고 겸손한 아름다움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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