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해안도 자연에 돌려줄 때... 이 해변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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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재중 기자]
"여기 있던 지저분한 집들이 다 사라졌네요, 헝클어진 내 머리를 깔끔하게 자른 기분입니다."
▲ 사근진 유채꽃밭 바다와 인접한 꽃밭에 방문객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2024/5/15) |
ⓒ 진재중 |
이 곳에 가면 푸른 파도와 노란 들녘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바다와 가장 가까이서 꽃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사근진 - 순긋은 경포해수욕장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소규모 간이해수욕장으로 아담한 해변이다. 인근의 경포 해변이 젊은이들이 찾는 곳이라면 사근진 - 순긋해변은 조용하고 수심이 얕아 가족단위의 피서객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 사근진해수욕장 경포해변 북쪽에 위치한 한적한 해변이다 |
ⓒ 진재중 |
한때는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신선한 회를 저렴하면서도 맛깔스럽게 먹을 수 있는 횟집들이 줄지어 있어 시민들이 선호하는 해변이었다. 그야말로 가성비 좋은 횟집이 있는 해안가였다.
▲ 유채꽃 밭 강ㄹ으시 안현동 해안가에 핀 곷(2024/5/15) |
ⓒ 진재중 |
동해안은 고파랑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표사이동으로 인한 연안침식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이곳은 너울성 파도로 인해 해안가 도로 뿐만 아니라 주택이 파괴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임시방편으로 응급복구를 펼쳐왔던 지역이다.
지난 2021년 연안침식실태조사에서 해안침식 위험등급으로 판정 이후 2023년도 역시 같은 등급으로 판정되었던 위험 지대였다.
▲ 순굿해변 반복되는 연안침식으로 몸살을 앓았던 해변이다(2022/10) |
ⓒ 진재중 |
▲ 연안침식 아스팔트가 무너져 절벽을 이룬 해안가(2023/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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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시 해안로에 위치한 순굿해변의 철거전 모습(2023/7/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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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근진-순긋해변 불법건축물을 철거하고 공원으로 조성하고 있다(2024/5/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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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업은 연안재해 위험이 높은 해안 지역의 토지를 사들여 그 공간에 친환경 공원을 만드는 것이다. 전국에서 강릉시와 전북 고창군 시범지역으로 선정됐다. 이번 완충구역은 강릉시가 추진하는 경포3지구 녹지축 조성 사업과 맞물려 추진돼 사업 성과가 크게 기대된다.
국민안심해안 사업은 사근진-순긋지구 해안 1.5㎞ 구간 5만 6743㎡로 사업비 220억 원을 들여 2026년까지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 순굿해변 유채꽃밭으로 변신한 해안가 |
ⓒ 진재중 |
아래 사진은 사근진 - 순긋해변 해안침식이 심각했던 2021년 모습과 2024년 4월의 모습을 비교한 것이다. 해안가 인근 45가구 53개 동의 불법건축물을 철거하고 난 이후, 절벽과 임시복구현장은 사라지고 백사장이 다시 회복된 것을 한눈에 알 수가 있다. 인공구조물인, 해안도로와 집들을 철거한 후퇴 공법이 성공을 거둔 셈이다.
▲ 상습침식지역 침식등급 D등급으로 위험지구로 노출되어있던 해변(2021/9/15) |
ⓒ 진재중 |
▲ 순굿해변 침식이 심해 임시방편으로 복구했던 해변이 모래사장으로 변모(2024/5/14) |
ⓒ 진재중 |
그 심각성을 인식한 국립공원공단은 친환경 공법으로 선회, 해안선이 복구되고 연안침식이 사라진 해변으로 거듭났다. 대나무를 엮어 만든 모래 포집기가 그 역할을 했다. 포집기는 대나무를 엮어 만든 약 1.2m 높이 정도 되는 울타리로 해안가에 지그재그 모양으로 설치해 두면 바람에 날려온 모래가 그 자리에 쌓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 갯메꽃 |
ⓒ 진재중 |
선진국에서는 연안침식이 심각한 해변은 해안도로나 건축물 등 인공구조물을 해안선으로부터 후퇴시켜 해빈을 확보하고 침식을 예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해안침식전문가인 한 교수는 "미국 플로리다 해안도 침식이 심각했던 해변이었습니다. 그러나 해안도로와 건물들을 뒤로 후퇴해 모래해변을 회복하고 그곳에 공원조성함으로써 연안침식 방지는 물론 관광지로서 면모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인공구조물설치 보다는 친환경공법으로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라고 말한다.
사근진 - 순긋해변은 동해안에서 유일하게 국민안심해안 사업으로 선정된 곳이다. 나무숲 외에 어떤 인공구조물도 들어설 수 없는 친환경 공원으로 조성된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 초기 사업인 만큼 본래 목적에 맞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온 전찬길씨(64세)는 "사근진 해변이 동해안 해안가의 또 다른 명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반면에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주말이면 관광객들은 몰려드는데 주차공간도 협소하고 화장실도 부족합니다. 이 지역에 살고있는 주민 조차도 어떤 사업인가를 모르고 있습니다. 국민안심사업 취지에 맞게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홍보를 해야 합니다"하고 아쉬워 한다.
해안은 사회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지만 무분별한 개발과 불필요한 인공구조물 설치로 인해 연안침식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고파랑 등의 영향으로 침식은 가속화되고 있다.
▲ 꽃밭조성으로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2024/5/15) |
ⓒ 진재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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