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의 컷 cut] 명승부는 모두를 멋지게 만든다
들리는 소리라곤 라켓에 공이 부딪히는 타구음과 네트 양쪽의 거친 호흡뿐이다. 선수들이 서는 곳마다 굵은 땀방울이 쉴 새 없이 떨어져 내린다. 승부를 가리자는 경기인데, 이상하게도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영화 ‘챌린저스’의 무대는 테니스 코트다. 코트 위에 서 있는 두 남자는 소년 시절부터 테니스 아카데미에서 함께 합숙하며 성장했던 왕년의 절친들. 하지만 현재의 처지는 많이 다르다. 아트는 그랜드슬램 달성을 앞두고 있는 스타이고, 패트릭은 챌린저급 대회를 전전하는 무명선수다.
승부는 상대적인 것일까. 실력 차가 클 것 같았던 이 둘이 결승에서 맞붙자 예측불허의 접전이 펼쳐진다. 상황을 더 숨 가쁘게 만드는 건 아트의 아내 타시다. 타시는 과거 패트릭의 여자친구였다. 타시는 두 남자의 랠리를 심각한 표정으로 응시한다. 세 사람 사이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시종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뇌리를 떠나지 않는 단어가 있었다. ‘명승부’다. 좋은 시합은 결과를 떠나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음을 선명하게 깨닫게 된다. 구구한 사연 쯤은 가볍게 날려 버릴 정도다. 그 극도의 몰입감 속에서 경기만이 압도적인 생명력을 얻고 ‘너’와 ‘나’의 경계는 사라진다. 숨죽이며 지켜보는 관중마저 속이 후련해지는 카타르시스를 맛본다. 그들 모두가 이 순간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나는 묻고 싶었다. 이런 명승부는 어떻게 가능한가? 영화는 답한다. “테니스는 관계”라고. “테니스를 하며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게 된다”고. 그렇다면 우리의 승부 역시 무엇을 위한 것인지 떠올려봐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든 이기고야 말겠다는 욕심도, 질까 봐 초조한 마음도 잊은 채 ‘함께 멋진 경기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혼신의 힘을 다할 때 우린 좀 더 나은 사람들이 되어 있을지 모른다.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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