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사납게, 더 자유롭게
덴마크 여성 예술가 미에 올리세 키에르고르(Mie Olise Kjærgaard)는 여자의 몸을 그린다. 붓질의 방점은 신체 그 자체보다 그것이 발산하는 ‘에너지’에 있다. 전력을 다해 질주하거나 팔다리를 힘껏 뻗는, 한 사람이 ‘동물적 감각’을 발휘하는 순간을 묘사한다. 그래서인지 작품은 수렵 활동을 하는 고대 원시 벽화를 연상케 한다. 그림 속엔 배구와 테니스, 체조, 역도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여성이 등장한다. 한때 여자들에겐 허용되지 않았던 움직임이다. 여성의 올림픽 참가는 제2회 올림픽 때부터, 그것도 일부 종목에만 해당했고, 복싱과 레슬링은 정식 종목 재택 후 100년이 지나서야 여성의 참가가 가능했다. 키에르고르는 유년시절 몸으로 익힌 생생한 감각을 작업의 주된 질료로 삼는다. 맨몸으로 커다란 나무를 오르거나 마침내 양손을 놓고 자전거를 타게 된 순간처럼 아찔함과 성취감이 동시다발적으로 솟구치는 순간 말이다. 캔버스를 장악한 여자들을 보고 있으면 근래 화제가 된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이나 〈피지컬: 100〉 여성 출연자들을 볼 때와 유사한 감정이 밀려온다. 이를테면 시뻘겋게 상기된 얼굴에서 간접적으로 전달되는 카타르시스, 잊고 살았던 혹은 미처 알지 못한 몸짓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 같은 것. 작가는 작품 속 여자들을 소녀, 여성 혹은 마녀로 지칭할 뿐 인종이나 배경을 특정하지 않는다. 결국 그 세 가지가 모든 여자의 얼굴이자 한 여자의 모든 얼굴이기 때문은 아닐까? 미에 올리세 키에르고르의 전시 〈게임 체인저 Game Changer〉는 파운드리 서울에서 5월 11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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