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의대증원발 입시 전쟁… "재수생 몰리고, 합격선 요동"

최민지, 이가람, 서지원 2024. 5. 16. 19: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법원의 의대 증원 효력 정지 여부가 결정되는 16일 오후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 실습실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의료계가 제기한 의과대학 증원 집행정지 신청이 16일 기각되면서 각 대학이 추진 중인 증원 절차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증원 절차가 마무리되면 전국 39개 의대의 내년도 모집인원은 1469명이 늘어난다.

교육계에 따르면, 현재 증원 대상인 32개 대학 중 절반 이상이 의대 증원을 위한 학칙 개정을 공포하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의 기각 결정이 내려지면서 상당 수 대학들이 증원을 위한 학칙 개정 절차를 다시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의대를 증원하려면 교무회의와 대학평의원회, 교수평의원회 등의 심의·의결 절차를 거쳐 학칙을 개정해야 한다.

인하대는 이날 평의원회를 열고 의대 정원을 현 49명에서 120명으로 늘리는 학칙 개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학칙 개정 절차를 법원 판단 이후로 미뤘던 한 국립대 총장은 “사법부의 기각 결정으로 교수회 입장에서도 의대 증원에 찬성할 명분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립대 총장도 “법원의 결정이 내려지며 절차 상 정당성 문제도 해결됐기 때문에 교수회 심의 결과와 상관없이 총장 권한으로 학칙을 개정할 것”이라고 했다.

각 대학이 이달 말까지 학칙 개정과 모집정원 변경을 마무리하면 의대 증원은 사실상 확정된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3월 32개 의대에 늘어날 정원을 배정하며 “5월 31일까지 변경된 대입 전형 시행계획을 제출하라”고 공문을 보냈다. 현재는 바뀐 대입 시행계획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승인하고 이를 반영한 모집요강이 발표되는 일만 남았다.

대교협에 제출한 원안이 확정된다면 2025학년도 전국 39개 의대의 최종 선발 인원은 전년보다 1469명이 늘어난 4487명이 된다. 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를 포함하면 증원 규모는 1489명에서 1509명까지 확대될 수 있다.


의대 증원, 입시 국면으로…합격선 하락 예측도


지난달 2일 오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종로학원이 개최한 '의대 모집정원 확대, 향후 대학입시 영향력 긴급 분석' 설명회를 찾은 많은 학부모가 입시 관계자들의 설명에 귀 기울이고 있다. 뉴스1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며 의대를 향한 입시 경쟁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당장 다음달 4일 치러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부터 재수생들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각 수험생이 본인에게 미칠 의대 증원의 영향을 탐색해보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며 “학원들도 추가 설명회도 한두 번 정도는 더 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 부사장은 “의대와 입학 성적이 비슷한 치의대·한의대·약대·수의대 등에서도 의대 재수를 향한 이탈 학생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2025학년도 입시의 합격선도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최상위권인 의대 합격선이 내려가면서 상위권 이공계열 학과 등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종로학원은 2023학년도 의대 합격생의 성적(백분위 70%)을 기준으로 285.9점이었던 국어, 수학, 탐구 합산 점수가 2.91점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험생들의 상향지원 성향이 강화되고, 의대나 이공계의 중복합격이 대거 발생하며 지역인재 전형이 확대되는 등 여러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합격선에 큰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입시 컨설팅 경험이 많은 부산의 한 일반고 교장은 “이미 작년 데이터는 쓸모 없어졌다”며 “교육부가 확대하는 무전공 여파까지 겹쳐 대학별 합격선 변동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의대생 복귀는 미지수…이주호 “수업 돌아올 수 있도록 협력”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16일 대전의 한 의과대학 건물 안과 밖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법원 결정에도 불구하고 집단 휴학 중인 의대생들이 학교에 돌아올 지는 미지수다. 한 국립대 총장은 “이미 3개월 공부 쉰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오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로는 내년 신입생과 수업이 겹칠 현 예과 1학년, 국가고시를 앞둔 본과 4학년 정도만이라도 복귀하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반면 수도권의 한 사립대 교무처장은 “오프라인 수업엔 들어오지 않지만 온라인 수업은 듣는 학생도 있다더라”며 복귀를 기대하기도 했다. 또 다른 서울의 기획처장 역시 “몇몇 학생들은 MT도 가고 교양 수업도 듣는다고 한다”며 “모든 절차가 끝나고 나면 이제 의대생도 돌아올 명분이 생기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법원 결정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의대생들이 한 명도 피해 받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최대한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해서 모든 의대생들이 수업에 돌아올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의사 국가고시 연기에 대해서도 보건복지부와 계속 협의하겠다”고 했다.

최민지·이가람·서지원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