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영업익 급감에도 ‘꽃길’ 점친다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4. 5. 16. 21: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렉라자’에 꽂힌 증권가

5억원.

올해 1분기 유한양행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7.4%, 직전 분기인 2023년 4분기와 비교하면 90.3% 감소한 수치다. 이에 주가도 횡보를 이어가고 있다. 5월 8일 기준 종가는 7만2500원. 4월 한때 8만원대까지 근접했던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수준이다. 실적과 주가만 보면 힘겨운 상황. 하지만 증권가는 사뭇 다른 시각이다. 5월에만 4곳(KB증권·미래에셋증권·하이투자증권·IBK투자증권)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특히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기존 목표주가 대비 10% 이상 눈높이를 높였다.

이유는 단순하다. 1분기는 아쉽지만, 올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1000억원대 영업이익도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570억원)의 2배 증가를 내다보는 것. 증권가의 꽃길 예상 배경에는 폐암 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가 있다. 렉라자를 활용한 비소세포폐암 치료 병용 요법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시기가 다가오면서 마일스톤(Milestone, 잠깐용어 참조) 기대감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하태기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낮게 나왔다”면서 “좋은 뉴스는 아니지만 당장 주가에 미치는 큰 영향은 없다고 본다. 유한양행 기업가치는 렉라자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분기 실적 왜 꺾였나

이뮨온시아 지배력 변경 여파

올해 1분기 영업이익 급감도 “사업성과 무관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실적 부진의 배경에는 이뮨온시아가 있다. 이뮨온시아는 유한양행과 미국 바이오텍 소렌토테라퓨틱스(Sorrento Therapeutics)가 2016년 설립한 합작사다.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이뮨온시아의 주요 주주였던 소렌토테라퓨틱스는 지난해 하반기 파산 신청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유동 가능한 자산은 전부 매각해야 하는 상황. 이뮨온시아 지분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에 유한양행은 지난해 11월 소렌토테라퓨틱스가 보유한 이뮨온시아 주식 전량을 매입했다. 유한양행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이뮨온시아 지분율은 기존 47.3%에서 67.7%로 높아졌다. 이뮨온시아는 유한양행 자회사가 됐다.

관계사에서 자회사로 지배력이 바뀌면서 유한양행 실적도 영향을 받았다. 자회사 실적은 연결 재무제표에 온전히 더해진다. 쉽게 말해 이뮨온시아의 연구개발(R&D)비와 판매관리비 등 각종 비용도 유한양행 연결 재무제표에 잡히게 됐다는 의미다. 이선경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분기 연결로 인식된 이뮨온시아 영향으로 연구개발비와 광고선전비 등이 증가했고, 이게 올해 1분기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희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도 “이뮨온시아 지분 인수로 연결 기준 연구개발비가 50억원 가까이 늘어났고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뮨온시아는 아직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태다.

유한양행 자체 파이프라인 임상 진행 등에 따른 연구개발비 증가도 실적 부진 원인이다. 올해 1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연구개발비는 456억원. 전년 동기(350억원) 대비 30.4% 늘었다. 현재 알레르기 치료제 YH35324 임상 1b상과 면역항암제 YH32367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라는 점, 고셔병과 파브리병 치료제인 YH35995와 먹는 폐암 치료제 YH42946의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이 상반기 예정돼 비용이 1분기에 몰렸다는 점 등이 연구개발비 확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 꽂힌 ‘렉라자’ 뭐길래

FDA 승인 시 ‘마일스톤’ 기대감

폐암은 암세포 크기와 형태를 기준으로 비소세포(非小細胞)폐암과 소세포(小細胞)폐암으로 구분한다.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전체 80~85%로 대부분이다. 이 중 40% 정도는 상피세포 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다. 이들에게는 표적치료제가 사용된다. 문제는 1세대 혹은 2세대 표적치료제 사용 후 내성이 생기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점이다. 렉라자는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한 3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렉라자를 처음 발굴한 건 유한양행이 아니다. 유한양행은 2015년 오스코텍 자회사 제노스코의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했다. 도입 당시 동물 실험도 마치지 않은 전임상 직전 초기 개발 단계 물질이었다. 유한양행은 물질 최적화와 공정 개발, 전임상시험 등을 추진했다. 성과를 낸 유한양행은 2018년 렉라자를 얀센에 기술 수출했다. 총 계약 규모는 12억5500만달러(약 1조6939억원)다. 얀센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렉라자 관련 병용 개발과 상업화 권리를 갖게 됐다.

얀센과 유한양행은 렉라자를 활용한 다양한 치료법을 연구했다. 단독 요법뿐 아니라 얀센이 개발한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와 병용 치료하는 방식도 고민해왔다. 이후 얀센 모회사 존슨앤드존슨(J&J)은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에 렉라자 병용 요법의 신약허가신청서(NDA)와 추가 생물학적제제 허가신청서(sBLA)를 제출했다. FDA는 올해 2월 렉라자 병용 요법을 우선심사 대상으로 승인했다. 이에 따라 렉라자 병용 요법의 허가 여부도 당초 예상했던 10월에서 8월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앞서 경쟁 약물로 꼽히는 타그리소와 화학 병용 요법이 우선심사 지정 4개월 만에 승인된 점을 감안하면 올해 6~7월 확인 가능성도 열려 있다.

판매가 시작되면 유한양행은 글로벌 상업화(판매)에 따른 마일스톤을 받게 된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8월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 요법의 1차 치료제 FDA 허가 획득을 가정하면, 늦어도 올해 4분기에는 출시가 예상된다”며 “미국 출시에 따른 마일스톤은 6000만달러(약 800억원)가량 반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향후 유럽과 중국 등의 출시 시점에 각각 3000만달러, 4500만달러 등 마일스톤도 남아 있다. 일본 시장에도 올해 4월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출시 시점 일정 규모의 마일스톤이 기대된다. 여기에 글로벌 상업화(판매)에 따른 로열티도 별도 발생한다.

다만 예상보다 느린 국내 항암제 시장 내 렉라자 매출 성장세는 우려할 대목이다. 2021년 7월 국내 첫 출시된 렉라자는 2023년 6월 1차 치료제 사용 승인을 받았다. 6개월이 지난 올해 1월부터는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까지 적용됐다. 올해 초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국내 시장 매출 등을 기대하며 렉라자의 연간 1000억원 매출을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신영증권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렉라자 매출은 136억원에 그쳤다. 지난 2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의료 파업이 영향을 미쳤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남은 3분기 동안 9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급여 적용까지 됐음에도 국내 시장 매출이 예상보다 낮게 책정될 수 있다”며 “의료 파업 여파는 2분기 실적에 본격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유경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다”면서도 “신규 환자 처방이 늘고 병용 요법이 승인되면 유한양행이 제시한 1000억원 판매치 달성은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렉라자 연간 매출은 5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잠깐용어 *마일스톤 제약·바이오업계 기술 수출 관련 계약금은 크게 2가지로 분류된다. ‘당장 받을 수 있는 돈’과 ‘단계별 성공 보수’다. 총 계약금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단계별 성공 보수다. 업계는 이를 마일스톤(Milestone)이라고 부른다. 신약 물질을 사들인 곳이 전임상 → 임상 → 허가 신청 → 품목허가 → 판매 등의 단계를 거칠 때마다 거래 상대방에 비용을 지급하는 형태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시장·기업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 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9호 (2024.05.15~2024.05.21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